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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5-27 07:55
개천에서 용 날 수 없는 한국 사회, 교육불평등 해소 가능한가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5  
한국은 해방 후 계급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1970년대까지 급속한 경제발전을 겪으면서 전근대적인 신분사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계층사회를 형성하였고 새로운 직업이 대거 등장함에 따라 교육을 통해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계층상승의 사회이동(social mobility)을 경험하였다. 그 과정에서 상향적 사회이동의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더 나은 직업을 갖기 위한 경쟁의 심화 등으로 인해 상위 학력을 성취하려는 경향이 더욱 짙어졌다. 그 결과, 한국사회는 전 세계에서 교육열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히게 되었다.

교육은 개인에게 더 나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고 계층의 상향 이동 통로로 기능하는 등 여러 순기능을 갖는다. 그러나 교육이 오히려 자본주의적 계급형성과 지속에 일조함으로써 빈곤의 대물림을 정당화하고 강화하는 매개체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특히, 가족중심적 가치관이 강한 한국에서, 교육으로 계층의 상향 이동을 직·간접적으로 경험 혹은 목격한 부모는 자녀 교육을 위해 희생을 감내하거나 기꺼이 희생한다. 결국, 부모 및 조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자녀가 어떠한 교육을 받는지 결정된다. 한국 사회는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사라지게 되었고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는 경향이 있다는 명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생산되는 <청년패널>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부모의 종사상지위, 소득, 교육수준 등으로 산출한 부모세대의 사회경제적 지표(Socioeconomics Index)를 5분위로 구분하여 상위계층부터 하위계층으로 구분해 보면 상위계층의 직업은 주로 소득수준이 높은 관리직(10.5%), 교육 및 자연과학·사회과학 연구 관련직(12.2%), 경영·회계·사무 관련직(25.9%), 금융·보험 관련직(6.5%)이 절반을 차지한다. 반면, 하위계층에는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영업 및 판매 관련직(12.3%), 농림어업 관련직(23.7%), 무직(19.9%)의 비중이 높다. 2020년 기준 최하위 빈곤층(하위 1%)의 가구 평균 소득은 1천812만원이지만, 최상위 1%는 2억3천748만원으로 약 13.1배 많다. 부모세대의 소득은 자녀세대 사교육의 양과 질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상위계층의 자녀는 더 유리한 출발선에 위치하게 됨은 너무 당연하다.

대학교 학벌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한국 사회에서 상위 대학 진학률이 높은 과학고, 외고, 자사고에 다니는 비중은 상위계층이 하위계층의 3배를 상회하지만, 상업계·공업계 고등학생은 하위계층(31.1%)이 상위계층(3.3%)보다 약 10배 많다. 일반 4년제 대학교 진학도 상위계층은 82.3%, 하위계층은 57.1%로, 하위계층 자녀는 일반 4년제에 진학하는 비중이 작을 뿐만 아니라 수학능력시험 상위 10% 점수를 얻은 비중도 상위계층(21.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9.3%를 보인다. 흔히 ‘인 서울’이라고 칭하는 서울 소재 대학교에 진학한 비중도 하위계층은 16.1%, 상위계층은 약 3배 많은 42.8%에 달한다.

문제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단순 자녀의 교육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뒷받침되는 초·중·고 시절의 교육과 이로 인한 상위 대학교 및 학과 진학은 대체로 노동시장 성취로 직결된다. 즉, 교육을 매개체로 부모의 빈곤은 자녀의 빈곤으로, 부모의 부유함은 자녀의 부유함으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히 경제활동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사회보장체계는 노동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근로소득 활동을 통한 꾸준한 기여가 연금 수급권 획득 여부와 급여 수준을 결정하는 국민연금제도만 보더라도 노동시장 성취는 노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어떠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는가에 따라 양질의 교육수준과 인적자본이 형성되고 이에 노동시장 성취도가 좌우되며, 노동시장 성취도에 따라 노후까지도 영향을 받는다. 물론, 상위계층 부모를 둔 자녀의 개인적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더 큰 노력을 통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살아가기 위해 뿌리내리는 토양이 다른 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땅의 차이가 삶의 운명을 가르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공정한 출발선을 마련하기 위한 더욱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과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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