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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5-19 09:15
윤석열 탈당에도 보수의 위기가 계속되는 이유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8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를 보면, 2002년 5월5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에서 탈당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를 두고 1987년 이후 대통령들이 모두 집권당을 떠났다고 하면서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도 그렇게 됐고, “나는 절대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나도 그렇게 되고 말았다. 비극이다”고 평가했다.

미래 권력을 선출하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현직 대통령이 탈당하는 관례는 꽤 이어졌던 것 같다. 5년 단임제에서 현직 대통령은 정권 4~5년 차에는 인기가 시들해져 국정 긍정률은 하락하고 레임덕 상황에 내몰리기 마련인데, 집권 여당 내 대선 주자에게는 현직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가 부담이니 당연히 탈당 목소리가 커졌던 탓이 크겠다.

그렇지만 이렇게 탈당을 통해 같은 당의 미래 권력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그 후에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탈당 혹은 제명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40%대의 국정 긍정률에 힘입어 탈당 없이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윤석열 탈당으로 돌아보는 박근혜 제명

자, 여기에서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평가의 대상은 전직 대통령이 아닌 집권당이거나 집권했던 당이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 단임제에서 대통령이야 5년 후에는 지나가는 인물이고 결국 당이 남아 계속 정치를 하게 되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 전 대통령의 탈당 관련 가장 큰 대조를 이루는 사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일 텐데, 탄핵으로 임기를 마치지 못한 두 대통령을 대하는 집권당의 자세는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먼저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11월에 자유한국당에서 제명됐다. 대선 패배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있던 일이니, 국정농단과 탄핵정국에서는 출당이나 탈당 논의가 없었나 하는 의문이 들 수 있겠다. 사실은 박 전 대통령 국정 긍정률이 20% 선을 하향 돌파하면서 크게 하락했던 2016년 11월에 이미 당을 떠나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당 대표최고위원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이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니 상당히 묵직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윤 전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다소 ‘힘 조절’이 된 것처럼 보인다. 윤 전 대통령 국정 긍정률이 꾸준히 하락하다가 비상계엄 이후 급락하던 때에도, 이를 이유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에도, 헌법재판소에서 전원 일치 탄핵안을 인용한 후에도 탈당해야 한다거나 혹은 출당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없진 않았지만 의견이 모아지진 않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입장이 결코 약하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했던 것 같다.

그럼 과연 과거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이어 대선에서 패배한 자유한국당이 뒤늣게라도 출당시킨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국민의힘 일부에서는 그러한 과정이 오히려 이어진 2018년 지선, 2020년 총선의 패배로 이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서 가까스로 2022년 대선에서 신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더 맞는 것 같다.

그러면 지금 국민의힘은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얼마나 쇄신하는 모습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탈당 과정, 보수 위기 그대로 노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 과정을 보면서 가장 크게 받게 되는 인상은 아마도 여전히 윤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일 것 같다. 그 이유는 국민의힘 내에 적극적인 출당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윤 전 대통령이 주체적인 결정에 따라 탈당을 하겠다는 의지를 굳혀야 결정된다는 인상 때문일 것 같다.

게다가 백의종군하겠다는 메시지인데, 실제 어떤 당직을 맡지 않았던 윤 전 대통령이 백의종군하겠다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뿐더러, 당적만 정리할 뿐 여전히 보수 진영 내에서 영향력이 크다는 스스로의 자부심도 엿보인다. 나아가 백의종군하다가 실적에 따라서는 복귀할 수 있다는 느낌을 분명히 준다. 여기에서 또 이어지는 메시지는 대통령선거 후보인 김문수를 지지한다는 발언인데, 여전히 김 후보의 정치적 후견인임을 자처하는 것까지를 보면 당적 정리가 정계 은퇴는 아닌 것 같다.

여기에 김 후보의 태도는 윤 전 대통령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서, 윤 전 대통령 탈당 후 중도 성향자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의 다른 목소리를 제대로 포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 후보가 탈당은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한 것도 합리적 보수 성향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나아가 헌재의 전원 일치 탄핵 인용은 잘못됐다는 의사를 밝혀 사법부 결정에 불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윤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김 후보가 여전히 친윤 세력에게 의존적이고 과거와의 단절에 주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보수의 위기가 정체성의 위기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고, 해결의 의지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이다. 나아가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합리적 보수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혀 대응을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를 그대로 노출한 것 같다.

영향력 가늠할 몇 가지 이슈

그렇지만 필자는 며칠 남지 않은 대선 정국에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이 갖는 영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다음 두 인물의 메시지와 행보에 의한 효과일 것이라 본다. 먼저 한동훈의 참전이다. 국민의힘 경선 이후 김문수 캠프에 합류하지 않던 한동훈이 참전하게 된다면, 탄핵 찬반 논쟁을 마무리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이재명 캠프에서 주장하는 내란 프레임을 바꾸려는 시도로 나타나는 것이다. 일종의 국면전환 전술이다.

그러나 한동훈의 참전이 너무 늦었다는 점은 그렇다 치고, 이재명 캠프에서 내놓는 프레임이 내란에 멈춰 있지 않다는 건 국면전환을 위한 프레임 전환을 노리는 것 자체가 과거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정체된 시대인식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한계가 있다. 즉, 이제는 미래를 위한 비전 경쟁을 해야 하는데 아직도 탄핵 찬반 극복이 문제라면 늦어도 너무 늦었다.

둘째로는 홍준표의 행보다. 홍준표는 국민의힘 경선 주자 중 유일하게 청년층에서 지지세를 보여줬던 인물이다. 그러니 홍준표가 합류하게 되면 지지자 구성에 변화를 가져오게 될 수도 있겠다. 이렇게 되면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가 있는데, 이는 어쩌면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적이 없는 컨벤션 효과를 뒤늦게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는 방법일 수 있겠다.

하지만 눈에 띄는 컨벤션은 없었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지지자의 구성비를 고려해 더하기 방식의 경선과 단일화를 추진하진 못한 것 같다. 아름답고 힘찬 컨벤션 없이 뒤늦게 여론에 밀린 엉거주춤 탈당으로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오히려 아직도 보수의 위기는 지속되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만 깊어지지 않을까.

김봉신 메타보이스㈜ 부대표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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