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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3-27 09:58
디지털 성범죄와 여성 건강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40  
지난해 여름, 중학생이 교사와 여학생의 사진을 도용해 불법합성물(딥페이크)을 제작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해당 교육지원청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학생이 사진으로 합성성범죄물을 만든 행위는 교사의 교육활동 침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제작은 했지만 배포하지는 않았다는 이유다. 교사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텔레그램 딥페이크’ 단체대화방에 중학생이 교사의 사진을 올린 것이 교권보호위원회에서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됐다. 그러나 가해자는 출석정지 5일, 외부기관 특별교육 이수 10시간, 보호자 특별교육 이수 2시간의 징계로 마무리됐다. 학생의 제보로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딥페이크 음란물이 이미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유포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교사의 사례도 있다. 단체방이 삭제돼 가해자를 찾아내지 못한 채 수사는 중단됐고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모르는 상태로 남았다. 피해자는 6개월간의 휴직 후 소속된 지원청 안에서만 인사이동이 가능한 규정에 따라 인근 학교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해당교육청은 이례적으로 관외 전보를 허용했으나 여전히 이와 같은 피해자의 업무복귀 관련 대책은 표준화돼 있지 않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9명이 졸업앨범이 딥페이크 범죄에 쓰일 것이 걱정된다고 보고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2023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보고서에서는 그해 지원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8천983명이고 여성은 6천663명(74.2%), 남성은 2천320명(25.8%)이었다고 밝힌다. 성범죄가 발생한 수가 아니라 피해가 있다는 것을 공개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무릅쓰고 지원을 요청한 수가 이 정도다. 불법촬영, 합성과 편집, 유포, 유포협박, 괴롭힘을 모두 조사해 포함하고 있는데 딥페이크 영상 피해는 전체 피해 중 2.9%로 다소 낮지만 2022년 212건이던 것이 2023년 423건으로 늘었다. 국내외 연구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성희롱, 성폭력, 성범죄 피해로 인한(국제적으로 디지털 성희롱, 성폭력 등 기술기반으로 발생하는 성적 폭력, 범죄에 대한 어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연구마다 지칭하는 피해의 범위가 다양함) 건강영향은 주로 정신적 피해들을 언급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을 검증한 양적 연구물 3천990건을 메타분석한 연구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은 불안, 우울, 대처 능력의 결핍(poor coping)을 경험하고 있음을 밝혔다. 최근 스페인에서 수행된 연구는 디지털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들의 자살충동과 자살시도가 유의미하게 높았으며 항우울제 등 약물 사용의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보고했다. 또 다른 연구는 디지털 성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의 경험이 자살의 위험을 유의하게 높인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종사자 역시 피해 촬영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심리적 소진 및 간접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피해자의 심리적 고통을 마주하며 대리 외상의 위험에 놓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텔레그램에서 불법합성물 성범죄가 여성 학생·교사에 이어 군인·기자 등 전 사회로 광범위하게 확산됐고, 지난해 11월 국회와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강화방안을 내놓았다. 허위영상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플랫폼 사업자 의무를 강화, 삭제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런데 디지털 성범죄는 불법합성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딥페이크 기술이 이제 실현할 수 있게 해준 것이지 여성혐오와 성적 대상화는 뿌리깊다. 미성년자, 이주노동자처럼 더 어린 대상, 더 취약한 대상이 성범죄의 표적이 돼왔던 것처럼 디지털 성폭력 역시 맥락을 같이한다. 단지 ‘기술이 가능하게 한 성폭력(Technology facilitate sexual violence)’의 경우 더 광범위한 피해를 보다 손쉽게 일으키게 된 것이다. 다음달 성폭력방지법 개정 시행에 맞춰 중앙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가 출범하게 된다. 피해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처방은 여성 신체에 대한 착취를 멈추는 것이며 혐오를 멈추는 것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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