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02 08:11
‘카브아웃’ 부메랑, 노동자에게 돌아온 경영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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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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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시장 주요 매수자 … 고용불안·지역경제 축소 우려
최근 대기업들이 비핵심 사업부를 매각하는 ‘카브아웃(carve-out)’에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유동성 확보와 사업 재편 목적이지만, 현장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구조조정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업 확장 뒤 구조조정 커브아웃 확산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의 사업구조 재편 본격화로 카브아웃 거래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카브아웃 형태 인수합병(M&A)은 △2022년 8건 △2023년 10건 △2024년 17건으로 확대 추세다. 연구원은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주요 대기업이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면서 거래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사모펀드(PEF) VIG파트너스가 2대 주주로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는 보유 지분(57.2%) 중 10% 안팎 지분을 VIG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재무적투자자(FI) PEF TPG컨소시엄(24.51%)·칼라일(6.17%)·모빌리티홀딩스(3.4%)가 지분 전량을 매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면 카카오와 VIG 지분율이 각각 48%, 44%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VIG로의 경영권 변동 가능성이 제기된다. 적격상장(Qualified-IPO) 조건을 달아 정해진 기한 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한 뒤 상장하지 못 할 경우 VIG의 추가 지분 확보와 경영권 이전이 가능한 탓이다.
LG화학은 최근 수처리용 역삼투막(RO멤브레인)을 생산하는 워터솔루션 사업 부문을 PEF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시설 투자 규모를 1조원 이상 줄이고 사업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석유화학 업계 불황이 지속되자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롯데렌탈 인수를 위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어피니티는 지난 3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결합심사가 마무리되면 올해 8월 최종 마무리될 전망이다. SKC도 2023년 10월 자회사 SK피유코어 지분 100%를 글렌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4천24억원에 매각하고 사업재편에 나섰다. 폴리우레탄 원료사업을 정리한 뒤 이차전지, 반도체 등 사업에 집중한다는 취지다.
눈에 띄는 점은 시장에서 PEF 매수자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대기업 입장에선 비핵심 자산을 신속히 정리하고 유동성 확보가 가능하며, PEF는 구조조정과 재매각을 통한 수익 창출에 특화돼 있다.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셈이다. 이에 PEF는 카브아웃 시장의 대표적 수요자로 자리 잡고 있다. 연구원은 제한적인 M&A 환경에서 기업 사업 재편을 위한 PEF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영실패 후폭풍 고용불안↑
카브아웃 확산 후폭풍은 노동자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특히 PEF의 M&A 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잇따른 대규모 실업과 고용불안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롯데렌탈의 경우 매각 이후 경영권을 인수한 PEF가 일정 기간 동안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PEF는 통상 3~5년 내에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목표로 한다. 중장기적인 인력 효율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지속 나오는 이유다. 실제 어피니티는 2017년 락앤락 인수 후 엑시트틀 위한 공장 자산 매각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지난해 기준 노동자는 인수 당시 대비 32% 감소했다. 앞서 인수한 SK렌터카와의 합병이 현실화할 경우 중복 인력 조정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LG화학의 워터솔루션 사업 매각은 지역경제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이 회사는 담수사업 부문 세계 2위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023년에는 청주공장을 증설하고 지역 상생을 위한 공사 자재와 장비를 구매하는 상생협약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PEF 매각 후에는 사업 확대보다 비용 절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복리 후생 축소를 넘어 지역 제조업까지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권 변동은 플랫폼 노동자 전반의 노동환경을 취약하게 만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PEF는 소수 주주의 투자 수익이 우선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에서 비교적 제한을 덜 받는다. 노동조건이나 고용 같은 문제는 단기 수익 실현보다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저금리 시기 풍부한 유동성을 활용한 경영 확장이 카브아웃의 근본적인 원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매물로 나온 사업 부문들은 기준금리 1.0~2.5% 수준이던 시기에 인수되거나 신설된 경우가 많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회사들이 저금리 유동성이 확대될 때 사업 규모를 키운 뒤에 코로나 이후 고금리와 내수부진이 동시에 온 점이 카브아웃의 주요한 이유로 해석된다”며 “대내외 경제 구조와 통화정책 변화가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장기적인 재무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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