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3-21 08:18
조달청은 공공계약을 독점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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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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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인가요? 민간인가요?
나라살림연구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무실내의 전등을 교체하면서 관련업체에 문의했다. 그랬더니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 왔다. 공공구매냐 아니냐는 것이다. 공공일 경우 가격이 거의 두 배이니 이야기하는 것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연구소는 공공기관도 아닌데다가 세금으로 구매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저렴한 민간가격으로 구매했다. 나라살림을 분석하고 감시하는 것이 주된 일인 곳에서 일어난 어이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일은 공공조달에 참여해 본 사람들은 모두 아는 비밀이었다. 물품 용역 공사는 모두 조달청에서 계약을 한다. 최근 발표된 조달청의 ‘2025년 물품 용역 공사 발주계획’ 자료를 보면 2025년 정부 및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공조달은 10만5천819건에 7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이 자료는 상반기에 조달을 독려해 경기회복을 가속화하는 마중물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자료이다.
하지만 올해 정부예산은 673조원이다.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출을 합해야 하겠지만 공공조달은 정부예산의 10%가 넘는 거대한 규모다.
그런데 조달청의 업무는 물품구매 공급 및 공사 계약만이 아니다. 주요 원자재 비축사업, 정부 물품 및 국유재산관리, 나라장터를 관리한다.
한마디로 방대한 업무다. 이 중 공공전자조달을 하는 ‘나라장터’ 플랫폼에는 6만9천여 공공기관과 56만9천여 조달업체가 이용하고 있다. 조달청에는 1천118명이 근무하고 있다.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한 거대한 조달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중가격제
최근 조달청은 이중가격제에 대한 자료를 발표했다.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가격 위반’ 집중 단속이라는 자료를 통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가격 위반을 집중 단속했다는 내용이다.
또한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등록된 ‘다수공급자계약’(MAS·Multiple Award Schedule) 계약물품에 대한 시중가격 모니터링을 확대·운영한다고 밝혔다.
다수공급자계약은 품질·성능·효율 등이 동등하거나 유사한 물품에 대해 여러 업체와 단가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등록하면, 수요기관이 별도의 계약절차 없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직접 해당 물품을 선택해 구매하는 제도이다.
이는 우대가격 유지의무 때문이다. 우대가격 유지의무는 MAS 가격이 ‘가장 우대된 가격’이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MAS 계약업체는 조달계약단가를 시장공급가격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이 업체들이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이었다. 이번 점검 대상은 주로 컴퓨터, 복사기, 공기청정기, 전자칠판 등 전자, 가전제품으로 민간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격 노출 빈도가 높은 물품이다.
지난해에만 문제가 발견된 13개 품명 35개 규격에 대한 점검으로 가격을 낮추게 한 것이 23억7천만원 가량이다. 조달청은 올해에는 7천633개에 대한 점검을 진행해 ‘반칙가격’을 없애 조달가격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조달청업무가 계약만 10만건에, 참여업체만 56만개인 현실에서 점검 규모는 매우 적다. 물론 조달청의 인력으로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제보에 의존하거나 문제가 드러난 품목을 중심으로 점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를 공개하고 노력하려는 조달청의 자세는 만시지탄이지만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달청은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시스템 노후화와 잦은 장애문제다. 나라장터는 2002년 개통 이후 전면 개편 없이 운영돼 노후화된 시스템으로 인해 2023년만 7차례의 장애가 발생했다. 1회 장애시 1천건의 입찰 공고와 10만명의 입찰자에게 영향을 미치며, 원인 불명의 오류가 빈번히 발생한다. 클라우드 서비스 미도입으로 트래픽 폭주시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 과부하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둘째, 높은 가격과 독점적 구조다. 경기도 조사 결과 나라장터 제품의 13.9%가 시중가보다 비싸게 거래되며, 규격 변경을 통해 가격 비교를 어렵게 만드는 관행이 있다.
특정 업체의 독점적 입찰로 인한 이중가격제 문제가 지적되며, 나라살림연구소는 2015~2019년 분석을 통해 재정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셋째, 입찰 담합과 비리문제다. 공공기관 입찰 비리 발생시 해당 기관의 계약 사무가 2년간 조달청으로 이관되는 ‘즉시 퇴출제’가 시행되지만, 2023년 기준 8개 기관에서 비리가 발생하는 등 근절되지 않고 있다. 관제담합(조달청 직원과 업체 간 유착) 방지를 위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독점의 비용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정보화시대에 세계 10위 규모의 경제대국인 한국에서 공공조달을 한 곳에서 독점하는 것이 맞냐는 것이다.
이중가격제의 현실은 독점이라는 구조가 가져오는 필연적인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공공조달을 해 본 사람들은 특정 업체를 사실상 지정해서 하는 계약들이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항상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달청은 플랫폼을 제공할 뿐 계약의 공정성 등을 확인할 의지도 능력도 안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2015~2019년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분석을 통해 조달청 독점의 문제를 제기한 바가 있다. 연구소 지적 이전에 국민권익위원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를 통해 동일제품을 시중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지적이 있었다.
독점의 비용은 여러 군데에서 발견된다. 첫째, 정부와 지자체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조달사업법)에 따라 나라장터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에 따른 조달 수수료 부담이 발생한다.
경기도는 최근 3년간 조달청에 246억원의 조달 수수료를 납부했다. 또한 나라장터에서 시중 가격 대비 높은 가격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발생해 예산 낭비가 초래될 수 있다.
둘째, 공공기관도 기관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에서 입찰 비리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기관의 계약 업무가 2년간 조달청으로 이관된다. 이는 해당 기관의 업무 차질과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일반 시민들에게도 영향이 있다. 조달 비효율성으로 인한 세금 낭비는 일반 시민에게 간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조달청은 '나라장터 상생세일'을 통해 일반 시민도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혜택을 제공하는 등 노력은 하고 있다.
모든 장기적 독점은 부패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즉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업무를 맡은 곳의 부패가 아니더라도 그곳을 이용하는 기관들이 면피하고 부패 소지를 가진 계약을 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더군다나 부패는 미뤄놓더라도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이중가격시장은 재정의 비효율과 낭비를 조장하고 장려하는 시스템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2000년 7월에 민간플랫폼 사업자를 연방 조달청 시장유통에 참여시켰다. 우선 아마존 등 3개사다.
한국 역시 시중 유통되는 상용품과 품질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가구, 단순 사무용품, 컴퓨터 등 물품을 민간 유통 플랫폼 시장에 공개해 준독점적 성격을 해소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미 2000년에는 경기도와 서대문구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독자적인 조달을 시도하기도 했다. 조달청의 독점적인 구조를 개선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감사원의 면책 사례를 통해 현장에서의 규제 완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은 대중 정보화시대다. 부패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법적으로 독점을 보장해 주는 것은 검색만으로 알 수 있는 정보를 무시하는 시대착오적인 행정이다. 불만이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레임으로 전환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에 평가가 높은 K시대다. K뮤직, K푸드, K문화 등 세계가 평가하는 시대이다. 그러면 이제 K행정도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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