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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5-11 08:14
업무시간과 근로시간을 구분한 취지는 무엇인가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3  
뇌심혈관 질병 진단을 받은 근로자 A씨와 B씨의 가족분들이 각각 법인을 찾아오셨다. 가족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니 두 근로자 모두 업무 특성상 출장이 잦았고, 연장근로가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런데 특별한 연장근로 내역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근태기록부상의 업무시간은 과소하게 산정돼 있다며 업무상 재해를 주장했다. A씨는 산재가 승인됐고, B씨는 불승인됐다.

업무시간은 뇌심혈관 질병이 업무상 재해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예컨대 질병 발병 전 12주 동안의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면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흔히 ‘만성과로’라고 한다).

여기서 업무시간이란 근로시간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대법원은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이라는 해석을 통해 근로시간을 정의하고 있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다243078 판결).

반면 근로복지공단은 지침을 통해 업무시간을 “근로계약상의 근로시간과는 다른 개념으로 업무를 위한 준비 및 정리 시간을 포함해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놓여있는 시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근로복지공단,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 지침).

위와 같이 공단이 지침을 통해 구태여 업무시간과 근로시간을 구분해 놓은 이유는 생각건대, 업무상 재해를 판단함에 있어 재해자의 입증책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취지로 봐야 할 것이다.

특히 회사에 비해 근로자쪽은 업무부담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현격히 부족함에도 불구하고(사망 사건은 더욱 그렇다), 입증책임을 완전히 근로자쪽으로 돌려놓은 작금의 현실에서, 산재 승인의 핵심 요인이라 할 수 있는 업무시간을 판단하는 기준을 완화해 놓았다고 보는 것이 재해 근로자 보호 관점에서도 응당 부합하다.

다시 돌아와 A씨와 B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A씨의 경우 동료 근로자들의 진술서를 통해 과다한 업무시간을 간접적으로 입증할 수 있었다. 한편, B씨의 경우 회사에서 제공한 업무 전용 핸드폰 통화기록을 살펴보니 평일 출근 전부터 늦은 밤, 그리고 주말까지 수시로 통화해 휴일이 없을 정도였다. 통화기록을 통해 업무시간을 산정 주장했다. 그런데 반영되지 않았다. 공단의 재해조사서를 살펴보니 퇴근시간 확인이 어려워 18시로 일괄 산정했다고 한다.

근로시간이 아닌 시간에 업무용 폰으로 통화한 시간은 업무시간으로 볼 수 없는 것일까? 혹자는 통화기록만으로는 업무를 했다고 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입증이 불충분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업무용 폰 통화기록이 동료 진술서에 비해 객관성이 결여된 자료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을 판단하는 잣대를 업무상 재해 판단에 필요한 업무시간에도 동일하게 적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공단은 업무시간과 근로시간을 명확하게 구별한 취지를 살려 업무시간의 범위를 폭넓게 바라봐야 하고, 또 업무시간을 추정할 수 있는 간접적인 입증자료들을 업무상 재해 판단에 있어 적극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사각지대에 있는 재해 근로자들을 품어줘야 할 것이다. 일례로, 영업직 근로자들의 근태기록부는 실제 업무시간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보 비대칭의 구조 속에서 근로자에게 ‘완벽한’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오늘도 재해자분들은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업무시간을 입증하기 위해 어떤 자료가 있는지 찾아다니고 있다.

장종훈 공인노무사(법무법인 마중)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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