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26 07:44
정말 여기서는 그래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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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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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9일,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2년 평택 SPL 공장, 2023년 성남 샤니공장에 이어 SPC 계열사에서 발생한 세 번째 사망사고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크림빵 생산라인의 냉각 컨베이어 벨트(사진)에서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50대 여성노동자의 상반신이 끼이면서 발생했다고 한다. 왜 고인은 기계를 멈추지 않은 채 작업을 하게 된 것인지, 설치된 지 30년이 지났다고 알려진 설비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 사고원인이 철저히 규명돼야 할 것이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더 밝혀져야겠지만, 이전 사고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이 있었더라면 이런 비극이 또 발생했을까 하는 질문을 지울 수 없다. 2022년 평택 SPL 공장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SPL 대표에 대한 재판은 올해 비로소 1심 재판이 마무리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성남 샤니공장 사고는 아직 검찰에 송치도 되지 않았다. 결국 노동자가 작업장에서 사망하더라도 책임자가 처벌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처벌과 배상의 정도가 미약하다 보니, 사용자는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것보다 지금처럼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노동자를 위험한 현장에 내몰고 기계가 중단없이 작동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여기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을 공격하는 자들의 인식은 여전하다. 명색이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악법이라고 하고, 사업주를 구속한다고 사망자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노동부가 발표한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21년 683명, 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2022년 644명, 2023년 598명, 2024년 589명으로 조금씩이나마 사망자는 감소하고 있다. 이것이 오로지 중대재해처벌법 덕분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있어도 사망자가 줄지 않는다에 대한 반박으로는 충분할 것 같다.
또한 허영인 SPC 회장이 구속됐던 건 파리바게뜨 노동자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한 혐의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SPC 계열사 대표는 없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지 않는다면 법이 제대로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지, 현장에 대한 근로감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오히려 중대재해처벌법에 징벌적 손해배상과 법인에 대한 영업정지나 과징금을 도입해 중대재해를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사업주가 지속해 안전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확인되는 경우 산업재해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등의 인과관계 추정규정을 둬서, 안전조치를 강제하고 기업이 책임을 발뺌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영세 사업장에 보다 적극적인 행정지도도 절실하다.
산재 유가족과 노동자는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대신 정말 여기서는 그래도 되는가, 일하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가 이렇게 많아도 되는가 하고 일터와 광장에서 묻고 있다. 이 당연한 질문에 새 정부가 진심으로 답해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을 향해 빠르고 큰 걸음을 내딛기를 바란다.
노푸른 변호사(법무법인 강남)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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