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3-21 08:16
노사문화와 안전보건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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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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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 24조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보위)를 다룬다. 산보위는 노사 동수 인원으로 구성해 사업장 내 안전보건업무를 심의, 의결하는 기구다. 사업장 안전보건 업무를 책임지는 대표자인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의 업무와 중복되기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은 그만큼 중요하다.
물론, 안전보건업무는 어느 나라에서나 사업주 책임을 중점으로 본다지만, 실제로는 사업주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조직이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각 구성원들의 임무와 역할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나름 공동체라는 점에서 공동체적 대응이 필요하다.
산재 사업장에 대한 법적 강제 컨설팅 조치인 명령진단, 사업장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자율진단,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근거한 반기이행의무점검, 특정 화학물질을 기준 이상 사용하는 사업장이라면 의무적으로 운영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인 공정안전보고서(PSM) 등의 용역 업무 수행을 위해 사업장에 방문하면 산보위 운영 실태를 점검하곤 한다.
산보위 운영 실태를 보면 해당 사업장의 노사문화를 알 수 있다. 노사관계에 따라 산보위 안건과 그 내용들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어느 사업장은 노사 관계가 좋지 않다. 임단협을 비롯해서 각종 사안에서 노사가 엇박자를 내왔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산보위는 구성됐으나 제대로 열리지 않고 있다. 최소 분기당 1회 이상 실시해야 하지만, 회사측은 노동조합의 안전보건 개선 요구를 비용문제를 들어 이행하고 싶어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요구라고 여긴다. 반면 노동조합은 회사측의 안전보건 정책이 작업 공정과 현장 문화를 무시한다며 안전보건부서의 안전보건 업무 자체를 불신해 산보위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사실 산보위가 정기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면 과태료 등의 행정조치를 받을 수 있음에도 노사관계가 좋지 않으니 벌금 내고 만다는 식이다. 산보위가 정기적으로 열리지 못하니 사업장 내 자체 발굴한 유해위험 요인에 대한 해결이나, 사업장 내 산재사고에 대한 내부 조사에 대한 결과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면서 사업장 내 문제는 계속 적체될 수밖에 없다.
이와 반대로 노사관계가 사업주 편에 기울어진 사업장은 산보위 안건과 그 집행 내역이 매우 기계적이다. 회의 안건지 내용이 법률 조문을 복사해서 붙여넣는 수준이다. 당연히 사업장 내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가 상정되지도 않고, 조치 결과도 매우 형식적이다. 단순히 표지판 몇 개 더 붙이고 끝낸다. 심지어 산보위 결과지를 전체 직원에게 공유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게 두루뭉술한 내용을 공개한다. 이렇다 보니 사업장 내 재해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 자체적인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역량 축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다수 발견된다. 노동조합 집행부의 임기는 짧고, 산업안전보건법과 관계 안전보건법률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제조업 사업장들은 최소 5~6가지 안전보건 관계법률의 적용 대상이고, 화학물질 사용량이 많은 사업장은 12개 이상의 관계법률을 적용받고 있으니 접근장벽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대한 분량을 소화하기 어려워서 발생하는 어려움으로 산보위에 의욕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한계를 겪는 경우도 상당수 존재한다.
물론 이런 사업장만 있지는 않다. 노사가 적당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산보위를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장도 있다. 매 분기마다 산보위를 운영하되, 두 달간 사전 회의를 진행하여 예산확보와 개별 안건의 중요도를 점검해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노사협력이라기보단, 노사 상호 긴장관계라 할 수 있는 게, 사측의 안전보건 정책에 있어 못 보고 있는 지점을 노동조합이 지적하고, 사업장 내 작업 문화와 관련한 영역에서 문제가 있으면 사측 대표로 참석하는 안전관리자나 보건관리자가 문제를 지적하면서 사업장 내 안전문화 개선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안전보건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노사문화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개별 사업장마다 노사관계가 천차만별이라 확언할 수는 없지만, 노사가 적당한 긴장관계에 있어야만 사업장 내 안전보건 수준이 좀 더 높은 단계로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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