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17 07:40
“한국은 끝났다”는 해외 유튜버,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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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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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Korea is Over’는 지난 3일 2천390만명이 구독하고 있는 독일 유튜브 채널 ‘Kurzgesagt – In a Nutshell’에 업로드된 영상의 제목이다. 이 영상은 한국 사회의 높은 경쟁 압력으로 인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현실, 그로 인한 한국 사회의 확정된 미래, 예정된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출생률 0.75라는 결과에 대해 원인을 다시 논의하는 것은 이제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비극적인 점은, 극복 가능한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하기보다는 지금 한국의 미래는 회복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다는 데 있다.
지난 4일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이 파면됐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지금의 한국이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니라 정치의 위기임을 지적했다. 상대를 반드시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해서는 안 되며, 함께 사회를 구성하는 이들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어쩌면 교과서에 나오는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는 진단이었다. 하지만 거리를 채우는 무수한 냉소와 분노의 말들은 양극화된 정치의 모습을 닮아 있다. ‘적장의 목을 베어라’와 ‘내부의 적을 색출하라’는 사극 속 대사가 어울리는 지금의 정치에는 따뜻한 정이 흐르기보다는 차가운 분노가 흐른다.
인풋(Input)은 정직한 아웃풋(Output)을 낸다. 너무나도 빠른 시기에 압축적으로 성장을 이루기 위해 갈아 넣었던 인풋은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노동, 치솟는 주거비, 벌어지는 격차와 양극화 속에서 ‘아이 한 명에 2억원’이라는 극단적인 아웃풋을 낳았다. 누군가는 지금의 청년들이 집단적인 죽음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회복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지속 가능성이 존재해야 하지만, 그 가능성마저 사라진 사회라고 말한다. OECD 자살률 1위에 이어 OECD 인간 멸종률 1위가 된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정말 회복 불가능한가. ‘South Korea is Over’라는 시한부적 선고가 정말 맞는 걸까. 정치적 혼란은 느리지만 확실한 사회의 ‘퇴보’에 우리가 함께 타고 있음을 의미한다. 도저히 ‘Again 윤석열’을 외치고 있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비슷하다고는 할 수 없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시대의 패러다임을 ‘성장’과 ‘잘사니즘’으로 이야기하는 유력한 후보의 발언을 보고 있자니, 정말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때는 그 시대의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 확장하는 사회에는 그에 맞는 리듬이 있었다. 사회가 성장했기에 임금은 자연스럽게 올랐고, 어느 때가 되면 가정을 이루고 자가를 갖고 아이를 교육시키며 시간의 흐름을 감각하고 낭만에 취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시대에도 억척같이 삶을 꾸려내기 위해 억압과 긴 시간을 견뎌야 했던 누군가의 ‘부모님’이 있었음을 안다. 지금의 시대가 그때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시도할 수 있는 사회’와 ‘실패를 허락하지 않는 사회’의 차이일 것이다. 행복감은 행복을 낳고, 불안감은 불안을 낳는다. 축소하고 후퇴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의 불안을 낳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근 연금개혁과 정년연장을 둘러싸고, 축소사회에 들어선 지금의 분절된 노동시장을 둘러싼 담론장이 거칠게 열리고 있다.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놓인 시민들 앞에서, 상층부의 시민들은 사회안전망 확충이라는 명분으로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자고 말한다. 우리 앞에 예견된 디스토피아 앞에서, 뻔뻔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헌법재판소의 선물, 아니 그 교과서적인 안내를 다시 생각한다. 독일의 유튜브는 끝났다고 선언한 한국. 우리마저도 끝내자고 선언하지 말자.
우리는 그 너머로 나아가야 한다. 기존의 사회가 소외해온 이들이 너무 많다. 이제는 이들을 포용하는 새로운 사회가 필요하다.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고,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일터가 필요하다. 더 이상 경쟁하고 싶지 않다. 공감하고 존중하며, 이해하고 대화하며,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함께 성숙해지는 사회. 나는 그런 사회에서 살고 싶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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