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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5-26 07:40
좋다, 하자 개혁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0  
대통령선거가 코앞이다. 계엄과 내란을 절반은 극복하고 치르는, 그러니까 내란 세력의 완전한 궤멸과 민주주의의 재건이라는 절반의 과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막중한 선거다. 이번 선거는 정책이나 가치는 고사하고 도무지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걸맞은 인격과 태도를 단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은 천하의 무뢰배 윤석열이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어퍼컷을 날린 사태로 인해 치르는 선거이기 때문에, 당선 즉시 임기 시작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구성해 두 달가량 새 정부의 국정 가치, 그에 따른 정책, 그것을 실천할 방법과 인사 등을 도모할 겨를이 없다.

이 점 다시 강조한다. 시간이 없다. 그 누구든 당선하면 바로 업무 개시다. 빌드업 생략하고 곧장 전방으로 패스해서 원샷 원킬 해야 한다. 이 대목, 의외의 효과가 있다. 충분한 준비와 점검의 시간이 없는 대신 그동안의 정책 방향과 수단을 제대로 파악해 순식간에 전개하면 빌드업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쟁과 소모적인 논란을 줄일 수 있다.

국제 외교, 국가 경제, 민생과 복지 등에서는 다소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의 어떤 부분에서는 쾌도난마가 필요할 수 있다. 스포츠 분야가 바로 그러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이인삼각으로 조를 이뤄서 여전히 20세기의 국가주의 엘리트 국위선양에 머물러 있는 스포츠 분야는, 의외로 메달 따고 해외에 진출하는 기존의 스포츠 정책 말고도 얼마든지 신산업에 기여하고 사회 통합과 도시재생 등을 도모하는 정책과 수단을 풍부히 내장하고 있다. 그것을 기존의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국위선양 일변도에 덧붙이는 부가 서비스 정도로 여겨왔다. 이를 이번 기회에 일거에 추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정책인가. 수없이 제안되고 또 수없이 기각돼 지금은 문체부나 대한체육회의 서류상자 어디 쯤에 묵혀 있을 소중한 정책들이 한둘이 아니다. 구글의 검색창에 물어보면 인공지능(AI)이 1초 안에 대답해 준다. 다음은 실제로 그렇게 하였더니 AI가 금세 알려준 내용들이다.

우선 대한체육회의 내부 구조를 개선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책임감 있는 조직 운영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것. 다음으로 지방체육회들의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해 지역 체육 발전을 촉진하고 지역 체육인들의 권익 보호에 힘쓸 것. 그리고 학생의 운동 환경을 개선해 선수의 복지 증진과 체육계 성폭력 문제를 해결, 체육인 인권 및 지속가능한 체육 환경을 조성할 것 등이다.

이런 얘기 처음 보는 사람? 한국의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수십 번 들은 얘기다. 물론 그 세부로 들어가면, 그 미세한 틈 사이로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해 그 틈 사이로 폐쇄적 기득권이 작동해 결국은 이른바 ‘체육계’의 도돌이표로 잠식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어쨌든 처음 듣는 얘기들은 아니다.

그런데 왜 지금이 호기일까. 앞서 말했듯이 새 정부는 인수위 없이 곧장 업무 개시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대전환의 거대한 방향타를 정확히 잡고 임기 초반에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문체부나 대한체육회 등의 기존 구조는 새로운 스포츠 정책의 가치와 방향에 일단 동반해 일정한 역할을 하되 슬슬 역회전을 걸거나 어디 빈틈이 없나 찾을 것이다. 일부는 현실성을 이유로, 또 일부는 현장의 반대로, 또 그 밖의 단서와 조건들로 인해 슬슬 김이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인수위조차 가동할 수 없는 현 조건이 오히려 스포츠계에는 호조건이라는 것이다. 스포츠 정책의 흥망사를 돌이켜 보건대 취임 전 두 달가량의 인수위 동안에 스포츠 정책은 제안서로 원점 회귀하곤 했다. 적어도 이번에는 제안서가 곧 기안서가 되는 조건이니 ‘신중하게 서둘러서’ 세부사항은 전개 과정에서 조정되더라도 적어도 향후 대한민국 스포츠 정책의 근간만큼은 반듯하게 세워야 한다.

그 첫 과제가 대한체육회의 개혁이다. 개혁! 이렇게 말하면 또 현장의 마찰이나 실익 없는 명분 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미 대한체육회가 그것을 천명했다. 새 정부 출범을 코앞에 두고 대한체육회가 일종의 ‘정치적 제스처’를 취했다고 평가절하할 수 있으나 제스처면 어떤가. 일단 대한체육회가 그렇게 해보겠다고 한 것을 단호한 버팀목으로 삼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한체육회(회장 유승민)는 지난달 17일, 스포츠개혁과 혁신을 위한 정책자문기구 ‘대한체육회 스포츠개혁위원회’를 공식 출범하면서 체육단체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체육인 인권 및 복지향상 등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설마 그렇게 되겠느냐고 이를 냉소로 보기 보다는 ‘좋다, 그러면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하자’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냐’ 하고 단단하게 되묻고 답을 내고 함께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물론 대한체육회가 이런 조치를 한 것은, 일차적으로 새로운 정부의 출범에 따른 제스처의 측면이 있지만, 그보다는 ‘이기흥 구체제’를 ‘유승민 신체제’로 안착하는데 ‘개혁’이라는 과제를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체육계 내부에서도 질리고 질려서 결국 이기흥이라는 노회한 권력자가 물러나게 되었는데 이 또한 ‘개혁’의 작은 실마리다. 여기에 유승민 회장의 ‘개인 리스크’도 작동한다. 문체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는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현 대한체육회장) 등에게 ‘근거 없는’ 인센티브 제도 운영 책임과 관련해 대한체육회에 징계를 요청한 상태다. 탁구협회 임원이 주도해 유치한 후원금이 사실상 탁구협회 정관이 규정한 임원의 이익 충돌 방지 조항에 어긋나고, 인센티브를 수령함으로써 협회에 재산상의 손해를 끼쳤다는 게 스포츠윤리센터의 판단이다. 이런 제반의 상황에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명목상으로라도 ‘개혁’을 추진하거나 적어도 그것에 반대할 수는 없다. 이는 작은 동력이다.

실은 더 큰 동력이 있다. 그것은 이 지면에서 자주 소개하고 주장한대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스포츠, 선수, 감독 등에 대해 대대적인 전환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이미 IOC는 2017년 3월, 국제투명성기구·UNI 세계선수기구·국제노동조합연합·국제엠네스티기구 등과 함께 올림픽과 관련한 투명성·굿거버넌스·인권보호·부패 방지·환경보호 등을 천명했다. 그 후 수년에 걸쳐 다양한 모색을 거친 IOC는 2024년 총회에서 아예 올림픽 이념의 기본 원칙을 대폭 수정하는 역사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스포츠의 보편적 권리’ ‘인권과 보편적 기본 윤리’ ‘표현의 자유’ 등이 그 핵심이다.

이렇다는 것은 지난 겨울의 ‘헌법공부’에서 확인했다시피, 앞으로 국제 스포츠와 개별 국가 스포츠의 가치, 정책, 방법이 대대적으로 수정된다는 뜻이다. 대비해야 한다. 아니, 지금 그렇게 추진해야 한다. 스포츠와 보편 권리, 바로 이 대전환의 지렛대를 새 정부 국가 스포츠 정책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 기준에 의해 체육계 내부의 인권 향상과 조직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유승민 체제의 대한체육회가 지난 4월 개시한 개혁은 확실한 알리바이다.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당장 하자. 보편권리와 굿거버넌스 방향으로 개혁하자. 이렇게 밀고 나가야 한다. 이 기준에 따라 ‘스포츠와 도시 재생’ ‘스포츠와 문화콘텐츠 산업’ ‘스포츠와 국제 연대’ ‘스포츠와 인구 소멸 대응’ 등이 일목요연하게 전개돼야 한다. 시간이 없다. 두세 달만 지나면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원심력은 회복된다. 이 분야는 관성의 힘이 세다.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기 일쑤다. 그러니 그 전에 시작이라도 해야 한다.

정윤수 스포츠평론가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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