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08 07:43
[안전전문가 칼럼] 직업병 안심센터의 역할, 업무상 재해 발굴을 넘어 예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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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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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느 날 내게 총 네 건의 협진 의뢰가 왔다. 호흡기내과에서 세 건, 응급의학과에서 한 건이다. 임상진료과를 방문한 환자에게 의사가 직업을 묻고, 환자가 진단받은 병이 직업적 노출과 관련이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직업환경의학과로, 정확히는 ‘직업병 안심센터’로 의뢰한 것이다.
지난 2022년 고용노동부는 직업성 질병 모니터링을 위해 직업병 안심센터 운영 위탁사업을 발주했고, 현재 전국 6개 권역, 10개 거점 종합병원이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의 상시 예방 모니터링을 위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내원환자의 질병에 업무기인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직업환경의학과로 연계해 신속 대처할 것을 기대한다. 그리고 필요시 원인조사, 작업환경조사 등 조치를 수행해 직업성 질병을 예방하는 역할도 담당할 수 있다.
의뢰받은 환자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진단받은 분으로, 알루미늄 캔을 전기용해로에서 녹이는 작업을 약 5년 이상, 일용직으로 용접 작업을 각 5년가량 해왔다고 한다.
직업병 안심센터 소속 산업위생사는 직업력을 조사하고, 간호사는 관련 병력을 파악하며 의사는 업무관련성을 평가한다. 이렇게 업무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성질환을 조사하는 것 이외에도 작업장내 급성중독사건의 전파도 직업병 안심센터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 과거 직업병 안심센터에서 급성중독 사례를 수집하자마자 지방고용노동관서와 안전보건공단에 사고 사실을 알려 현장조사, 작업중지 조치를 통해 추가 피해를 예방한 사례도 있었다.
업무상 재해에 대한 신뢰성 있는 데이터는 직업안전보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데이터는 어떤 작업환경이 병의 원인이 되는지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업무상 재해에 대한 포괄적인 기록과 신고는 재해노동자가 치료, 재활, 장애 비용 등 보상을 받는 데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사업장에서 위험을 통제하고 동료노동자에게 같은 질병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예방적 조치를 취하는 데도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업무상 재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따라 최초요양을 승인한 건을 기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산재보험은 기본적으로 신청주의를 원칙으로 삼고 있고, 산재보험내로 노동자가 유입되기 위해서는 재해자 본인이 산재를 인지하고 보험급여를 신청,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즉, 국내에서 업무상 재해로 숫자를 남기기 위해서는 산재보험에 가입해 있어야 하고, 본인의 질병이 업무 때문이 아닌지 의심할 수 있어야 하며 사업주와의 관계, 고용불안을 넘어 산재 최초요양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승인이 된 사람이어야 한다. 어렵게 승인된다고 하더라도 동료노동자에서 재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런 면에서 직업병 안심센터가 수집하는 데이터는 국내 업무상 재해의 규모를 보다 현실에 가깝게 드러내고, 어떤 부분이 문제가 돼 업무상 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정보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현행 산재보험 제도처럼 산재보상 절차가 반드시 노동자의 신청에 의해 시작되지 않고 전문가 집단이 재해자를 인지하면서 시작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나아가 업무상 재해를 입은 노동자가 병원을 방문한 경우, 의사가 업무상 재해로 판단 분류하면 우선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추후 산재판정기구를 통해 산재 승인 여부를 결정해 사후 정산하는 선보상 제도로 이어지는 전개도 그려본다.
올해 4월28일은 처음 맞는 법정기념일로서의 ‘산업재해근로자의 날’이었다. 이후 일주일간은 추모주간으로 보냈다. 나는 역학적 근거의 부족, 산재보험 신청기한이 도과했다는 이유, 혹은 업무상질병이나 산재보험에 대한 이해 부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 혹은 끝내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업무상 재해자들에게도 위로를 건네고 싶다. 그리고 재해보상을 넘어서 누구도 다치거나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정지윤(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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