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25 07:58
연속된 재해에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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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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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노동자 세 명이 빵 만들다 목숨을 잃었다. 고작 빵 만드는 일로 사람이 죽겠냐 싶지만, 일상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계설비들이 뜨거운 열을 뿜어대며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공장이다. 생산품이 빵일 뿐이지 자동차공장, 반도체나 화학공장처럼 불에 데고, 컨베이어에 끼이고,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환경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왜 ‘그 회사’에서는 사람이 자주 죽을까? 유사동종 사업장에서도 사고는 자주 발생하지만, 사람이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잘 없다. 그만큼 회사 분위기가 안전에 뒷전이진 않을까? 사업장 안전보건 의식 수준을 향상시켜야 할 사업주가 당장 여론의 눈총을 받으니까 마지못해 안전에 투자하다가, 여론이 식었다 싶으면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용두사미를 반복하다 이렇게 된 것은 아닐까?
생산 품목이 박리다매의 전형인 식품이라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짐작해 보기도 했다. 자동차 한 대 팔면 수천만원씩 버는 회사랑, 선박 한 척 건조하면 수천억원 버는 회사랑, 원유 가공해서 수십수백 가지의 화학물을 팔아 수조원을 벌어들이는 회사와, 산업사회의 쌀이라 부르는 반도체로 수십조원을 버는 회사에 비한다면 빵 두 개 만들어서 하나는 버리고, 하나는 팔아서 몇백원 남기는 회사는 초라해 보이긴 하니까.
그럼에도 사람이 셋이나 죽었으면 참작하기 어렵다. 모름지기 한국사회에선 삼세판이라고 하지 않던가. 한번 잘못은 실수라고 치고, 두 번 잘못은 불운이라 해도, 세 번 잘못하면 확신범이다.
이미 두 번의 사망사고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사업장 안전보건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온다며 안전보건 컨설팅도 했다.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전문가를 영입했다며 홍보도 했다. 이 모든 노력이 기만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2년 전 계열사공장에서 23세 여성노동자가 소스 배합 설비에 끼어 사망한 사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인해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의 1심 재판 결과가 대표이사 집행유예로 끝나버려 다시 옛날처럼 해도 된다고 여긴 것은 아니었을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지만,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면 새로 입양한 소를 잃지는 않는다. 대체 이 회사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척만 했다. 또다시 경을 쳤다.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다. 단순히 ‘재수 없어서’ 생긴 헤프닝으로만 여긴 것은 아니었을까?
세 명이 죽었다. 부모에게는 ‘대기업 다니는 자랑스러운 딸’이었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였을지도 모를 사람들이다. 다들 내일을 고민했을 사람들이었다. 언제든 대체할 부품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았더라면, 사업장 안전보건을 형식적인 개선을 넘어서 유기적인 작동성까지 고민했더라면 이런 죽음은 반복하지 않았을 테다.
하인혜 안전관리 노동자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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