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3-27 09:53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 국제노동기준에 반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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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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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윤석열의 내란으로, 해외에선 트럼프와 머스크의 반동으로 인해 노동자・시민의 권리가 공격받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권을 보다 폭넓게 노동자에게 보장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플랫폼 노동자에 관한 새로운 국제노동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총회 논의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 회원국 노·사·정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ILO의 187개 회원국 정부 중 141개 정부가 답변해 역대 최고로 관심을 끄는 사안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원래 회원국 정부는 답변을 보내기 전에 자국의 가장 대표적 노·사단체와 협의를 거치도록돼 있지만, 한국 정부는 그런 협의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 정부의 답변 내용은 이번에 공개된 ILO 보고서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정부 답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플랫폼 노동자 보호에 관한 새로운 협약 채택에 반대했다는 점이다. ILO협약은 채택되면, 비준한 국가를 구속하는 노동관계법의 일종이 된다. 만약 ILO가 플랫폼 노동자에 관한 협약을 만들게 되면, 플랫폼 노동자에게 노동관계법을 적용하는 새로운 국제노동기준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국제노동기준이 형성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ILO협약 채택에 반대하는 대신 법적 구속력이 약한 ILO권고를 선호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93개 국가의 정부가 협약 채택에 찬성하고 이에 반대한 국가는 12개에 불과하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한국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보편적 노동기준을 적용하는 것에도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그들에게 ‘특수한’ 별도의 노동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생각하는 그런 특수한 노동기준의 내용은 무엇일까? 이어지는 설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그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먼저 한국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결사의 자유 관련 87호·98호 협약 등 ILO기본협약을 적용하는 것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자영인의 경우에는 경쟁법 적용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쉽게 말해 플랫폼 노동자 중에는 노동법의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고 이들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경쟁법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 정부는 ‘근로자’로 인정돼야 함에도 ‘자영인’으로 오분류된 경우를 시정하기 위해 노동관계법을 적용하는 사람의 범위를 재조정하는 제도가 도입돼야 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등 노동관계법의 ‘근로자’ 정의를 현실에 맞게 개정하자는 법개정안에 수십 년째 반대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와도 일맥상통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 밖에도 한국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법정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의 최저기준을 보장하는 내용이나, 플랫폼업체가 노동자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보수에서 공제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 직장내 괴롭힘으로부터의 보호하는 내용, 알고리즘 등을 통한 노동자관리가 차별, 노동안전 등 노동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등이 국제노동기준에 포함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노동약자 지원법’이나,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플랫폼 종사자 보호 법안 등을 통해 실제 한국 정부가 만들려 했던 법제도가 과연 무엇인지를 분명히 드러낸다. 그것은 ‘보호’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는 노동법 쪼개기 전략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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