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20 09:00
법원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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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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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의 법정으로
1. 이 나라의 최고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선거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일을 앞두고 여야의 후보들과 정당들이 핏대를 올리고 있는데, 노동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낮게 들린다. 12·3 내란사태로 이 나라는 내란의 진압이냐 동조냐,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의 찬성이냐 반대냐로 이 나라는 갈라져 싸워왔던 터라 다른 무엇이 차지할 수 없었다. 거기서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내세워 편을 갈라 비판할 틈도 없었다. 2024년 12월3일, 대통령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이 나라는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세력에 맞서 내란을 진압하는 데 모든 것을 바쳐야 했다.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으로 존재할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서 사투를 벌이는 상황이다. 수십년을 노동자를 대리하면서 노동의 자유와 권리를 노래해 왔던 나도 그 노래를 잠시 멈추고, 민주공화국을 노래해야 했다.
2. 그런데, 이 나라에서 내란세력을 진압하고 민주공화국을 지켜낸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 반역하는 내란행위를 사전에 막지도 못했고, 발생한 내란을 즉각 진압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오늘까지도 그에 가담한 일당을 발본색원해서 처벌하기는커녕, 내란범들을 재판하는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재판부는 그 우두머리인 윤석열을 귀속취소로 석방시켜 이 나라의 내란진압을 비웃고 국민을 절망케 했다. 여기에 지난 5월1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재판을 통해서 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 이재명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의 무죄판결을 파기해서 환송하는 판결을 했다. 유죄를 선고했던 1심 판결대로 형량이 선고되게 되면, 이재명의 대통령후보 자격이 박탈되는 것인데, 그것을 위해서 그동안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의 사건처리를 보면 통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이 나라 사법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초고속으로 폭주의 재판을 진행했던 것이다. 12·3 비상계엄 당시부터 오늘까지 이 나라가 윤석열의 내란을 진압하는 데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커다란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비록 여전히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내란세력의 저항에 더디긴 해도 이제 오늘 이 나라는 6·3 대선의 승리로 내란진압과 민주공화국 수호에 결정적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법원은 그 기대를 짓밟았다. 그래서, 법원의 재판에 놀라고, 분노하고 있다. 분노는 그 재판을 한 재판장인 부장판사 지귀연과 대법원장 조희대에 대한 것을 넘어서고 있다. 이 나라의 사법제도와 법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법복귀족이라고 비난하면서 재판에 대한 시민참여 등 법원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20여년을 변호사로서 노동자를 대리해서 이 나라 법원에서 재판하며 살아온 자로서 한마디하고자 한다.
3.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대한민국 헌법 제101조 제1항). 이렇게 이 나라는 헌법에서 사법권을 법원의 권한이라고 규정했다. 이것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우리 대한국민”이 선언한 것이다(헌법 제1조, 전문 참조).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의 권한이라고 이 나라의 최고규범인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으니 법관인 지귀연 부장판사와 조희대 대법원장은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말한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풀어주는 구속취소 결정도, 유례없는 속도로 이재명의 후보자격을 박탈하기 위한 재판도 자신의 권한을 행사했다며 당당히 비난을 견디고 있다. 헌법이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했으니 오늘도 지귀연은 재판장으로 자신의 법정에서 내란재판을 진행하고, 조희대는 국회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면서 대법원장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바로 이같이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사법권이 속한다는 이 헌법 앞에서 법관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리고, 사법권의 독립을 위해서 여기에 더해서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고(제103호),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규정해서 법관에게 판단의 독립성과 신분을 보장했다. 이에 따라 내란사태 이후 이 나라의 법정에서 지귀연과 조희대는 독립해서 자신을 권한을 행사해서 윤석열을 구속취소결정하고, 이재명을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을 열어 파기환송 판결을 했던 것인데, 이와 같이 법관의 독립과 신분 보장을 규정한 헌법 앞에서 지금까지 이 나라에서는 법관들에 대한 분노는 높아지기 힘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더는 이 나라에서 지귀연과 조희대가 법관이라는 이유로 비난과 분노를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법복귀족이라고 비난하면서 이 나라에서 내란 심판을 방해하고, 주권자인 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 나아가 법원 재판에 시민의 참여가 보장돼야 하고, 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등으로 법원 내지 사법제도의 개혁 주장들이 거세지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헌법규정들로는 지귀연과 조희대를 막지 못했다는 절망에서 나아가 그들이 속한 법원과 재판을 똑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시민은, 주권자인 국민은 없다. 앞에서 본 헌법 규정들에는 법관과 법원의 독립과 권한은 있어도 국민은 없다. 법관이 사법부 법원의 구성원으로서 신분을 보장받고 독립적으로 심판 권한을 행사한다고 했으니, 이 나라에서는 사법권은 법관의 차지라고 여겨왔던 것인데, 바로 그것이 내란세력에 맞서 내란사태를 진압하고 민주공화국을 수호하는 걸 방해하고 있다.
4. 본래 법복귀족이란 혈통귀족과는 달리 돈을 주고 왕으로부터 귀족 작위를 수여받고 법관 자리를 차지했던 특권귀족을 말한다. 프랑스 시민혁명 무렵인 1789년 파리 고등법원 등 전국에 1천100명이 있었다. 이들 법복귀족은 자신들의 특권 유지를 위해 개혁에 사사건건 반대했고, 혁명이 발발하자 시민의 분노에 많은 이들이 단두대에서 사라졌다. 프랑스혁명 당시 입법권, 행정권 등 다른 주요 국가권한과 마찬가지로 법복귀족이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은 폐지되고, 시민이 참여하는 재판과 시민의 선출한 법관으로 구성하는 법원제도가 마련됐다. 이것이 바로 법원의 탄생이다. 시민과 무관하게 특권자들이 법관으로서 구성되는 법원은 근대 이후 이 세상의 법원이라고 볼 수 없다. 그것은 근대시민혁명에 의해서 무덤에 묻혀버린 낡은 세계의 유물일 뿐이다.
오늘 법원은 특권자들의 차지가 아니다. 세계 각국의 선진 사법제도를 보면, 법관 선출 등 법원의 구성은 물론, 배심원 등 재판에 시민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시민이 직접 판결하는 배심원제가 아니라도 참심제 등으로 전문법관이 재판을 독점할 수 없도록 법원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 나라는 아니다. 사법개혁에 관한 논의는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에 법원제도를 도입해서 운영해 온 지가 70여년이건만, 아직까지도 전문법관으로 구성되는 법원제도, 그들만의 재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참여 재판이라며 일부 시도를 하고 있지만, 시늉일 뿐이다. 이쯤해서 그동안 이 나라에서 진행해 왔던 노동법원 도입에 관한 논의를 살펴보면, 행정법원, 특허법원 등과 같이 노동사건을 전속관할하는 법원에 관한 도입 논의에 지나지 않았다. 거기서 노동자나 일반 시민의 재판 참여 등 전문법관이 아닌 재판이나 법원 구성에 관한 전향적인 논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게 전문법관으로 구성되는 법원과 그들이 독점하는 재판제도로 운영되는 이 나라 사법제도는 법복귀족으로 구성되는 법원과 재판에서 얼마나 크게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있겠는가. 과거 법복귀족은 부유한 부르주아가 돈으로 지위를 사 법관으로서 지위를 행사했다면, 오늘 이 나라에서 법관은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서 임명되면 신분이 보장돼 그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이런 법관의 지위와 권한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해 주는 것인데, 그 헌법을 제정한 주권자인 대한국민을 배반하는 내란을 엄정히 심판해야 할 재판에서 위법한 구속취소 결정으로 내란 우두머리를 풀어주고, 유력 대선후보의 자격을 박탈해서 대선을 통한 내란 진압의 기대를 짓밟는 것으로 재판하는 그들은 두고서 이 나라가 온전히 근대의 법원, 사법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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