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22 08:28
평범한 하루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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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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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아내와 아침 식사를 한다. 출근이나 회의에 쫓기지 않으니 매 끼니가 여유롭다. 오후에는 가볍게 동네 산책을 하고, 책도 읽고 차도 마시는 여유를 부린다. 주민센터 프로그램 수강에 성공한다면 악기를 하나 배워 보는 것도 좋을 테다. 선선한 저녁에는 아내와 배드민턴을 친다. 뉴스와 드라마를 보며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면 어느새 하루가 저문다.
소박하지만 평범한, 내가 바라는 정년퇴직 뒤 삶의 모습이다. 부귀영화는 아니더라도 가족과 함께 여가를 보내는 평화로운 나날이면 그간의 고생에 대한 보답으로 충분하다. 정년퇴직 후 이런 ‘평범한 하루’를 바라는 이는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속상하게도 이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노동자가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시기 차로 인한 소득 크레바스(소득 단절)로 정년 이후에도 노동시장을 배회한다.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국민연금을 의무화했으나, 제도의 미비 때문에 노동자는 불안정한 시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민연금 수급연령과 연계한 정년연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고,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65세까지 단계적 법정 정년연장에 찬성한다. 정년연장은 강력한 사회적 과제이자 요구로 당면해 있다.
요구에 발맞춰 우리 노조도 단체협약을 통해 2022년 62세, 2024년에는 65세로의 점진적 정년연장을 합의했다. 임금피크제나 급여삭감 없는, 임금협상까지 적용받는 온전한 고용연장이다. 당연히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장기근속자 인건비에 부담을 느끼는 사쪽의 완강한 반대를 극복하고 합의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노동계에서도 임금삭감 없는 정년연장 합의가 얼마나 희소한 성공 사례인지, 이후 정년연장 관련 인터뷰 및 토론회 요구와 문의를 숱하게 받았다. 노조조직률 10%대의 대한민국에서 노조 협상력으로도 개선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에서, 소득 공백을 해소하는 데에 65세 정년연장 법제화만큼 분명한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년연장 역시 하나의 요인일 뿐 안정적이고 편안한 노후를 보장하지 못한다. 기대수명은 증가하는 데 반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연금 도입 당시 70%대에서 40%대로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사적연금은 소득이 불안정한 저소득층과 비정규 노동자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 수준의 노인빈곤율은 개인의 노후 준비 부족보다 소득보장 체계 부재라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인구구조의 고령화, 비정형 노동 증가 같은 사회적 추이를 고려했을 때, 개인의 불안한 노후 및 노년 빈곤은 향후 국가의 경제·사회에 더욱 큰 파급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이 시한폭탄이 아닌 안정적인 사회적 변화로 안착하려면 결국 공적연금의 국가책임 강화 말고는 답이 없다.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딧 확대, 저소득 가입자 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국민연금의 소득보장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다각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더불어 적정한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퇴직급여제도 확대 적용, 고령자 고용촉진 및 고용안정 강화 방안도 수반해야 한다.
정년연장과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노력이 우리 노후의 평범한 하루를 약속해 줄 수 있다. 노년의 평화롭고 평범한 나날이 한정된 계층의 특권이 되지 않도록, 인간의 노동이 생계를 위한 일에 국한되지 않고 자아실현으로 확장되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노후를 살피고 보호해야 한다.
장경술 성원환경노조 위원장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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