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17 07:42
시민 생명·안전 지키는 노동자·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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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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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을 진화하던 산불예방진화대원이 사망했다. 해마다 산불 발생건수와 피해면적, 피해액이 늘어나고 있다. 2017년부터 피해면적 100ha(헥타르) 이상의 대형산불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고, 시기를 가리지 않는 ‘연중화’ 현상도 심화된다고 한다. 대형산불이 상시화되는 시대, 누군가는 이러한 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해야 한다. 이번에 안타깝게 사망한 산불예방진화대도 있지만, 직접 현장에서 산불을 진화하는 산불특수진화대도 있다. 산불특수진화대는 점차로 대형화하는 산불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적인 지상 진화 인력이다. 2017년에 출범한 이래로 크고 작은 산불을 진화해왔다. 그런데 정부는 산불특수진화대를 기간제로 채용했다. 그리고 2019년에 무기계약 전환 계획을 세워 순차적으로 무기계약 전환 중이다. 산불예방진화대는 잔불정리와 뒷불 감시 등을 담당하는데 5개월 계약직으로 채용된다.
우리는 재난이 일상화된 시기에 살고 있다. 이렇게 재난이 빈번하면 그 재난에 대응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산불예방진화대나 산불특수진화대가 그렇다. 그런데 정부는 재난 대응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 산불특수진화대의 경우 화염과 연기, 험준한 지형 등 위험한 곳에서 불을 끄는 일을 하는데 체계화된 교육 시스템도 없다고 한다. 발암물질인 연기를 마시면서 일을 하는데 특수건강검진도 이뤄지지 않고, 인력이 부족해 쉬지도 못한 채 산에서 24시간 불 끄는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위험수당도 지급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가 ‘다른 재난 안전 관련 공무직과의 형평성’을 내세우며 예산편성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다른 공무직들에게도 위험수당을 지급하면 될 일인데 말이다.
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새로운 일자리로 지자체 ‘재난안전 상황실’이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는 재난에 대한 상시 전담인력이 없어서 초동대응이 미흡했다고 진단하면서 ‘재난안전 상황실’을 상시 운영하고 전담인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 지자체들이 채용하는 재난안전 상황실 신규 인력은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이다.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최장 5년까지만 계약을 할 수 있으며, 임금은 최저임금에 머물러 있는 불안정노동자들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재난안전 상황실은 24시간 돌아가야 하는데, 단시간 노동자로 채용해 교대로 돌린다. 재난 상황실은 경험과 숙련이 매우 중요한데,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지 않기 위해서 시간선택제로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름철 집중호우도 재난이다. 오송지하차도 참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집중호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참사가 된다. 폭우가 쏟아져서 도로가 파손되면 지자체 공무직인 도로보수원이 신속하게 낙하물을 수거하고 도로를 유지·보수한다. 그런데 2017년 최고 300㎜의 폭우가 쏟아진 충북 청주에서 도로보수원이 피해복구 작업을 벌인 후 쓰러져 결국 숨졌다. 공무원이 아니라서 굴착기를 사용할 수 없었고, 빗속에서 16시간 동안 삽으로 작업을 하다 숨진 것이다. 충북도는 공무원이 아니라고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고,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제기로 1년이 지나서야 순직이 인정됐다. 문제는 이런 업무가 외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 치수업무도 야간업무는 외주로 넘어가고, 고속도로 유지관리도 외주로 넘어가고 있다. 외주화가 되면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노동자들은 더 위험에 노출된다.
재난의 시대, 우리 삶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위험한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산불을 진화하는 노동자, 폭우가 쏟아지는데 도로를 복구하는 노동자, 위험을 감시하고 대응하기 위해서 24시간 CCTV 앞에 있는 노동자, 이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안전해진다. 그런데 이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안전을 보장받지 못해 더 많이 죽거나 다치고, 노동조건이 열악해 일을 지속할 수 없는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시민과 노동자들의 안전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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