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6-05 13:53
중대재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새 정부의 몫’
|
|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8
|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전KPS 하청노동자가 절삭기계 작업 중 목숨을 잃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충격을 더한 것은 6년 전 고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사건이 발생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다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2018년 12월10일 태안화력발전소 석탄이송용 벨트컨베이어 밀폐함 점검구에서 벨트와 롤러 사이에 협착해 고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번 중대재해 원인에 대해 고 김용균 노동자의 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서부발전쪽에서는 “기계공작실 내 선반 주변을 임의로 정리 중이었다”고 사고보고서를 작성해 또다시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다. 아직 구체적인 원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서부발전은 6년 전과 유사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전공량이 줄었다는 이유로 2인1조 근무가 이뤄지지 못할 정도로 인력을 줄였고, 안전보건 총괄책임자인 원청(서부발전)은 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019년 8월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는 진상조사결과 보고서에서 “왜 운전 중인 벨트켄베이어 밀폐함의 점검구 안으로 상체를 집어넣고 작업을 해야 했을까? 개인의 의욕이 넘친 과잉행동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렇게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구조적 원인이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번 사고는 당시 상황과 흡사하다. 당시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서부발전 사장과 법인의 책임에 대해 2023년 12월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했다. 작업 현장의 구체적인 안전 점검과 예방조치 책임은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인 태안발전본부장에게 있다는 이유였다. 이 밖에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기술지원처장, 연소기술부·석탄설비부 책임자들, 전 발전기술 사장, 태안사업소장 등 10명과 발전기술 법인은 유죄가 확정됐지만 금고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관련자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달 19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2022년 10월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고, 2023년 8월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도 50대 노동자가 반죽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뒤 SPC그룹에서 세 번째로 발생한 사망사고다. “피 묻은 빵을 어떻게 먹겠나, 노동자의 피 묻은 빵을 사먹지 맙시다”며 SPC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다시 확산되는 상황이다. SPC에서는 손가락 끼임사고와 컨베이어 충돌사고 등 4년간 수많은 산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악화된 여론에 대국민 사과를 하고 2025년까지 3년간 1천억원을 들여 그룹 안전경영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에 또다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이다. 잇따른 중대재해에도 회장은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에 민주노총를 강요한 혐의로만 구속기소됐을 뿐, 정작 중대재해처벌법으로는 처벌받지 않았다. 평택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와 관련해 SPL 대표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안전보건 체계의 구조적 측면에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산재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적인 개선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결과로 보여진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다. 이재명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노동존중 및 권리보장에 관한 공약을 제시하며 ‘일하다 다치거나 죽지 않게’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노동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고 노동자 및 노조의 실질적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사업장에서 2차례, 3차례 흡사한 중대재해가 반복된 것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탓이다. 진정으로 노동존중 사회로 나아가겠다면 이재명 정부는 SPC와 서부발전에서 연이어 발생한 중대재해를 철저히 진상규명하고 현장을 변화시키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진짜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해 노동존중 실현에 대한 새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유상철 공인노무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무법인필)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