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13 07:46
[다시 의료개혁 ③] 초고령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절박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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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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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20%를 넘어서며, 사회 전반에 걸쳐 심대한 변화가 요구된다. 초고령화는 노동력 부족, 생산성 저하, 조세 부담 불균형, 지역 소멸 등 경제·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의료와 돌봄 수요의 폭증은 국가 시스템 전반에 걸쳐 거대한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다. 의료체계의 혁신 없이는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도, 국민의 건강권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배경 속에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의료재정 구조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 OECD 국가들의 경상의료비 중 정부 및 사회보장 지출 비율은 평균 76%인 반면, 한국은 65%에 불과하다. 반대로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비율은 OECD 평균이 18%인 데 반해 한국은 무려 32%에 달한다. 이처럼 공공 재정의 부담이 적고 개인이 감당해야 할 의료비가 과도하게 높은 구조 속에서,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 속도는 OECD 평균의 두 배 가까이 빠르다. 이대로라면 지역·계층 간 의료 접근성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는 단순한 재정 문제만이 아니라 의료체계 자체의 구조적 왜곡에서 비롯된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의 의료공급은 민간병원이 전체의 90%를 차지하는 구조다.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의료보상 체계는 병상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 환자를 오래 입원시키고, 과잉 진료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굳어져 왔다. 총병상수는 과잉 상태임에도 의사와 간호사는 부족하고, 특히 1차 의료의 기반이 약하다. 그 결과, 응급실 뺑뺑이, 3분 진료, 소아과 오픈런 등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의료체계의 균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양적 확충이 아니라 의료체계 전반에 걸친 국민 중심의 구조 개혁이다.
첫째로, 전국의 진료권 단위에 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공공보건의료체계 재정립이 시급하다. 특히 재활·요양·정신건강·지역사회 돌봄 등이 함께 통합된 의료전달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는 더 이상 병원 중심의 단절된 치료로는 고령화 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둘째, 1차 의료를 강화하고 주치의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방 중심의 진료와 만성질환 관리를 통해 불필요한 급성기 병원 입원을 줄이고, 환자 개개인의 의료 이용이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특히 주치의가 생활권 내에서 환자의 건강을 장기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국민 건강 수준을 높이고 의료비도 줄일 수 있다.
셋째, 행위별 수가제 개편과 공정한 보상 구조 확립이 필요하다. 현행 수가제는 과도한 진료와 투자 경쟁을 유도해 의료의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구조로 고착화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필수의료와 저보상 진료에 대해선 보다 합리적인 보상과 함께 고른 진료과목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
넷째, 민간병원과의 협력적 연계 체계 마련도 빠질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간병원을 배제한 의료개혁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공의료기관이 중심이 돼 지역 내 민간병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각 기관이 중복 경쟁이 아닌 기능별 분담을 통해 의료의 효과성과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재정 방안 마련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공공지역필수의료 기금 설치와 가계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고령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사회보장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재정 지출의 효율화를,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책임 강화를 통해 보편적인 의료이용권을 보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현재의 의료기관 간, 의료인 간 환자 쟁탈전의 경쟁에서 벗어나 환자 중심의 협력적 의료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의료를 더 이상 경쟁 시장체계에 맡겨서는 안 된다. 국민 누구나 질 높은 의료를 적시에, 적정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초고령사회에서의 국가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길이자, 진정한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다.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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