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조직률 하락? 협상력은 더 떨어졌다
노동연구원 분석 결과 단협 적용률·조직률 격차 줄어들어
우리나라 단체협약 적용률과 노조 조직률 간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단협 적용률은 노조 조직률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35조(일반적 구속력) 때문이다.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있는 상시 노동자 과반을 차지한 노조가 사용자와 맺은 단협은 동종의 비조합원에게도 적용하도록 돼 있다.
단협 적용률과 노조 조직률 간 차이가 좁혀진다는 것은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90%의 노동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노조 협상력이 약해졌다는 얘기다.
7일 한국노동연구원의 ‘2000년대 중반 이래 노동조합의 쇠퇴’ 보고서를 보면 2005년 26.1%였던 30인 이상 사업체 노조 조직률이 2013년 21.3%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단협 적용률은 34.5%에서 27.0%로 떨어졌다. 노동연구원이 2년마다 실시하는 사업체 패널조사를 분석한 결과다.
단협 적용률과 노조 조직률 간 격차는 2005년 8.2%포인트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3년에는 5.7%포인트를 기록했다. 노조 조직률마저 떨어지는 가운데 단협 적용률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노조 조직률과 단협 적용률의 동반하락이 당연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런데 해외사례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989년 19.8%를 기록한 뒤 계속 떨어져 2004년(10.6%)부터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6.4%의 절반도 안 된다.
조직률 하락 추세는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1995~2014년 한국(-25.4%)뿐 아니라 일본(-26.1%)·호주(-52.6%)·영국(-22.8%)·미국(-25.5%)에서도 조직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OECD 회원국의 평균 단협 적용률(2013년)은 50.4%로 평균 노조 조직률(26.4%)의 두 배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겨우 1.17배다.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3배와 12배를 웃돈다. 프랑스는 노조 조직률이 7.7%로 우리나라보다 낮은데도 단협 적용률은 98.0%나 된다. 조직률은 낮지만 협상력이 크다는 의미다.
김정우 한국노동연구원 사업체패널팀장은 “노조의 교섭력을 측정할 때 조직률 못지않게 중요한 지표가 단협 적용률”이라며 “노조 조직률 반등뿐 아니라 단협 적용률 확대를 위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있으나 마나 한' 노조법 단협 구속력 조항
단협 적용률이 떨어지면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가입하지 못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힘들어진다. 최근 대기업노조 이기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데, 단협 적용률을 높이면 대기업 노동자들과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들의 격차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노조법 35조(일반적 구속력)에 따르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상시고용된 동종 노동자 과반이 단협을 적용받으면 그 사업·사업장의 비조합원인 동종 노동자도 단협 혜택을 본다. 노조법 36조(지역적 구속력)는 같은 지역 동종 노동자 3분의 2 이상이 하나의 단협을 적용받으면, 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해당 지역 동종 노동자도 같은 단협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단협 효력확장을 위한 요건이 까다로운 탓에 직종이나 고용형태가 다른 노동자들이 적용받기가 쉽지 않다. 노동계는 기준을 완화해 11.7%인 단협 적용률(2013년 기준)을 50%까지 끌어올리자는 입장이다.
19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주요 원내정당 후보 중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만 단협 효력확장을 공약에 반영했다. 물론 이행방안이 구체적이지는 않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공공부문과 버스·택시 업종처럼 근무·임금체계가 비슷한 부문부터 단협 효력을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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