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25 07:56
‘압도적 승리’와 ‘나중에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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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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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차별금지법 제정) 방향은 맞지만 …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기 어렵다.”
대통령 탄핵으로 맞이한 조기대선 국면에서 2017년 유력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2025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각각 한 말이다. 언뜻 방향성에 동의한 이재명 후보의 말이 진전으로 읽힐 수 있으나, 지금 당장 추진해야 할 과제가 아닌 후순위로 미뤄 버렸다는 점에선 크게 다를 바 없다.
정치권과 달리, 8년 새 광장의 모습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특히 이번 광장에서는 그간 사회에서 잘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가시화됐다. 차별과 낙인의 대상이 됐던 이들도 당당히 응원봉을 들고 스스로 빛났다. 성소수자는 불특정 다수가 모인 광장에서 정체성을 드러냈다. 자신을 노래방 도우미라고 소개한 시민도 ‘탄핵 너머 사회’를 말했다. 이 밖에도 대통령 퇴진이나 정권교체 같은 단일한 구호로는 수렴되지 않는 목소리가 색깔도 모양도 제각각인 응원봉과 함께 광장을 채웠다.
민주당은 바로 이런 분위기 속에 치러지는 21대 대선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또다시 나중으로 미뤘다. 민주당이 목표로 하는 건 압도적 승리와 내란세력에 대한 압도적 응징이다. 압도적 승리 이후에는 광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까. 민주당은 이미 21대, 22대 총선에서 압도적 격차로 다수당이 됐다. 그런데 차별금지법 관련 논의가 제자리걸음인 것은 물론이고, 장애인은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고, 노동자는 복직 등을 요구하며 하늘감옥에 갇히는 현실 또한 그대로다.
이재명 후보가 말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란 무엇일까. 성장과 통합, 차별금지는 함께할 수 없는 과제일까. 차별과 불평등이 없는(혹은 완화된) 나라여야 대외 신인도를 높일 수 있는 국가경쟁력이 있는 나라 아닐까. 누구도 성별·장애·나이·인종·성적지향·성별정체성·고용형태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진정한 사회 통합도 가능하지 않을까. 게다가 차별은 사람을 죽일 수도 굶길 수도 있다. 차별을 해소하는 것이야말로 ‘먹고사니즘’의 전제조건이라는 뜻이다.
윤석열 퇴진 집회를 주도한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지난 2월10일~3월6일 시민들이 바라는 사회대개혁 과제를 분석한 결과 ‘차별금지와 인권보장’이 31%로 가장 많았다. 지금의 우선순위는 차별금지다.
어고은 기자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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