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13 07:54
간호사 2명이 830명 전담…사각지대 내몰린 ‘쪽방촌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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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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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정오께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살던 김아무개(42)씨가 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의 사망에 범죄 연관성이 없다고 보고 주검을 장례식장에 인도했다. 12일 그와 교류했던 주민들과 용산구청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김씨는 20여년 전부터 동자동 쪽방에 거주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평소 췌장염·당뇨 등 지병이 있었고 알코올 중독 증상도 보였다고 지인들은 말했다. 김씨는 적극적인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었지만 쪽방촌이라는 사각지대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김씨가 떠나고 사흘이 흐른 지난 5일, 그가 살던 쪽방에는 어질러진 이부자리와 뜯지 않은 라면 봉지, 냉장고 안 우유와 먹다 남은 단무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방 한쪽에는 그가 발견된 날인 2일 오후 3시30분에 예약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신청서도 함께 놓여 있었다. 쪽방촌 주민 김석권(53)씨는 그를 “밥은 잘 안 먹고 항상 술을 마시던, 말이 잘 없던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같은 건물에 살던 여자친구 조아무개(45)씨는 “둘 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데도 항상 돈을 모아 내게 맛있는 걸 사주려고 했던 사람이다. 술을 많이 마셔 항상 걱정됐는데, 죽기 전에 손 한번 못 잡아줬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서울의 대부분 구청은 관할구역 내에 거주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을 대상으로 방문 건강상담, 일상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포함해) 건강취약계층의 경우 의사,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건강동행팀이 대상자의 가정을 3개월간 4∼5회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노원구청 관계자도 “주 1회 방문하거나 전화로 사회적 고립가구의 안부를 살피고 있고,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탈락한 가정은 직접 집에 방문해 살펴보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청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방문 건강관리(3개월에 1번, 고위험군은 3개월에 8번 이상)와 식사 관리, 병원 동행, 가사서비스 등 일상돌봄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8개월 전 서초구에서 동자동으로 이사 왔다는 쪽방촌 주민 이아무개(52)씨는 “서초구에서는 귀찮을 정도로 구청이 찾아오거나 연락을 했는데 이사 오고 나서 다 끊겼다. 이곳은 누군가가 죽어야만 지자체에서 사람이 나오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용산구청은 동자동 쪽방 거주자의 경우 ‘서울시립 서울역쪽방상담소’가 주로 돌본다고 설명한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쪽방상담소는 맞춤형 케어를 더 잘하는 기관이다 보니 그쪽에서 건강 관리를 주로 하고, 용산구에서도 쪽방 주민 중 건강이 안 좋은 분들을 대상으로 주민센터에서 방문 관리를 하고 있다”며 “구청은 생계급여 등을 지급하고 폭염 대비 쿨링포그 설치와 건물 안전 점검 등을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위탁기관인 쪽방상담소는 식료품·생필품 지원부터 취업을 알선하는 자활지원사업에 가스·안전 점검까지 맡고 있고, 건강상담과 간호까지 지원한다. 특히 의료지원사업의 경우 간호사 2명이 주민 830여명을 전담하는 상황이다.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간호사들이 주민 전체를 관리하지는 못하고, 질병이 있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병원 동행, 병원 연계 등을 하고 있다”며 “쪽방상담소는 복지관과 비슷하다. 선제 조처가 어려워 주민들이 상담소에 와서 서비스를 직접 요청해야 제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주거취약지역에 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 구청이 가장 큰 관리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복지 사각지대에 쪽방 주민들의 문제가 가려져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하다. 이런 경우 주민이 직접 서비스를 찾아 나오는 일이 드물기에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거취약지 주민들의 복지는 기본적으로 구청이 관리해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1차의료기관이나 보건소가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취약하다. 보건소 중심으로 방문 건강 체계가 작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 한겨레신문(https://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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