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15 07:38
빅테크 독점, 사회뿐 아니라 기후에도 해롭다
|
|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
|
기후위기 대응이 번번이 실패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거대 화석연료 기업들이 자주 지목된다. 주요 선진국 중심으로 핵심 산업 분야에 넓게 포진한 화석연료 독과점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지속적인 로비 등을 통해 기후 논쟁 지형을 결정하고 기후정책에 영향을 주는 제도를 통제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중요한 거버넌스나 정책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화석연료 독과점 기업들은 엑슨모빌과 같이 거대 석유기업들이 핵심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 중국 같은 산유국의 국영기업도 포함된다, 그리고 이들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아온 조 맨친(Joe Manchin)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같은 정치인이 엮여서 화석연료 기득권을 형성한다. 특히 웨스트버지아주의 조 맨친 의원은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마지막까지 반대하다가 결국 왜소한 형태로 통과시키게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화석연료 독점체들과 달리, 인공지능(AI)와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구글, 메타, 애플 등 빅테크들은 RE100을 선도하는 등 대체로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태도와 행동을 보여온 것이 아닐까? 따라서 빅테크가 비록 플랫폼노동을 양산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무시하며 SNS에서 가짜뉴스 유포를 방치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기후와 생태에서는 긍정적 활동을 해왔다고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틀림없이 주요 빅테크가 지금까지 비교적 기후와 환경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건 사실이다. 물론 이들이 반도체 공급망에 연결된 코발트 광산의 불법적인 노동착취를 외면하거나 효과가 의심되는 탄소 상쇄기법 등을 동원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축소해왔다는 비판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ESG 투자의 전도사로 칭찬받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CEO인 래리 핑크의 태도 돌변 사례를 보면, 제도적 변화 없는 거대기업의 자발적 기후대응이 얼마나 한계가 뚜렷한지 알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따라 투자 방침을 결정하겠다던 래리 핑크는, 2023년부터 ESG 용어 사용 전면 중단을 선언하더니 올해 1월 트럼프 정부 2기 시작 직전에는 아예 ‘탄소중립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ZAMI)’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했던 것이다. 바로 이 같은 이유로 기후 대응의 의사결정이 소수 거대기업이나 경영자의 선의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시장경제의 최고 정점에서 AI와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빅테크는 역사상 가장 독점적인 소수의 의사결정에 의존하고 있다. 필자가 라는 책에서 밝혔듯이, 심지어 이들은 경제 권력을 넘어 공공연하게 정치권력과 유착해 극소수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 독점으로 가고 있는데, 가장 상징적 사건은 미국의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극우 정치인 트럼프 선거운동에 전격 참여한 것이다.
한때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전기자동차는 탄소중립의 상징처럼 보였고, 그가 이윤 수단이 아니라 ‘안전한 AI’를 강조하며 초창기 오픈AI에 참여했을 때 그는 공익을 우선하는 혁신가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태도를 돌변하여 기후위기에 가장 적대적일 뿐만 아니라 석탄 개발을 부활시키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핵심적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한편 최근 AI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확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력수요가 긴급해지자, 주요 빅테크들은 우선순위를 탄소중립보다는 AI 경쟁으로 빠르게 바꾸는 중이다. 그 탓인지 빅테크 경영자들이 2024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파이낸셜타임스는 “에너지에 굶주린 빅테크들이 유엔기후정상회의 스포트라이트에서 사라졌다”며 이를 비꼬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아세모글루는 “정치적, 경제적 권력은 누가 목소리를 갖고, 누가 의제를 설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서로 다른 비전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 가운데 의사결정 테이블에 누가 올라올지를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기술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빅테크 독점은 그 자체로 기후와 생태에 악영향을 줄 잠재성을 가진다고 봐야 한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