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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4-17 07:41
노동시간 정책, 앞으로 갈 수 있을까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  
지난 3월 고용노동부(당시 장관 김문수)는 반도체 연구개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확대 계획을 밝히고 그 내용을 지침으로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기존 3개월까지 인가 후 연장 심사하던 제도를 주 64시간 특별연장근로제에 대해 1회당 최대 6개월까지 연장하고, 추가해 6개월 더 연장 가능하게 개정한 것이다. 국회를 통한 반도체특별법 입법이 막히자 법률 제·개정 없이도 노동시간 유연화가 가능한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장시간 노동으로 직접 영향을 받는 것은 노동자들인데도 정부는 오직 기업들만 만난 뒤 결정을 내렸다. 이 지침에 노동자의 과로나 그에 따른 건강 영향에 대한 고려는 사실상 없었다. 엄연히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하는 내용이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위한 결정이라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고, 바로 이번주 초 삼성전자가 특별연장근로 특례 1호 적용 대상이 됐다.

또 바로 며칠 전인 14일에는 국민의힘이 주 4.5일제를 대선 공약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5일제에서 4.5일제로 변경한다고 해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뜻인가 궁금해졌지만 1주 노동시간은 그대로인 채 4일간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하루는 일찍 퇴근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정책은 아니었다. 실질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라면 4일간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하루만 짧게 일한다고 해서 노동자 건강에 긍정적 영향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1일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과 반대되는 구상이다. 또 한편으로 국민의힘은 “업종과 직무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를 방해하는 주 52시간 근로규제 폐지”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반도체특별법 법안에서 연구개발 노동자들에게 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폐지하겠다는 내용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결국 국민의힘에서 내세우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라 노동시간 유연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동시간은 노동자 삶에 무엇보다 크게 영향을 끼치고, 정치권에서 제시하는 중요한 의제다. 그런데 우리가 기대하는 노동시간 단축 정책은 보기 힘들고 노동시간 유연화를 통해 기업의 이윤과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정책이 매번 나온다. 주 40시간제 시행이 있었지만 그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6개월 단위 탄력근로제, 연구개발 업무에서의 선택근로제, 코로나19 기간 일시적 정책으로 시작했지만 착근해버린 특별연장근로제부터 시작해, 실패한 윤석열의 주 69시간제 정책, 그리고 반도체특별법과 특별연장근로 특례까지. 노동자를 위한 노동시간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 임금노동자들의 2023년 노동시간은 연평균 1천872시간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천742시간과 비교해 130시간 길고, 가장 노동시간이 짧은 독일 1천343시간보다는 긴데, 그해 독일 노동자들보다 529시간(월 44시간) 더 일했다. 2023년에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긴 OECD 회원국은 6개국 뿐으로 한국의 순위는 항상 장시간 노동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시간도 길지만 곳곳에 함정이 많다. 앞으로 전체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 그리고 특히 노동시간이 너무 길거나 짧은 양극단의 노동자를 표준노동시간을 향해 끌어당기는 일이 필요하다. 노동자를 위한 방향은 1주 상한을 주 52시간에서 48시간으로 줄이는 것, 1주 기본 노동시간을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단축하고 하루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이제 제대로 들여다보자. 근로기준법상 주 40시간 노동을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정착시키는 일, 농축산업 노동자에도 적용 제외 없이 휴게와 휴일 적용, 근로시간 특례조항 폐기, 근로기준법이 적영되지 않는 5명 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 법에도 없는 포괄임금제 규제, 특수고용 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보호 장치 마련, 그와 함께 적정 임금 보장. 노동시간 유연화가 아니라 위에 나열한 논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대선 동안 노동시간 정책은 몇 번 나올지, 그중에서 의미 있는 정책은 얼마나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기업 맞춤 유연화가 아니라, 장시간 노동이 아니라, 적정 시간 일하고 충분히 쉬는 사회를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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