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04 08:14
[기고]당신은 깃발이 되고 촛불이 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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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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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은 2023년 5월1일 아침 강원도 강릉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해 이튿날 사망했다. 윤석열 정부의 서슬퍼런 ‘건폭몰이’를 규탄하고 ‘못된 놈’을 끌어 내려달라 사회 각계에 호소했다. 그의 사망 뒤 두 번째 노동절, 그의 동료가 <매일노동뉴스>에 보내온 편지를 싣는다. <편집자>
꽃이 피면 어쩌지? 해 놓은 것 없이 봄이 와 버리는 것 아닌가 두려웠습니다.
봄은 그날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마주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순간 보낸 사진 한 장,
노조 조끼, 단결투쟁 머리띠, 가슴팍엔 명찰과 촛불 배지,
수천 마디의 외침 같은 하나하나의 모습이 모여 결국 한 단어 ‘부탁한다’로 읽혔습니다.
그래서 이제 봄은 ‘약속의 봄’이고 숙제 검사 계절로 다가옵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형님이 그토록 듣고 싶었던 이야기 맞죠?
우리가 이겼습니다! 동지가 열어 낸 그 길 따라 우리 이만큼까지 왔습니다.
좋은 봄이 오니 더 보고 싶습니다.
개구진 동네 형 같았던 사람
다들 뒤로 빼는 일을 자기가 하겠다 먼저 나서던 사람
내 탓이라며 책임을 뒤집어쓰던 사람
집회가 있을 때면 가장 먼저 도착하고 가장 늦게 가던 사람
엄혹한 시기에도 혼자라도 현장 투쟁을 하겠다던 사람
마지막 그날에도 ‘바르게 열심히 노동조합 한 것 맞지요?’ 물었다던 사람
끼니 거르기를 밥 먹듯이 하면서 돌아치더라는 사람
너부터 돈을 벌어라, 사람들이 아무리 이야기해도 ‘나 혼자 먹고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하던 사람
이제 당신은 깃발이 되고 촛불이 돼 함께하고 있습니다.
힘차게 펄럭이는 그 모습 속에, 모두의 소망을 모은 불빛 속에, 모든 것을 바쳐 세상을 밝히는 촛불의 모습 속에서 당신이 그려집니다.
또 함께 한발 한발 나아가 봅시다.
힘든 일 하면서 천대받지 않고 내일이 불안하지 않은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너무나 당연한 당신의 소망도 이루고 노동자가 주인 된 세상 만들어 달라는 부탁도 이뤄 낼 때까지 항상 함께라 믿습니다. 투쟁!
김현웅 전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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