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15 07:39
불확실한 트럼프 시대, 지역적 자본주의 구성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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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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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폭락하던 날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역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목적 또한 불분명해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며 조만간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적었다. 반론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으나 결과는 명확했다. 트럼프는 채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관세 유예를 선언하며 사실상 항복했다.
트럼프가 무언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묘한 계책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망상은 이제 그만 버리는 게 본인들 호주머니 사정에도 좋을 것이다. 계책이란 상대가 나의 의도대로 움직여야 비로소 성공한다.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건 피와 살을 가진, 우리와 똑같이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다. 상대를 내 의도대로 유도하기 위해 깔아놓는 함정이 많으면 많을수록 역으로 상대가 그 함정을 벗어날 가능성 또한 올라간다.
예컨대 일각의 주장처럼 트럼프의 이 복잡다단한 행위의 최종적 목표가 중국이라면 처음부터 중국만 때리면 그만이다. 구태여 보편관세를 했다가 철회하는 기상천외한 쇼를 할 필요가 없다. 시장, 중국, 물가 등이 트럼프의 예상과 달리 움직이는 바람에 철회했다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은 트럼프가 일관성도, 명확한 의도도 없이 그때그때의 상황변화에 따라 즉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괜히 중간에 있던 약소국들만 트럼프의 기행에 지레 겁을 먹고 미국에 투자해 손해를 봤다. 트럼프는 다시금 반도체 관세정책을 예고했지만 그 목적이 미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건지 아니면 계속 유예될지조차 명확하지 않아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러한 상황변화에 맞서 새로운 불확실성을 만들어내는 기행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그가 기행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사건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대립, 팔레스타인 전쟁, 북미관계 등등 줄지어 있다. 그때마다 세계정세는 급격하게 요동칠테고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할 것이다. 커져가는 불확실성으로 모든 영역에서 비용이 급증하는 사태가 한동안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시대의 과제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현대 자본주의는 일국적 자본주의에 기초해 노동력의 재생산 비용을 일부일처제적 가족공동체에 전가하던 시대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의 세계화는 일국적 자본주의를 지속불가능하게 만들었으며 많은 비용을 떠안고 있던 가족공동체의 재생산 또한 이제는 불가능해지는 지점에 도달했다.
앞으로는 인구감소에 맞서 주변국들과 연대해 하나의 통합체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유지·확대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노동력 재생산 비용을 사회화시켜야 한다. 그렇게 형성된 지역적 자본주의에 기초해 연합국가를 형성해 안보공백을 방지해야 한다. 미국이 요구하는 바와 같이 동맹국들이 더 많은 책임과 비용을 떠맡으면서도 그걸 일정한 정도로 미국으로부터 자립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미 유럽연합은 미국과의 협력 속에서 지역군의 형성을 꾀해 상부구조 형성에 앞서고 있다.
조만간 세계 자본주의는 그렇게 형성된 복수의 지역적 자본주의 간의 연합체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는 19세기의 고차원적 재현이다. 19세기 제국주의적 질서가 타민족을 억압하는 형태로 지역적 경제권을 형성해 세계시장으로부터 이탈하려 했다면 21세기는 복수의 민족들이 자발적으로 연합하여 자립적 경제권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세계시장 내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할 것이다.
한국도 일본과의 연대를 통해서 지역적 규모의 자본주의, 연방국가, 상비군 등을 형성하려 노력해야 한다. 한일자유무역협정(FTA) 등도 있지만 특히 일본의 재무장을 한국이 주도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한국 진보 계열은 일본의 정상국가화를 우경화와 등치시켜 이해하였지만 앞으로는 좌경화 버전의 정상국가화를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의 천황제를 폐지하고 공화정으로 이행시키면서 한일 연합체를 형성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부터 탐구해야 한다. 한국이 주도하여 일본을 공화정으로 이행시키고 지역적 질서를 재편하는 그런 프로젝트를 지금이라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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