작성일 : 25-04-29 07:50
정의가 사라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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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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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치겠다. 이 미친 세상에 미쳐버리겠다. 살아야 하는 세상이라 달리 피할 수도 없다. 내가 수십년을 살아왔던 세상은 배반당해 반동의 쓰레기더미에 묻혀버렸다. 오늘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다. 더는 우리가 살던 나라가 아니다.
2024년 12월3일 밤, 비현실의 세상이 이 나라를 덮쳤을 때만해도 나는 알지 못했다. 비상계엄을 물리치면 이 나라는 비상계엄 이전의 세상일 거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비상계엄 해제를 하고, 대통령 윤석열에 대해 탄핵소추를 하고, 마침내 헌법재판소 탄핵재판에서 파면을 했어도 아니었다. 내가 알던 세상은 돌아오지 않고 우리가 살던 나라는 사라졌다. 머리가 산산이 부서지고, 심장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미친 세상이다.
2. 권력분립을 국가 조직과 운영의 기본 원칙으로 하는 나라에서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서 국회를 침탈했고 또 다른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원회를 침탈했다. 전 대법원장과 현직 판사 등 법관까지도 체포명단에 올려 체포하고자 했다. 사법부마저 대상으로 했던 것이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통해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서 왕의 권한을 행사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발표한 계엄 포고령에는 국회, 지차체 등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언론출판 등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노동자가 파업을 하고 국민이 집회하는 것도 금지하면서 이러한 것들을 위반하면 처단한다고 열거하고 있었다. 여기에 노상원의 수첩에 기재된 수거·수용·폭파·제거 등까지 내란의 실행계획으로 포함시킨다면 12·3 비상계엄을 통해서 윤석열 일당은 대한국민의 자유와 대한민국의 기본질서를 철저히 짓밟는 미친 짓을 버렸던 것이다.
살피면 살필수록 분명해진다. 12·3 내란행위는 국가 대한민국에 대한 반역이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서 선언해온 법과 정의을 부정하는 폭동이었다. 이 미친 짓에 당연히 이 나라의 법은 치 떨리게 분노해서 정의를 세워야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3. 이 나라에서 수십년에 걸쳐 이뤄낸 정의는 고장났다. 물론 모든 사람의 자유와 권리가 공명정대하게 실현될 수 있는 나라는 아니었다. 그러니 정의를 위해서 앞으로도 한참을 달려가야 하는 나라이긴 했다. 그래도 법 앞에서 주장하고, 그 실현을 위해 투쟁해나갈 수는 있었다. 그 정도는 되는 나라라고 나는 믿었다. 변변치 않은 정의라도 나는 그에 기대서 살아왔다. 노동변호사로서 법정 안팎에서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며 노동자를 대리해왔다. 그런데 그 대단치 않은 정의를 윤석열 일당이 12·3 비상계엄을 통해 내란을 일으켜 파괴했다.
그리고 그것을 진압해서 내란을 종식시켜야 할 정의는 고장났다. 변변치 않아도 민주공화국을 배반한 반역자, 내란범들을 심판해서 내란을 진압할 정도의 정의는 법적으로 충분했다고 믿었건만 아니었다. 12·3 비상계엄 이후 드러난 이 나라는 법이 선언한 그나마의 정의조차 실현하지 못했다. 정의는 고정났다. 무엇보다도 내란 우두머리를 구속해서 심판할 수 없을 만큼 고장이 났다. 판사 지귀연의 구속취소 결정과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 검찰총장 심우정의 석방 지휘로 구속됐던 윤석열을 풀려났다. 이 나라 사법제도는 윤석열을 구속취소로 풀어줄 만큼 망가진 것이다. 이 나라 사법역사상 처음으로 날이 아닌 시간으로 구속기간을 산정하고, 체포적부심기간까지 구속기간에 산입하는, 도무지 법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위법한 짓을 판사가 저지르고, 이에 검찰이 합작해서 내란 우두머리를 풀어준 것이니 망가져도 한참 망가졌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잘못을 재구속으로 바로잡지도 못하고 있을 만큼 심각하다. 내란 우두머리에 대해서는 법정은, 이 나라의 법은 구속 재판으로 정의를 실현하지 못할 만큼 관대하다.
12·3 내란에 대한 수사는 윤석열과 몇 명을 제외하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아직까지도 내란의 기획조차 드러내지 못했다.
내란 진압은 12·3‘내란 당시 집권당이었던 국민의힘의 반대로 방해를 받았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한 대통령 윤석열을 국회에서 탄핵소추하는 것조차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의 반대로 쉽지 않았다.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는 더 했다. 노골적으로 탄핵 반대 입장을 밝혔고, 수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을 탄원했으며, 일부는 비상계엄이 정당했다는 주장까지 버젓이 했다. 12·3 내란은 대통령 윤석열이 우두머리로 국가권력을 동원해서 실행된 것이니 윤석열이 임명한 수사기관이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압한다는 걸 기대하기 어려웠다.
내란사태 훨씬 전부터 사실상 사병처럼 윤석열의 뜻대로 행동해온 검찰은 이번 내란과정에서 더는 민주공화국의 검찰로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어제는 검찰 해제를 말하지 않았어도 오늘은 많은 국민이 검찰 해제를 말할 만큼 윤석열의 검찰은 대한민국의 검찰을 망가트려 회복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검찰이 하지 못한 내란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해 내란을 조속히 진압할 수 있도록 했던 것도 아니다. 윤석열 정권의 수사기관은 윤석열 일당의 내란을 철저한 수사로 진압할 수 없었다. 그래서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내란에 대해서 수사해야 했던 것인데, 국민의힘의 반대와 윤석열이 임명한 국무총리 한덕수, 경제부총리 최상목의 거부권 행사에 번번이 좌절됐다. 대통령으로서 윤석열이 임명한 자들로 채워진 윤석열 정권은 윤석열이 정권을 이용해서 내란을 저지른 순간 내란정권이었다. 내란정권에 내란 진압을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내란정권은 내란범 윤석열과 운명을 함께 해야 했다. 대통령이 내란행위로 국회에서 탄핵 소추돼 직무정지되면 윤석열이 임명하고 동원했던 내란정권도 직무정지돼야 했다.
하지만 그런 제도적 장치는 이 나라에 없었다. 대통령이 내란행위를 해서 직무가 정지돼도 그가 임명하고 뜻을 같이 하는 졸개들이 그대로 권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대통령의 권한까지 대행했다. 내란 진압이라는 정의의 실현은 가능하지 않았고, 거꾸로 내란 진압을 방해하고 내란을 옹호하고 지원하는 그야말로 정의가 부정의에 부정당하는 정의의 전복이 일어났다. 이렇게 정의가 사라진 이 나라에서는 별일이 다 일어났다. 내란범 윤석열을 응원하고 비상계엄이 정당했다며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이 세력으로 결집해서 거대한 반동의 물결이 만들어졌다. 하늘이 땅으로 거꾸러지고, 지옥이 천국으로 둔갑했다. 누구도 부정하지 말아야할 개념을 의심하도록 했다. 민주공화국, 헌법과 법률, 대통령의 권한… 믿었던 개념이 믿을 수 없게 거짓의 선동이 난무했다. 한마디로 12·3 비상계엄 이후 이 나라는 정의가 전복된 미친 나라였다.
그래서 오늘 나는 절망하고 있다. 법 앞에서 절망하는 나라를 지켜보면서 말이다. 12·3 내란 사태가 발발한 이후 이 나라에서 법이 법을 배신하고, 정의가 부정의에 모욕당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미치겠다.
4. 국가 형벌권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때 정의는 보복이다. 피해자를 대신해서 국가권력이 사법제도로 범죄자를 응징하는 것이 정의다. 그렇지 않다면 형법전은 범죄자를 징역 등 형벌에 처한다고 규정하지 않았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국가가 복수해주는 것에서 출발했던 것이 정의였고, 오늘 형법 등 법은 기본적으로 그 실현을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그 정의가 고장났다. 그래서 나는 미치겠다. 수개월이 지나도록 정의를 부정하는 부정의를 제대로 수사해서 심판하지 못하는 이 나라의 법에 정의는 고장났다고 미치도록 외치는 것이다. 심판하는 것이 정의다. 부정의에 관대한 것은 정의에 대한 배신이다. 정의를 선언한 사법제도에 대한 부정이다. 정의는 부정의와 공존할 수 없다. 부정의에 관대해서는, 부정의를 살려두고는 정의는 없다. 12·3 비상계엄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 대한 공격이었고, 대한국민에 대한 범죄였다. 피해자를 대신해 응징하지 않는 법을 두고서 미치지 않는다면 감히 정의를 말해서는 안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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