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26 07:56
“격차해소·연대 위한 초기업교섭, 임금·근로조건 표준화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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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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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비루했다. 특별한 정견도, 정책적 의지도 없이 혐오에 기생해 정권을 꿰찼다가 12·3 내란사태로 자멸했다. 어쩌면 우스꽝스러운 정부로 기억되겠지만, 당사자인 대한국민에게는 비극이다. 20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2022년 3월부터 21대 대통령선거인 오는 6월3일까지, 한국 사회는 압축적으로 퇴행했기 때문이다. 정치는 스스로 뒷걸음질 쳤고 사회와 경제는 위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정체했다.
이제 정치·사회·경제는 흘려보낸 3년의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들 책장 넘기듯 덮어 버릴 수 없는 지경이다. 우리 고용노동시장은 어디가 고장 났고,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을까. 대선을 약 열흘 앞둔 지난 22일 <매일노동뉴스>가 배규식(68·사진)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나 들어봤다.
오랜 기간 노동연구원에 몸담았던 배 전 원장은 2018~2021년 연구원장을 지냈다. 2021년부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지방혁신연구원 대표를 지내고 있다.
대선 쟁점은 ‘윤석열’, 노동 없는 대선은 올해도
노동환경 더 어려워질 것, 지금이 가장 호황일 수도
- 대선을 목전에 뒀다. 개별 후보 평가보다 이번 대선에서 쟁점화한 의제가 20대 대선과 비교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듣고 싶다.
“노동 관련 쟁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불법계엄과 내란으로 인한 탄핵·파면이 핵심 쟁점이었고 국회의 윤석열 탄핵 이후에도 지귀연 법원의 윤석열 석방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지연, 조희대 대법원의 이재명 대선후보 정치적 졸속 재판에 따른 정치적 논란, 윤석열 내란에 대한 형사재판 진행, 개헌 같은 정치적 쟁점이 다른 이슈를 덮고 있다.
앞서 20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일하는 사람의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과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차별 해소를 위해 상시업무를 정규직고용으로 하는 원칙,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5명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등을 제시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노사합의를 바탕으로 한 주 4.5일 근무제 도입과 정년연장 단계적 추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임금분포공시제, 포괄임금제 폐지,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 노란봉투법 입법, 지방공무원 특별사법경찰권 부여, 노동법원 설립, 초기업교섭과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화 등을 제안하고 있다.
2022년 3월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자영업자와 플랫폼 노동자 대상 직업능력개발 기회 확대와 재취업 지원, 취약계층 노동권 보호를 위해 플랫폼 종사자 등 모든 노무제공자의 권리보장 법제화, 청년아르바이트 근로자보호법, 상병수당 도입, 임금체불 청년 노동권 침해시 무료법률서비스 제공을 이야기했다. 이번엔 고소득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완화, 노동시간 단축 없는 주 4.5일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폐지, 대기업 신입 공채 장려, 청년창업 지원, 대학교육 혁신을 통한 양질의 청년일자리 창출 등이다. 노란봉투법은 반대하고,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은 단계별로 하자고 한다. 노동정책이 쟁점이 되지 않는 선거 분위기가 지속하고 있다.”
- 우리 노동시장은 제조업과 건설업의 고용 부진이 눈에 띄고, 비정형 노동자가 9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지속해 증가했다. 원인은 무엇이고, 노동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저성장과 대외 변화가 있다. 올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 경제성장률을 0.8%로 낮게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그리고 중국의 무서운 부상에 따라 수출이 매우 불확실하다. 관세에 따른 미국시장 수출 정체나 감소에 이어 중국의 내부 과잉산업설비 투자에 따른 밀어내기 수출 격화로 세계 각지에서 수출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기업은 설비투자와 고용을 보수적으로 전망할 여지가 크다. 가계 역시 낮은 성장률과 높은 가계부채율로 인해 정체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꼭 필요한 보건·사회복지 등 일부 필수서비스를 제외하곤 제조업 전반과 건설업, 제조업과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업 등에서 정체와 뒷걸음질이 예상된다. 기업은 이렇게 성장 전망이 어둡고 불확실하면 정규직 고용보다 비정규직 고용을 선호한다. 더구나 저성장·초고령화 사회가 본격화해 경제가 활력을 갖기 어려울 수 있어 노동환경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어쩌면 오늘이 가장 호황인 시대일 수 있다는 의미다. 비정형 노동자가 늘어난 건 산업전환과 고령·여성노동자 공급 증가 영향도 있다. 매우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비정형 노동자 숫자에 앞서 전체 취업자는 늘었다. 비정형 노동을 살펴보면 특수고용직과 플랫폼노동자, 시간제 노동자, 임시직, 사내·외 하청, 이주노동자 등 형태가 다양해졌다. 표준적인 고용관계가 침식하고 있다.”
- 변화점 가운데 주목하는 대목이 있나.
“시간제가 늘었다. 임시직 가운데 시간제 고용이 늘어났는데, 서비스업종 고용이 늘면서도 전일제 고용이 약화하고 시간제를 활용하는 비율이 커지지 않았나 짐작한다.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노동자만이 아니라 다양하게 늘었다. 여성노동자 공급이 늘고, 주로 사회복지서비스업 등 서비스업종에서 고용이 늘어난 것도 영향이 있어 보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2022년께부터 여성고용이 늘어나고 덩달아 시간제고용도 늘었다. 경기순환에 따라 시간제고용은 어느 시기에는 주 36시간 미만 구간에서 늘고, 어느 시기에는 주 52시간 이상에서 늘어나는 등 변화의 진폭이 크다.”
비정형 노동의 팽창
표준적 고용관계 침식·단협 규율력 약화
- 비정형 노동시장 팽창과 비정형 노동자 증가는 기존 사업장 노사관계를 뒤흔드는 변화다. 이 새 노사관계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그리고 비정형 노동자가 권리주체로 형성될 수 있는 방법론은 뭔지 궁금하다.
“앞서 말했듯 표준적 고용관계의 침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용근로자의 비중은 늘지만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시간제 고용, 임시직, 사내·외하청, 도급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고용형태의 다양화는 불가피하고 고령화에 따라 표준적 고용관계는 더욱 침식한다.
기존의 단체교섭 틀로 노동시장을 규율하는 게 중요하지만 고용형태 다양화에 따라 단체교섭 규율력도 하락한다. 모든 나라에서 그렇다. 특히 기업별 교섭을 통한 노동시장 규율은 약점이 크고, 산업·업종별 교섭도 약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단체협약 적용률은 1980년대 51.4%에서 2019년 기준 32.3%로 크게 감소했다. 미국·영국·캐나다·일본·멕시코·폴란드, 그리고 한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절반가량은 민간부문 노동자 가운데 16.6% 미만이 단협 적용을 받는다. 노조 가입률도 낮아지고 있고 청년층은 특히 노조에 대한 관심이 줄고 가입도 안 한다. 결국 단체교섭뿐 아니라 다른 형태의 고용관계 규율의 중요성이 점증한다. 대표적으로 최저임금제와 생활임금제, 혹은 시중노임단가다. 사회보험 의무가입과 다양한 법적 보호, 사회적 대화와 개별적 권리보장, 직업과 직무에 관한 임금공시제를 통한 시장의 임금표준화 추진과 불법파견 단속 등이 필요하다.”
- 비정형 노동자를 권리주체로 형성하기 위해 노동자로 보고, 반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지우자는 논의도 꽤 진척됐다.
“우버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노동자성 추정과 사용자 반증책임은 유효하다. 다만 부분적이다. 고용형태 다양화에 대응하는 방식 중 하나일 뿐 주되거나 포괄적으로 보긴 어렵다.”
- 비정형 노동자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하면 스스로 조직화해 보호주체가 될 수 있지 않은지.
“조직화가 쉽지 않다. 사실 일반 노동자 조직화도 잘 안 되지 않나. 특수고용직이나 플랫폼 노동자 등은 일터가 분산돼 있다. 물론 화물연대본부처럼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므로 조직화할 수 있는 곳은 해야 한다. 다만 업종이나 직종별로 접근해 권리를 보장할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하든 어느 단위에서 하든 다양한 형태의 직종이나 업종별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의견청취와 토론 등으로 실태를 파악해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그를 바탕으로 적정한 임금을 고려하고 4대 보험은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마련할 수 있다.”
-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기에는 여전히 시혜적인 구상 아닌가.
“국내 경험이 있다. 지역일반노조 실험을 하던 시기다. 조직화를 해도 교섭이 깨지면 활력을 잃는다. 아주 노련한 조직가가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조직화를 한다면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공제회 등을 통해 지역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커뮤니티를 토대로 기업노조가 결합해 조직화를 확대하는 것이다. 서구 노조는 대부분 초기부터 커뮤니티에 뿌리를 두고 있어 가능했다. 한국노총의 공제회 실험 등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기업 노사, 임금·근로조건 ‘공개’할 수 있나”
“초기업교섭시 사업장 단위 파업하지 않아야”
- 노동계는 최근 차기정부의 새로운 노사관계 규범으로 초기업교섭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한다. 다만 초기업교섭 체계 구축에 대해 노동계와 학계, 정치권의 고민이 부족해 과거의 논의와 고민에서 별로 진전하지 못했다. 기존에 초기업교섭 체계를 유지했던 곳의 경험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도 유지됐던 경험들이 있는데 이에 대한 분석과 객관적 평가가 부족하다. 대표적으로 버스 노사나 택시 노사 등이다. 보건 노사도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개별 기업 수준의 교섭, 기업별 교섭체계, 대각선 교섭 같은 형식과 다르게 초기업교섭 체계 구축이 의미를 갖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이를 위해 기업을 넘어서는 임금과 근로조건의 표준화, 중복교섭 배제와 사업장 노조의 중립화, 노사 간 타협과 신뢰 체제 확립, 노조의 일정한 조직화가 이뤄져야 한다. 여기서 사업장의 중립화란 단위사업장 노조의 파업 유보 등도 포함할 수 있다.
초기업교섭 체계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인 여건상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강제하더라도 실제 교섭테이블을 만들기 어렵고, 가까스로 만들어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노조도 그럴 때마다 매번 기업 수준을 넘는 파업을 하기도 소모적이고, 그렇게 할수록 기업 사용자들은 더더욱 초기업교섭을 기피할 것이다.”
- 상당히 비관적이다.
“초기업교섭은 임금과 근로조건 표준화가 핵심이다. 그게 해당 초기업 단위의 노동시장을 기업 바깥에서 규율하는 것이니까. 그러려면 임금과 근로조건을 공유해야 한다. 우리 노사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이를 전제하지 않고 초기업교섭 체계를 구축한다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그리고 초기업교섭 체계로 교섭하려면 사용자에게도 희생을 강요하긴 어렵다. 그래선 교섭이 안 된다. 희생할 거면 사용자가 왜 하나. 대표적인 사례가 그래서 사업장 단위의 파업을 하지 않는 방식이다. 독일이 그렇다.
초기업교섭 체계가 구축되면 여러 대목에서 긍정적이다. 기업 간 격차를 줄일 수 있고 파편화한 노조 조합원 의식도 연대를 기반으로 재구축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정치권에 제도화만 요구하는 것은 쉬운 발상이다.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고, 성공 모델링이 필요하다. 이걸 할 수 있는 열쇠는 노조에 있다. 향후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 정치적 권력으로 재계를 압박해 테이블로 끌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말을 끌고 강가엔 갈 순 있어도 물을 먹이진 못한다.”
국회 사회적 대화, 노사 당사자 의지에 성패 달려
경사노위 대화, 노사가 스스로 타협한 경우만 지원해야
- 노사관계뿐 아니라 노사정관계도 차기정부에서 재정립돼야 한다. 주목되는 것은 국회가 사회적 대화의 주체로 나섰다는 점이다. 국회 사회적 대화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국회 사회적 대화는 경사노위와 달리 민주노총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민주노총이 참여할지는 의문이다. 그간 고집해 온 노정교섭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는 사회적 대화를 위한 유용한 공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책임을 지고 참여하지 않으면 국회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나 정책내용은 정부보다 적다. 노사가 타협하지 않는다면 경사노위보다 더 정부의 지원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관건은 노사 스스로의 의지다. 노사가 정부를 압박하거나 동원해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펴기만 바랄 뿐 전국 수준에서 스스로 타협해 무엇을 해보자는 의지나 정책을 갖지 않으면 결국 국회, 특히 여당을 동원해 정부를 압박해 노사가 각각 원하는 정책 채택을 바라는 수준의 경사노위와 다를 바가 없다. 그저 여당이 노동계를 지원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정부의 많은 정책에 반영하긴 쉽지 않다.”
- 경사노위도 수술이 불가피할 텐데.
“경사노위의 정부 주도성이 자주 이야기된다. 실제로 노사는 경사노위의 정부 주도성에 비판적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부의 주도성에 익숙한 양면성도 있다.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노정교섭도 결국 정부 의존성을 드러내는 것이고, 한국경총도 정부나 보수언론 뒤에서 그들이 대신 무언가를 해주길 원한다. 한국노총도 스스로 정책방안을 내서 경총 또는 재계와 타협하기보다 정부나 공익위원이 정책을 제안해 주거나 정부 지원을 지렛대로 노사 간 타협안을 만들어 주길 원하는 경우가 그간 많았다. 앞으로는 노사가 주도하되 정부는 뒤로 빠지고, 노사가 실제로 타협을 한 경우, 혹은 노사가 전문가들과 함께 타협한 경우에만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노조가 없는 업종이나 직종 같은 취약부문에는 정부와 전문가, 경사노위가 더 다양한 형태로 의견을 듣고 현장을 조사하고 공개토론을 하는 등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를 확대한 방식을 경사노위 안팎, 그리고 지역에서도 전개해야 한다.”
- 복합위기의 시대라고 한다. 노사정 각 주체에게 요구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다면.
“저성장, 초고령화 시대 그리고 디지털 전환, 불평등 구조 지속 등에서 희망을 잃은 다수의 노동자와 취약계층이 극우를 지지하는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크다. 그런 점에서 조직화된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조는 미조직·취약계층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권리보호를 우선해야 한다.
노사가 여러 복합위기에 대해 기업 수준의 작은 이익에 집착해 대립하기보다 큰 방향에 대한 타협이 필요하다. 노사 모두 분파적 이해관계에 몰입해 내부 이해관계 조율과 양보·타협 등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새 시대 새 질서에 필요한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어렵다. 일례로 사용자가 양보하고 정부가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데 기존 생애임금을 높게 받아 온 노동계만 양보하지 않는다면 타협이 되겠는가. 우리 노조가 현재 같은 조직과 교섭, 활동 방식을 고수하면 청년층을 끌어들이는 데도 어려움이 커질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다양한 대외변화에 맞서 제대로 된 산업정책을 펼 수 있어야 한다.”
복합위기 시대, 산업별 면밀한 정책 절실
- 산업정책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복합위기 시대를 맞아 각 산업에 걸맞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각 산업의 성장경로와 대외변화의 영향 등에 따라 대응이 다르다. 우선 뿌리산업이다. 인력 양성과 임금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뿌리산업은 한번 소멸하면 다시 구성하기 쉽지 않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데 인력 공급도 안 되고 연구개발도 안 된다. 뿌리산업이 무너지면 제조업이 무너진다. 뿌리산업의 다양한 영역, 그러니까 금형이나 주조산업 등에 대한 각각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숙련을 어떻게 유지·전승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영역 외에 구조조정 산업정책이 필요한 곳도 있다. 석유화학산업이다. 현재 시장이 매우 위축된 상태다.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이던 중국이 이제 기술력이나 생산성 면에서 수출국이 됐다.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선도국도 있다. 여수·순천쪽은 이미 휘청였다. 울산쪽도 샤힌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에스오일(S-Oil)을 제외하면 위기다. 이런 곳은 인력 양성과 공급 등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대체산업을 물색하고 노동자를 산업전환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이런 산업정책을 마련하는 게 절실한 과제다.”
- 대외적 환경변화에 민감한 대응을 주문하는 것 같다.
“그렇다. 특히 중국의 부상에 대해 안일하다. 물론 트럼프 관세도 충격이 클 것이다. 다만 점차적으로 폭과 길이가 감소할 걸로 본다. 일종의 단기충격이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중장기적 기간 동안 높은 강도의 일관된 충격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중국의 기술과 생산력이 크게 강화됐다. 우리만 이런 변화에 둔감하다. 윤석열 정부는 그저 중국을 적대시만 했지 특별한 대안을 꾸리지 못했다. 중국의 변화와 이에 따른 국내 영향에 대해 우리나라 노조도 면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저성장 기조, 그리고 중국의 부상에 따른 영향으로 교섭주기를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 매년 임금인상 요구를 하기 어려워 3~4년 정도로 폭이 길어질 수 있단 얘기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세계적으로 완성차 조립공정의 가치가 감소하고 자동차 연구개발과 소프트웨어 같은 전후방 공정의 가치가 증대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다 조립공정을 조직화하지 않았나. 이런 변화에 민감하지 않으면 대응이 어렵다.”
배규식 전 한국노동연구원장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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