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30 07:59
‘노동연대 대통령’이 되려면 3가지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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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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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이 본격화하고 있다. 21대 대선은 정권교체를 넘어 내란종식, 민주주의 회복, 87체제 극복, 사회대전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분야에서 87노동체제 극복은 무엇을 말할까? 광장의 힘으로 이뤄야 할 노동대개혁, 노동대전환은 무엇일까? 그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기업별 노사관계체제’ 극복이 아닐까? 쉽게 말하면 복합위기시대, 노동조합이 기업 담장 밖으로 나와서 ‘조합원’ 중심의 협소한 임단협 경제주의 투쟁을 넘어 ‘모든 노동자’를 위한 사회연대투쟁, 민주주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조합원 중심의 ‘단결’을 넘어 모든 노동자와 ‘연대’를 실현하는 것이다. 초기업노조 비율이 59.4%(민주노총 92.2%)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2023년 5월 산별교섭 제도화를 위한 국회 5만 입법청원 달성이 말해주듯이 초기업교섭과 연대를 위한 노동현장의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따라서 빛의 혁명이 만든 이번 대선에서 시대정신이 담긴 노동공약은 ‘무엇을 해주겠다는 선물’이 아닌 단결을 넘어 ‘연대를 위한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나는 이번 대선에서 노동존중 대통령, 친노동 대통령을 넘어 ‘노동연대 대통령’이 나오길 기대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그리고 많은 노동자가 광장을 지키고 길을 열면서 탄핵을 이끌어냈다면 ‘노동연대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는 노동운동과 노사관계가 87노동체체를 넘어 더 큰 연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연대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노동연대의 길은 세 가지가 있다.
모든 노동자에게 단체협약을!
첫 번째 길은 “모든 노동자에게 단체협약을!” 적용하기 위한 법 개정과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35조와 36조에 단체협약 효력확장 조항이 있지만 높은 적용기준으로 인해 현실에서는 아무런 기능을 못 하면서 사문화돼 있다. 이 조항을 현실화해 공익적 차원에서 차별개선과 기업 간 경쟁방지 등 공정한 산업환경을 위해 산별 단체협약의 전부 또는 일부 조항의 효력확장이 필요한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양적 요건이 아닌 질적 요건만으로 단체협약의 효력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불평등 완화와 불안정 비정규 노동자 노동조건 보호를 위한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단체협약 확장제도를 적용해오고 있다. 이 논의가 본격화되면 모든 노동자에게 단체협약을 적용하기 위해 ‘어떤 협약을, 어떤 기준으로, 어떤 기구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 효력을 확장할지’ 논의가 본격화 될 것이다.
그동안 근로기준법을 상회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조직노동자들과 노조가 없어 협약조차 체결하지 못해 근로기준법 이하의 대우를 받는 노동자가 분리된 이중노동시장에서 연대하지 못한 채 불평등이 확대돼 왔다. 하지만 법 개정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민주노총 16개, 한국노총 29개 산별연맹 등 총 270만 조합원과 1천800만 불안정, 사각지대, 제도권 밖 노동자의 연대가 이뤄지면서 노동시장 통합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런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프랑스의 업종별교섭위원회나 영국의 전국업종노사공동위원회같은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노동연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 너무 많아
두 번째 길은 대통령의 적극적인 행정조치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몇 가지 상징적 조치는 노동운동과 노사관계의 새로운 길은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먼저, 노동부 장관에서 노조법 30조3항에 의거 ‘노동시장 이중구조 극복과 교섭구조 다양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세우도록 지시해야 한다. 즉, 법 조항 그대로 산업·지역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방식이 활성화될 수 있는 지원계획과 예산을 세우라는 것이다. 그리고 중앙노동위원장에게는 노조법 29조3항을 적극 해석해 산별노조 요청시 초기업별 교섭단위를 결정해 가능한 집단조정 방안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이 두 가지만 제대로 추진돼도 초기업 산별교섭은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다. 각 부처 장관에게는 초기업교섭과 노조 정책 참여를 통한 의미 있는 결과 도출을 위해 정부가 모범 사용자로서 관련 산별노조와 노정협의, 정책간담회에 적극 응하도록해야 한다. 보건의료노조의 9·2 노정합의와 화물차주에 대한 안전운임제 시행은 눈에 띄는 사례이다. 각 부처내 위원회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략 600여개 위원회가 있지만 상당수가 개점휴업이거나 노조 참여에 소극적이다. 양대 노총의 경우 80여개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위원회는 또 하나의 사회적 대화 기구다. 하지만 내가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에서 위원회 참여 경험을 비춰볼 때 노조가 조합원 이익을 넘어 국민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산업과 사회정책에 관심을 가지는 ‘정책노조’로 발돋움하는 데는 정부위원회 참여가 상당한 기여를 한다. 구체적 고급정보를 접할 수 있고 당위적 주장을 넘어 구체적 대안을 내기 위해선 많은 정책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장관은 산하 위원회에 참여하는 업종협회들에게 권리와 함께 동일한 의무를 부과해 노조가 요구하는 초기업교섭에 참여하도록 해야한다. 이런 지침만 분명하다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정부에게 집단적 의견을 내다가 노조가 요구하는 산별교섭에 대해서는 교섭당사자가 아니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이중적 태도를 극복, 교섭 테이블에 나올 수있다.
사회적 대화 전면 개편과 한국판 목요클럽
세 번째 길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회적 대화의 전면 재편이다. 전체 노사관계 개편에 대한 큰 그림 없이 눈앞의 성과에만 급급한 보여주기식 사회적 대화는 굳이 할 필요가 없다. ‘협의 중심’ ‘열린 대화 플랫폼’으로서 지역·산업·의제별로 참여를 희망하는 노사들에게 문턱을 없애야한다. 대통령은 사회적 대화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확고한 신념하에 인정의 정치를 통한 갈등 해소와 통합에 직접 나서야한다. 가장 상징적인 조치는 스웨덴에서 23년 동안 총리로 재임하며 스웨덴 복지 틀을 완성한 타게 엘렌데르 총리의 대화모델인 목요클럽을 벤치마킹한 한국판 ‘매주 정례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기존에 국무총리실과 국회 차원에서 추진하다가 용두사미에 그친 한국판 목요클럽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사회적 대화 전담팀을 두고 의제와 참석대상을 철저히 준비해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한다. 다양한 층위의 노사 대표를 언제든지 만나 이야기를 듣고, 경제위기 극복, 사회통합으로 나아가겠다는 신뢰와 연대의 메시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의미 있게 진행되면 윤석열 정부에서 큰 혼란만 가져온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공공의료 확충 등 의료개혁 과제도 새로운 방식의 사회적 대화, 국민 공론화,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오해와 진실이 있다. 노조가 기업을 넘어 산별 초기업 교섭과 정책협의에 참여하는 것은 노조에게만 일방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친노동정책이 아니다. 복합위기시대, 예측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노사관계를 위해 노사정 모두에게 새로운 게_임의 룰을 만드는 것이다. 노조의 초기업 교섭과 정책 참여에 대해 사용자는 노조 힘과 영향력의 비대화를, 정부는 노조가 막무가내로 정부정책에 비토만 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노조 또한 사회적 책임감이라는 더 크고 무거운 짐을 안고 제도권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절박하고 절실한 초기업 노사관계 재편
나는 이 세 가지 길을 ‘새 정부 취임 직후 100일안에 노동분야에서 꼭 해야 할 일’로 제안하고 싶다. 정부가 초기업 노사관계 전면 재편 없이 불평등 해소,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무능하거나 기만적이다. 새 정부는 복잡하고 골치 아픈 노사관계정책보다 눈앞에 숫자가 보이는 일자리 고용정책을 더 선호하는, 그런 쉽고 안전한 길만 택하면 안 된다. 고 노회찬 의원이 선거제 개편이 얼마나 절박하고 절실했으면 ‘약자들의 입장까지 대변할 수 있는 평등선거제도만 가능하다면 악마에 영혼까지 팔 수 있다’고 말했을까. 나 나름 30년 노동운동하면서 기업교섭, 산별교섭, 사회적대화, 정부 위원회 참여 등 모든 교섭을 경험하면서 노사관계의 속살을 잘 알고 있기에, 노동운동의 대표성 위기, 분단 위기, 재생산 위기를 온몸으로 절감하고 있기에 정말 똑같은 심정이다. 노동조합이 국민의 박수를 받고, 모든 노동자와의 연대를 실현할 수 있는 초기업 노사관계, 통합연대교섭만 가능하다면 악마에게 영혼까지 팔고싶은 심정이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오른다. 이전 대선과는 다른 대선이 돼야 한다. 노동연대 대통령이 취임 100일내 세 가지의 길을 하나로 모아야 노동운동이 살고, 노사관계가 제 역할을 하면서, 경제위기 극복, 사회통합, 기후정의, 민주주의와 평등복지사회가 가능하다.
이주호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전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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