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26 07:55
[사회대전환, 노동 ③] 일하는 누구나 아파도 안심하고 당당히 쉴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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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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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로는 산재보험과 유급병가, 그리고 상병수당이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일하다 다치거나 병에 걸렸을 때 치료와 생계를 보장한다. 업무상 재해나 질병이 아니더라도 아픈데 쉬지 못하거나 생계를 유지하지 못해서 삶이 파탄 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산재를 신청했지만, 불승인되는 경우도 많다. 쉴 권리뿐만 아니라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병가 사용 시 발생하는 소득상실 위험은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는 ‘유급병가’와 공적으로 조성한 재원에서 현금급여를 지급하는 ‘공적 상병수당’ 제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세계 184개 국가 가운데 한국과 미국 등 11개국을 제외한 173개국이 유급병가 또는 상병수당을 도입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과 미국만 상병수당 제도가 없다. 한국은 법정병가(무급 포함), 상병수당 제도 둘 다 없는 유일한 OECD 회원국이다.
코로나19 이후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다. 상병수당 본사업은 오는 7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윤석열 정부는 2027년 7월로 갑작스레 연기했다. 다음 달 3일 이후 들어설 새 정부는 일하는 누구나 아파도 안심하고 당당히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아래의 내용을 고려해야 한다.
상병수당은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주어지는 보편적인 제도가 돼야 한다. 상병수당이 누군가를 제외하고 선별적으로 적용하면 노동자들은 자신이 얼마나 아픈지, 소득은 어떤지 증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불안정 노동자는 제도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유급병가도 마찬가지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유급병가 조항을 넣는다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에 제외된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나 가사노동자를 비롯해 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는 제외될 우려가 크다. 상병수당과 법정 유급병가가 절실한 불안정 노동자들이 제도화 과정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충분한 소득 보전도 중요하다. 상병수당 시범사업에서는 최저임금의 60%를 지급했다. 상병수당에 대한 국제노동기구(ILO) 권고 기준인 이전소득의 3분의 2는 돼야 한다. 하한선은 최저임금 이상이 마땅하다. 불안정 노동자는 소득이 불규칙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플 때 일을 많이 못 해서 소득이 줄어들어 있는 상황에서 상병수당을 신청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이전소득을 산정할 때의 기준은 6~12개월로 넓혀야 한다. 또한 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않고 일하는 경우가 많아 소득 증명이 어려운 사정도 많다. 불안정 노동자들의 실질소득을 인정하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상병수당과 유급병가를 사용할 때 불이익을 우려하는 노동자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병수당과 유급병가 사용을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나 해고를 금지’하도록 하고, 어길 경우 처벌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상병수당 신청 절차와 소득 증명 절차를 간소화하고, 상병수당·유급병가를 신청할 때 노동자들이 대체인력을 구하도록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 그리고 작은 사업장은 대체인력을 마련할 자원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정부가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 상병수당이 시행된다면, 공적 사회보장제도 중 가장 마지막으로 도입되는 셈이다. 기존의 사회보장제도들과 유기적으로 서로를 보완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병수당 본 사업 시행 전 시민사회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두루 살피길 바란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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