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Home|자유게시판|자유게시판

 
작성일 : 25-05-27 07:56
국민이 원하는 ‘노동과제’와 노동자의 선택은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00  
1. 이제 1주일 남았다. 모레면 사전투표일이다. 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하루하루를 셈하고 있는 날 나는 <매일노동뉴스>를 읽었다. 26일 홈페이지가 아닌 지면을 펼쳐서 어떤 노동뉴스가 있는지 찾아 읽어본 것인데, 매일노동뉴스는 창립 33년 특별호로 일반 국민을 상대로 실시한 노동과제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를 커버스토리로 “국민이 ‘픽’한 새 정부 노동정책”이라는 제목으로 해서 “새 정부 최우선 노동과제는 ‘만 65세 정년연장’”으로 조사됐다고 자세하게 보도하고 있었다.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의 노동과제로 국민들은 ‘만 65세 정년연장’을 꼽았다는 말인데, 그래서 설문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보니 여론조사 의뢰자 매일노동뉴스와 한국노총이 협의한 만 65세 정년연장,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주 4일·4.5일제 도입, 상병수당 및 유급병가 도입 등 네 가지 사항이었고, 그중 최우선으로 조사됐다는 거였다. 나는 한가하게 설문 내용을 읽었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오늘 선정된 주요 노동과제들이 왠지 절박하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이다.

2.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늦춰지면 당연히 그에 연동돼 정년도 연장돼야 하고, 상시 5명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예외도 폐지해야 하며, 주 4일제 등의 도입으로 노동시간 단축으로 나아가야 하고, 상병수당 및 유급병가를 도입해야 할 절박한 필요가 이 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이 나라 노동자들의 권리에 이런 것들은 절실하게 필요하다.

여론조사 결과 최우선의 노동과제로 꼽혔다는 ‘만 65세 정년연장’에 관해서 살펴보면,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늦춰지는데도 이 나라 노동자의 법적 정년은 만 60세여서 정년퇴직 이후 수년 동안 연금 수급 없이 살아야 한다. 그래서 현대자동차 등 주요 사업장의 노조들은 임금·단체협상에서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한국노총 등 노동단체들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에서 규정한 정년 만 60세를 만 65세 등으로 연장하는 법개정을 요구해 왔던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많다. 오래전부터 이 나라에서 정년제도는 못마땅하다고 말해 왔었다.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는 이 나라에서(근로기준법 23조 참조) 일정 연령 도달을 이유로 노동자를 퇴직시키는 정년제도는 타당하지 않다고, 따라서 정년퇴직은 사용자가 노동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사업장에서 내쫓는 것으로서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로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내 주장에 따르면 고령자고용법 등으로 정년제도를 규정하고, 그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논의는 못마땅한 것이었다. 일정 연령 도달을 이유로 노동자를 퇴직시키는 정년제도를 폐지해야 하는 것이지, 이를 인정하면서 그 정년을 연장한다는 논의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노동법은 근로계약에 관해 기간제 아닌 노동자에게는 기간 없는 근로계약만 인정할 뿐이다. 기간 없는 근로계약에서 노동자가 근로계약상 노무를 정상적으로 제공하는 한, 근로기준법 23조 해고제한 규정에 따라 사용자는 노동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 그러니 정년 도달을 이유로 사용자가 노동자를 정년퇴직시킨다면 부당해고로 무효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정년연장 요구에 나는 못마땅한 것이다. 그렇다 해도 만 60세로 규정한 고령자고용법상 정년을 연장하는 것에 내가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분명히 이 나라 노동자의 고용상 권리 향상을 위한 것이기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5명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예외를 폐지해서 마땅히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 5명 미만의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야말로 더욱더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노동법인 근로기준법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 나라에서는 노동법의 존재 이유가 있는 곳에 그 적용예외를 인정해서 노동법이 존재 이유를 망각하도록 해 왔던 것이다. 그밖에 주 4일 근무제 등은 이 나라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서 바람직한 것이고, 상병수당 및 유급병가도 노동자의 건강 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도입이 타당하다.

3. 그런데 오늘 우리 노동자가 살펴봐야 할 것은, 위와 같이 이 나라 노동자의 권리 향상에 필요한 주요 노동과제에 관해서, 21대 대선후보들은 어떻게 공약하고 있는냐 하는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기사에는 정년연장에 관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법적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사이의 단절은 생계의 절벽”이라며 정년연장을 사회적 합의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법적 정년연장에 대한 공약 없이 정년퇴직 후 재고용하는 방향을 제안하면서, 다만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의 정년은 65세로 상향하겠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은 기업들의 고용 비용 부담이 줄어 젊은 세대에 대한 고용 여력이 더 생긴가”며 김문수 후보와 비슷한 입장을 밝혔고, 권영국 후보는 이에 대한 공약은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5명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에 관해서는 이재명 후보는 한국노총과 체결한 정책협약에 포함했고, 권영국 후보는 4명 이하 사업장 노동자와 공무원 등 모든 노동하는 사람을 위한 노동기준법 제정을 공약했다.

주 4일제 또는 주 4.5일제에 관해서는 이재명 후보는 주 4.5일제 도입·확산을 공약했고, 김문수 후보는 공약을 하지 않았으며, 이준석 후보는 이에 대한 공약을 “무책임한 포퓰리즘 경쟁”이라며 중단해야 한다고 했고, 권영국 후보는 주 4일제를 공약했다. 그리고 상병수당과 유급병가에 관해서는 이재명 후보와 권영국 후보가 공약했다.

이상과 같이 오늘 이 나라에서 주요 노동과제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그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중시하지 않는 자가 노동자를 위한 공약을 밝힐 리 없다. 노동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자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공약할 리가 없다. 어떤 방식이든 그가 가진 입장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이상과 같은 몇 가지 노동공약만으로도 이번 대선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후보를 선택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노동공약을 가지고 말하자니 충분하지가 않다. 주요 노동과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 판단하기에는 오늘 이 나라에서 치르는 대선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4. 6월3일 대통령선거는 12·3 내란사태로 대통령 윤석열이 탄핵되면서 실시되는 것이다.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로 발발한 이 나라의 내란사태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결의와 비상계엄 해제, 윤석열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윤석열에 대한 대통령직 파면 결정 등을 통해 진압돼 왔다. 하지만, 윤석열에 대한 지귀연 재판부의 구속취소결정과 심우정 검찰총장의 즉시항고 포기 및 석방 지휘를 통해서 윤석열을 풀어줬다. 윤석열 파면 이후 실시될 대선에서 유력 후보 이재명에 대한 서울고법의 무죄판결에 대한 대법원장 조희대의 유례 없이 신속한 전원합의체재판부에 회부와 심리, 파기환송 판결 선고, 그리고 서울고법 재판부의 신속한 특별송달 및 변론기일 지정 등 이례적인 재판 진행으로 이 나라가 내란을 진압해서 민주공화국의 질서를 회복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과 헌재 탄핵심판의 생생한 과정은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내란을 비호하는 세력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뿌리 깊은지 드러냈다. 윤석열과 그 일당에 대해서 엄정한 법집행을 해야 할 검사와 판사는 그들이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무지하기라도 한 듯이 집행했고, 그들의 변호사들은 헌법과 법률을 왜곡해서 제멋대로 떠들어 대며 국민들을 선동해 댔다. 이런 것들을 지켜보면서 절망하고 낙담했다. 윤석열 일당을 지지하는 세력에 맞서 이 나라가 내란을 진압하고 민주공화국을 온전히 지켜 낼 수 있을 것인지 날마다 조마조마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로 발발한 내란사태를 진압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오늘 이 나라에서 실시되는 대선에서 선택은 분명하다. 대선후보 중 내란진압에서 역할을 해 왔고, 대통령으로서 내란세력을 제압할 수 있는 자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이 원하는 ‘노동과제’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가 절박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내란을 진압하고 대한민국을 국민이 원하는 민주공화국으로 바로 세울 대통령 후보가 누구인지가 보다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오늘의 방문자 1 | 총 방문자 38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