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13 07:37
작업환경측정의무 불이행, 산재 불인정 근거가 될 수 있나
|
|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
|
골프장에서 일하다가 쓰러져 사망한 조리사의 사건을 맡은 적이 있다. 혼자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의 식사를 준비한 것도 충격이었지만, ‘작업환경측정이 이뤄지지 않아 유해물질 노출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조사보고서에도 눈길이 갔다. 결국 공단은 업무부담가중 요인 중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작업환경측정’이란 작업환경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근로자 또는 작업장에 대해 사업주가 유해인자에 대한 측정계획을 수립한 후 시료를 채취하고 분석·평가하는 것을 말한다.(산업안전보건법 2조)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작업장의 사업주는 유해인자로부터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자격을 가진 자로 하여금 작업환경측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동법 125조)
그러나 다수의 사업장,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서 작업환경측정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 근로자는 본인이 일하면서 유해한 인자에 노출되는지, 노출량은 어느 정도인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일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주에게 방진마스크, 환기시설 등을 요청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지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근로자가 일하다가 질병을 얻게 되거나 사망하는 경우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서두의 조리사 사례처럼 작업환경측정보고서가 없는 경우 근로복지공단은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근로복지공단은 ‘조사권’이 있기 때문에 직접 유해물질 노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장에서 유해물질을 치워버린다든지 작업환경을 변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조사가 어렵다.
다행히 근로시간이 길거나 교대제,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등 다른 업무부담가중 요인이 인정돼 산재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할 때 질병과 사업주의 보호의무 위반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반면 작업환경측정보고서가 있고, 유해한 물질에 노출됐다는 점이 기록으로 남는다면 근로자로서는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결국 ‘작업환경측정’을 할 의무의 주체는 사업주이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가 부담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노동부에서 2017년부터 작업환경측정 여부를 상시 감독·발굴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설령 발각되더라도 사업주는 1천만원의 과태료를 내는 것이 고작이다. 이에 반해 근로자는 건강을 잃고, 업무상 재해나 손해배상에 대한 권리까지 인정받지 못하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근로복지공단이 대법원 판례를 참조해 좀 더 적극적으로 산재를 인정하면 어떨까. 대법원은 “희귀질환의 평균 유병률이나 연령별 평균 유병률에 비해 특정 산업 종사자 군(군)이나 특정 사업장에서 그 질환의 발병률 또는 일정 연령대의 발병률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 거부 또는 관련 행정청의 조사 거부나 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단계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대법원 2017.8.29. 선고 2015두3867 판결)”고 했다.
이를 작업환경측정보고서가 없는 사례에 적용하면,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으로 봐 산재를 인정하는 데 있어 근로자에게 유리한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 지금처럼 ‘확인불가’를 이유로 업무상 재해를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근로자를 보호할 필요성, 산재제도의 목적과 기능을 고려했을 때 근로복지공단의 변화가 필요하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