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26 07:40
정년연장이 급해요? 주 4일제가 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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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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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과 주 4일 근무제 중 어떤 걸 더 급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보세요?”
최근 만난 대기업 관계자가 내게 던진 질문이다. 내 대답은 ‘정년연장’이었다.
주 4일제는 당장 법제화하기에는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급하게 제도화할 정책은 아니라고 봤다. 반면에 정년과 연금 수급연령이 일치하지 않아 소득공백 기간이 있는 지금 정년제도의 미흡함 때문에, 정년연장이든 계속고용이든 빨리 법제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질문을 한 사람은 생각이 다른 것 같았다. 그 이유를 금방 알았다. 그가 다니는 직장은 주 4일제를 시행할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이었다. 눈앞의 일이었다.
<매일노동뉴스>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뒤 대선기획으로 ‘차기정부, 이것만은’ 시리즈를 준비해 보도하고 있다. 모두 7개의 정책과제를 선정했다. 우리가 잘살기 위해 반드시, 시급히 도입해야 하고 사회·정치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단’만 남아 있는 제도들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정년연장과 주 4일제는 뺐다.
급하다고 생각한 정년연장을 뺀 이유는 대선 뒤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매일노동뉴스가 굳이 주장하지 않아도 시행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12·3 내란사태가 일어나기 전, 여야는 구체적인 방법에서는 차이가 났지만 정년연장이나 계속고용 필요성에는 동의했다.
내란사태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안이 나왔을 수도 있다. 합의를 못 했더라도 경사노위 권고안을 바탕으로 국회에서 법안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중일 거다. 내란이 정년연장을 잡아먹었지만, 대선이 끝나면 다시 수면에 떠오를 수밖에 없다.
토요일 오전까지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직장에서 일하다가, 어느 순간 맞이한 주 40시간제·주 5일제가 경이롭던 때는 지났다. 일주일에 이틀 쉬는 게 이젠 행복하지 않다. 더구나 우리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이 아닌 주 52시간 근무가 마치 원칙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고, 실제 노동현장도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주 52시간 넘겨 일할 수 있는 나쁜 유연근로제도 널려 있다.
주 4.5일이든 주 4일이든, 주 36시간이든 주 32시간이든 노동시간단축 흐름을 되돌리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 하더라도 주 4일제가 “이것만은”이라고 할 정책은 아니라고 봤다.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사업장 규모, 고용형태 등에 따라 혜택을 받는 게 차이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격차를 줄이고 시간빈곤을 해소하려면 사회 전체 격차를 줄여야 한다. 당장 무슨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결되겠는가.
마침 매일노동뉴스와 한국노총이 ‘노동현안 국민조사’를 진행했다. 새 정부가 중점 추진해야 할 노동과제 4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 중 2개는 매일노동뉴스의 ‘차기정부, 이것만은’에 포함돼 있고, 나머지 두 개는 정년연장과 주 4일·4.5일 근무제다.
조사결과 매일노동뉴스 판단이 크게 틀리지 않았는데도 당황했다.
주 4일제를 중점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보지 않는 국민이 더 많았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게 싫다기 보다는 돈을 덜 버는 게 싫은 이들일 것이다.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니 먼 세상 얘기일 것이다. 임금이나 소득이 적으니 더 일해야 하고, 일이 끝나면 집에 돌아가 애를 보거나 가사일을 해야 하니 밥먹고 잠자는 시간 빼고는 개인 시간이 없는 이들이다. 주 4일제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대기업 노동자들과는 다른 세상 사람들이다.
한 번의 여론조사가 모든 걸 반영할 수 없다. 그럼에도 거대 야당이 공약하고 양대 노총이 대선정책으로 요구한 주 4일제를 중점 정책으로 보지 않는다는 결과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긴 어렵다.
8일 뒤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뽑힌다. 새 정부는 노동시간을 줄여도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까.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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