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28 11:30
산업단지 거점에 ‘노동자 조식지원센터’ 설치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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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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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3년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많은 금속노조 사업장 작업현장에서 ‘발암물질 없애기 사업’을 전개했다. 실제 암환자 찾기 사업을 진행하여 200명 넘는 노동자가 산재 신청을 했고, 많은 노동자가 직업성 암 산재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건강권 관점에서 야간노동에 대한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해 야간노동이 발암물질로 규정되고, 특수건강검진 항목에도 포함되는 계기가 됐다.
금속노조를 나와서도 광주전남지역을 토대로 활동하며 노동자 복지를 향상하는 한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근무여건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제안도 그중 하나다.
작업복 세탁소가 있으면 노동자는 현장에서 일하며 유해물질이 묻었을지 모를 작업복을 집으로 가져가지 않아도 된다. 작업복 세탁소는 2019년 경남 김해에서 처음 만들어진 이후 광주, 전남, 창원, 구미, 안산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도 각 지자체별로 속속 만들어지고 있어서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가 확산될 거라 믿는다.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와 더불어 꾸준히 건의한 또 하나의 사업은 ‘노동자 조식식당’ 설치다. 산업단지, 농공단지로 출근하는 노동자는 오전 6시에는 집에서 나와야 한다. 이렇게 이른 출근을 하다 보니 아침을 먹지 않고 하루를 시작하는 노동자가 많다. 특히 건설노동자, 농공단지 노동자, 이주노동자, 비정규 노동자 등 50명 미만 작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아침 식사를 거르더라도 일터 주변에서 요깃거리를 찾기 어렵다.
조식을 거르고 강도 높은 일을 하면 점심에 과식을 하게 된다. 그러면 오후에는 작업에 대한 효율이 떨어지고, 졸음도 오기 마련이다. 졸음은 재해로 이어질 수 있고 불규칙적인 식사가 반복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대기업에서는 복지 차원에서 조식을 제공해 많은 노동자가 조식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조식 지원에 대한 대기업 노동자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회사가 1천원도 안 되는 적은 금액으로 김밥, 누룽지, 샌드위치 등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반면 소규모 사업장은 열악한 재정 여건으로 인해 개별 기업 차원에서 조식식당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한계를 정책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 노동자 조식식당 사업이다. 비정규직이 많고 50명 미만 노동자가 많은 산단 지역의 지하철역, 그리고 노동자의 주거 밀집 지역에 노동자 거점 조식식당 설치를 제안한다.
국가산단 및 노동자 밀집 지역에 거점 조식지원센터를 설립해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 김치, 채소, 그밖에 농축수산물 등을 소비하면 농민들과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농민들과 노동자들이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갈 기반이 마련된다. 2013년부터 노동자 조식식당 설치를 건의해 왔는데 2023년 3월에야 전국에서 처음으로 광주광역시에 노동자 조식식당이 설치돼 운영에 들어갔다. 현재 첨단산단에 2호점이 설치됐고, 최근에는 전북 완주산단에서도 노동자 조식식당 설치됐다고 한다. 10년 만에 비정규 노동자,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이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오늘도 산단으로 출근한 노동자는 대부분 아침 식사를 거르고 일을 시작한다. 노동자 조식지원 사업의 성공으로 전국 주요 산단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과 복지가 개선될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 노동자 거점 조식식당과 작업복 세탁소는 젊은 노동자들이 떠나가는 산업단지가 아니라 돌아오는 산업단지로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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