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04 08:13
[작업일보]안전 위협하는 ‘배관관리’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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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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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과 부산에서 발생한 사고를 비롯해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땅꺼짐(싱크홀) 관련 재해의 약 30%는 노후화된 지하배관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배관을 통해 식수·가스 등을 공급받고, 오폐수를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심각한 문제다.
한창 화학공장에서 일하던 시절, 환절기나 한 겨울철이면 지하에 매장된 배관이 터지는 바람에 보수공사를 실시하곤 했다. 물질 정보를 사전에 파악해야 중장비가 동원되는 공사가 진행되기에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본 적 있다.
그런데 배관용수가 새어 나온 지면의 틈을 굴착기로 파내면 진흙이 나오다가, 배관으로 향할수록 점점 흙은 없어지고 큰 구멍이 발견된다. 배관 하부에는 갯벌마냥 부드러운 모래와 진흙탕이 섞인 토사가 쓸려간 흔적이 보인다.
파손된 배관과 그 주변부를 LPG 절단기를 이용해 절단하고, 동일 규격의 새 배관으로 교체한다. 배관이 녹슬지 않도록 에폭시나 폴리우레탄, 비닐 등으로 코팅한 뒤, 그 주변을 다시 흙으로 덮고 아스팔트 포장까지 완료하면 배관 복구 공사가 끝난다.
기본적으로 금속은 온도에 따라 수축한다. 대부분 지하 배관은 금속제다. 따라서 노후화된 배관은 온도 변화로 인한 수축력을 이기지 못해 균열이 생긴다. 균열은 파열이 되고, 파열은 곧 유출로 이어진다. 유출된 물질은 배관을 감싸던 토사를 갉아먹는다. 이러한 침식은 지면이 무너질 때까지 계속된다. 결국 지면이 붕괴되면서 재해사고를 동반하게 된다.
심지어 지상 배관도 마찬가지다. 배관 내 물질이 흐르면 압력이 생긴다. 압력을 받다 보면 균열이 생긴다. 균열로 인해 배관이 손상되면서 물질이 유출되면서 재해사고로 이어진다. 2024년 11월 충남의 한 제철소의 노후화된 가스배관으로 인한 물질 누출로, 인근을 지나가던 노동자 한 명이 질식사망한 중대재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배관 노후화로 인한 재해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배관을 꾸준히 관리하는 방법밖에 없다. 배관 설계를 최대한 직선형으로 설계해야 하지만, 한편으론 설계 당시 내구연한에 맞춰 정비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물질과 압력에 따라 수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배관에 대한 도면과 도면 정보를 요약한 P&ID(배관 및 계측 다이어그램)와 같은 기초 자료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배관 노후화로 인한 침식, 물질 누출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또 배관공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주변의 협조도 필수다. 공업용수 공급이 안된다며 배관 공사를 뒤로 미루는 사업장들이 꽤 있는데다, 배관 보수 예산 부족을 핑계로 이를 방기하는 지자체도 많다. 심지어 집값이 떨어지면 안 된다는 핑계로 방치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지금도 배관 어딘가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하루빨리 배관 관리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인혜 안전관리 노동자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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