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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5-22 08:25
정권교체가 내란 청산일까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8  
윤석열 탄핵 이후 대선 국면이 열리면서 정치는 다시 ‘폐쇄회로’로 갇힌 듯하다. 대선 후보들의 권력을 향한 경쟁은 마치 한편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듯 우리들을 관중의 자리에 묶어 둔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치솟는 물가에 실질임금은 사실상 뒷걸음치고, 소득·자산 양극화는 역대 최대치이며, 노동자든 자영업자든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비명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죽일 듯이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민생위기에 내놓는 해법에 있어서만큼은 초록이 동색이다. ‘하루 8시간 노동제’라는 역사적 노동기준을 허물어 임금을 쥐어짜는 것이 기업 경쟁력 회복의 유일한 방책으로 제시되고, 법인세·상속세 등 감세를 통해 자산을 가진 집단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책이 ‘중도’로 포장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저질환은, 90년대 이후 역대 정권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노동유연화’ 정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재벌·대기업부터 안정적 고용을 축소하고, 기간제·단시간·간접고용·특수고용 등 나쁜 일자리로 대체됐다.

기업은 이윤 수탈에 따르는 비용과 책임을 노동자와 사회에 전가하고, 법과 정책은 그걸 용인할 뿐 아니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훨씬 웃도는 자영인의 확대는 안정적 일자리에서 밀려나 그야말로 ‘자기-구제(self-employment)’로 내몰린 노동자의 또 다른 모습에 다름 아니다.

이런 신자유주의 정책들은 ‘보수’와 ‘진보’라는 근거없는 이름으로 불리는 양 정당들이 번갈아 집권하는 내내 일관되게 유지됐다. 탄핵 이후 열린 대선 공간에서 후보자들의 공약에 사실상 차별점이 없는 것도 그런 역사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적 상황이 더욱 갑갑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운동진영의 대응방식도 과거를 되풀이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 민주노조운동은 비정규직, 중소사업장 노동자를 조직해 노동조합의 대표성을 강화한다는 정책을 추구했다. 하지만 이런 ‘전략조직화 사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전 조직적 과업이 아니라 일개 부서의 사업 중 하나로 쪼그라들었다.

노동유연화를 뒷받침하는 법제도에 맞서는 투쟁은, 이러저러한 ‘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의원에게 청원을 넣는 활동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법제도적 요구의 의미를 교육하고, 법제도가 지시하는 노동자 내부의 차별과 분열을 현장에서부터 극복하기 위한 노조활동을 조직하는 과정은 점점 더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민주노조운동이 아니면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이런 활동들을 내버려 둔 채, 정권과 보수정치권에 수동화되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는 민주노조운동의 역량 소실을 넘어서, 노동자 내부에 확산되는 차별과 빈곤, 혐오의 요인으로 노동조합이 지목되는 끔찍한 상황마저 낳고 있다.

8년 전,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내걸었던 박근혜가 탄핵되고 ‘촛불’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문재인 정권하에서 노동시간과 최저임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등 법제는 차별과 배제를 더욱 내재하는 방식으로 개편됐다. 민주노조운동은 그 시간 동안 노동자 내부의 격차를 축소하고 연대를 확장하는 실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잃어버린 5년’의 후과로 우리는 윤석열 정권이라는 시대착오적 반헌법적 권력의 출현을 경험했다. 이제 다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새 정권이 기존의 정책을 지속하는 한, 그리고 민주노조운동이 또다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미뤄두고 자신의 운명을 남의 손에 맡겨두는 한, 우리는 또 ‘윤석열 어게인’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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