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15 08:04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유일한 진보 후보, 가려진 이들 대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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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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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외 대선 출마. 진보진영이 다시 이 길을 간다. 21대 대통령선거 운동이 본격화한 가운데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61·사진)가 유일한 진보정당 후보로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중도보수를 자처하고, 국민의힘은 12·3 내란과 대통령 파면, 대선후보 교체 파장을 거치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권 후보는 진보정당의 위상을 다시 세울 수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권 후보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광장형’으로 출마의 변을 부탁한다.
“평범한 60대 이성애자 남성 권영국이다. 광부의 아들, 과학자를 꿈꿨던 소년이었다. 대학생 때 사회에 눈을 떠 해고노동자가 됐다가 사법시험에 합격해 민주노총 법률원을 설립했다. 정권교체를 넘어 차별과 불평등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대선에 출마했다. 노동당·녹색당·정의당과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경선을 통해 선출한, 현재로서는 유일한 진보 단일 후보다.”
-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국면에서 제야당이 모두 광장에 있었는데, 후보가 광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적임자인 이유는 뭔가.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노동자·성소수자·장애인 등 가진 사람 반대편의 손을 잡아 왔다. 그들과 함께 싸우는 삶을 살았다. 이번 광장에서는 정치가 대변하지 못했던 목소리들이 가장 크게 외쳐졌다. 가려지거나 나중으로 밀려났던 그들을 누구보다 잘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후보는 기성세대 전문직 남성이다. 아쉽다는 평가도 나오는데.
“지적처럼 이번 대선에 나온 후보들은 다 남성이다. 진보당에 김재연 후보가 있어서, 경쟁자이긴 하지만 기대했는데 민주당과 단일화해서 아쉽다. 제가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문제를 모르냐, 신체적인 나이가 있기 때문에 인권 감수성이 다르냐는 질문을 역으로 하고 싶다. 물론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정치는 배우려는 태도를 가지고 대화하며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광장에서 제가 배웠던 것처럼 열심히 하면 서로 소통이 가능하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겠다. 덧붙이면 말벌 동지 중에도 제 팬이 많다(웃음).”
권 후보는 13일 “성평등을 모든 정책의 기조로”라는 이름의 여성 공약을 발표했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며 △여성가족부를 부총리급 성평등부로 강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비동의강간죄와 낙태죄 대체 입법 추진 △성평등부 산하에 데이트폭력·가정폭력·스토킹범죄·디지털성범죄 등 여성혐오 범죄 전담부서 마련 등 여성 폭력 예방·대응 강화 △민법상 ‘부성 우선주의’ 원칙 폐기 △성평등 임금공시제와 성별임금격차해소법 제정 등 유리천장 없는 성평등 노동 △여성 후보 공천 비율 의무화 등을 공약했다.
“기존 정당에 의탁하면 근본 개혁 못 해”
- 사회대전환 대선 연대회의가 정의당 플랫폼을 사용하며 대선 TV토론에 나올 자격을 갖췄다. 토론회를 스포해 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중도·보수를 이야기하며 성장 중심의 정책을 펴고 있다. 그게 과연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묻고자 한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윤석열의 계엄과 내란을 불법으로 보고 있지 않다. 군대를 이용해 민주헌정질서를 유린했는데 그게 정당하냐고 물어야 한다. 윤석열의 계엄 사유 중 하나가 부정선거 음모론이다. 그 음모론을 비호한다면 선거를 인정하지 않는 건데, 왜 출마하시는지 의문이다.
TV토론 말고도 준비하는 것이 많다. 우리 사회 곳곳에 아픈 현장들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서 향후 정당의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해 보고 싶다. 시간이 짧아 아쉽다. 선거운동을 시작한 자정(12일)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과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의 고공농성장에 올라갔다. 그 안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걱정도 돼서, 제일 먼저 꼭 하고 싶었다.”
- 당 내부 상황은 어떤가. 후보가 경선에서 당선하기 전부터 사회대전환연대회의와 정의당이 당명 변경으로 출렁였다.
“우리 당원(정의당)들은 정의당이라는 이름에 굉장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걸 바꾸자고 하는 게 정말 쉽지가 않았다. 진보정치라는 큰 그림을 계속 그리기 위해서는 공동대응이라는 틀을 이번에는 반드시 지속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이번에 함께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대중에게 희망을 보여주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민주노동당으로 당명이 개정된 것에 대해서는, 옛 민주노동당은 모든 사람의 평등과 해방을 꿈꾸는 진보정치였다. (교육·급식 등) 무상 시리즈를 가지고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국민에게 보여줬다. 진보정치가 갈라지지 않았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라 말하겠다.”
- 이번 대선에서 ‘독자적 진보정치’와 ‘용기’라는 표현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독자적 진보정치만이 진보 정치를 발전시키는 길인가.
“우리 정치는 늘 두 쪽만 존재하는 것처럼 돼 있다. 지금으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다. 그런데 한 쪽은 극우·보수고, 한 쪽은 중도·보수다. 기존 체제로는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상층 정치 권력은 그들을 소외하는 방식으로 정치를 운영해 왔다.
독자적 정치세력화는 꼭 필요하다. 기존의 정치 질서를 깨야 하는 것 아닌가. 소외되거나 정치적으로 배제된 목소리를 묶어 낼 조직과 정치적 주체가 필요하다. 기존 정당에 의탁하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존 질서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면, 기존의 질서를 자기 근거로 삼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용기가 필요했다. 원내에 있던 정의당은 지난 22대 총선에서 사실상 유권자로부터 심판을 받았다. 부채도 엄청났고 당원도 줄었다. 원외에 있으면서 정의당과 진보정치세력들은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 새롭게 뭔가 시작한다는 게 엄두가 잘 안 났지만, 가만히 있으면 결국 잊혀진다. 다시 도전하고 목소리를 내야 했다. ‘당신이 왜 존재하느냐?’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분명하지 않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게 된다.”
- 선거 비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최대한 검소한 선거를 치른다는 계획인데 검소한 게 아니라 빈약하다. 공보물도 B4 한 장일 거다. 공약이 뒷면에 겨우 들어갈 정도다. 그런 상황이지만 단 하나, 열정으로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가고 있다. 어느 때보다 뜨겁다.”
“민주당 노동공약과는 진정성·내용 달라”
- 모든 노동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동기준법 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초기업 단위 지역‧산별교섭 제도화, 작업중지권 보장 등을 노동공약으로 꼽았다. 이 공약들이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방안인가.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단계다. 가장 취약하고 열악한 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이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보호망으로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노무제공자라고 표현되는 법 밖 노동자들, 작은사업장 노동자들, 초단시간 노동자들을 권리 보장 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사용자 개념을 너무 좁게 정의하고 있다. 그들이 노동자로 포괄되면 노동자로서 노조할 권리는 당연히 가지게 된다.”
권 후보는 새로운 노동기준법에서 노동자를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사람’, 사용자를 ‘업무상 지휘‧명령에 대해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가진 자 모두’로 정의하고 4명 이하 사업장과 공무원 등 노동자 모두에게 적용하자는 내용 등을 담은 노동공약을 발표했다. <본지 2025년 5월13일자 10면 “[노동공약 살펴보니] 이재명 ‘동일노동 동일임금’ 김문수 ‘주 52시간 개선’” 참조>
- 이재명 후보도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보장과 노조법 2·3조 개정, 초기업교섭 활성화 및 단체협약 효력확장 등을 공약했다. 큰 기조에서 차이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진정성을 따져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걸었다가 사실상 지지부진하게 됐다. 최저임금 1만원도 물 건너갔다. 내용도 봐야 한다. 이 후보가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말했나? 근로기준법이 1953년에 만들어졌는데 아직도 그대로다. (노동법 밖 노동자의 노동법 포괄은) 더 미룰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은 노조법 2·3조 개정도 상당히 좁은 범위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예컨대 민주당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만 한정적으로 정했다. 사업이전이나 기업분할, 정부의 노동정책 등에 대해서도 단체행동을 할 수 있도록 정해야 한다.”
“노동자 정치, 자기 중심 세워야”
“나를 대표할 사람 뽑는 게 민주주의”
- 지난해 9월 본지와의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노총의 정치방침과 관련해 “민주노총이 중심에 서서 노동자 정치세력화 논의를 끌고 갈 명분과 힘이 다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총은 선거방침을 결정하지 못했다.
“2023년 민주노총 대대에서 정치방침(친자본 보수양당체제 타파를 위한 정치사업을 전면화하고, 보수양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을 만들었지 않나. 보수양당과 협력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대선방침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완전히 무너진 것이고, 매우 정파적인 입장이다. 노동자 정치가 필요하다면 자기 중심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 김재연 진보당 당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회대전환연대회의 경선후보 선출이 완료되면 힘을 모으기 위한 시도를 계속 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답을 들려달라.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제 취지를 역주행한 민주당에 협력했고, 보수정당에 의탁한 정치를 하는 것에 대한 시정이 필요한 거 아닌가? 반성이 있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정치개혁을 계속 주장해 나갈 것이다. 비례성을 제대로 보장하는 선거제도는 대단히 중요하다.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후보를 뽑는 것이 민주주의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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