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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5-20 09:02
[사회대전환, 노동 ①] 행복의 시작 주 4일 근무제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6  
어느덧 7년이 지났다. 세브란스병원노조는 7년 전 주 4일 근무제를 임단협 요구안에 담았다. 그리고 4년 교섭 끝에 ‘고작’ 3개 병동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7년 전, 많은 사람들이 눈여겨보며 응원을 보냈다. 반대로 병원은 황당해했고 의문을 품었다. 합의도 아닌, 요구만 했을 뿐인데 논란이 됐다. 어떤 이는 구호에 불과하다며 관심을 주지 않았다. 노조가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하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어떤 이들은 정치적 목적이 있는 주 4일제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정작 우리에게 특별한 이유는 필요하지 않았다. 7년 전 간호사들은 탈출 경쟁이라도 하듯 상당수가 입사 3년 내 병원을 떠났다.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병원’이라는 하나의 소박한 목표와 현실은 거리가 멀었다. 야간전담, 수면-오프, 야간 근무조 증원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성과도 있었으나 근본적인 개선은 이루지 못했다. ‘일(하루)’ 단위 노동시간 단축 시도가 마지막 대안으로 남았고, 그렇게 요구안에 담았을 뿐이다.

지금까지 시범사업 참여자 100여명의 만족지수는 숫자로 나타내기보다 ‘행복’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병동 친구와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줘 고맙다”며 노조에 보내온 편지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아이가 표정부터 달라져 너무 행복하다”며, “다만 몇 개월이라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달라”는 당부는 주 4일제를 포기 못하는 이유가 됐다. 최근에는 주 4일제 덕분에 참여한 의료봉사에서 맺어진 인연으로 “결혼을 앞두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조합원을 만났다.

일주일 중 하루라는 시간이 마음의 여유로 바뀌고, 마음의 여유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행동으로 나타났다. 주 4일제 시범사업 참여자들은 부서의 ‘모범생’들이 됐다고 한다. 참여자는 물론 주변 동료들의 직장 만족도가 개선된 통계도 여러 차례 소개됐다. 주 4일제 참여자로부터 시작된 ‘행복 바이러스’가 나의 삶에서 동료에게로, 이제는 부서로 번지고 있다.

주 4일제는 사회에도 다양하게 기여할 것이다. 국제간호협회는 간호를 “모든 연령의 사람들과 집단,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그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행되는 자율적이고 협동적인 돌봄의 실천”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신 정서적 돌봄의 수행은 병원 노동자들의 일·생활 균형 없이는 불가능하다. 병원 노동자들이 마음의 여유를 갖고 환자를 마주할 수 있는 병원은 곧 의료 발전이기도 하다. 환자 회복과 국민 건강에 어떤 환경이 적합할지는 명확하다.

3개 병동 시범사업에 불과했던 세브란스병원 주 4일제는 해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확대됐다. 그러나 속도는 매우 더디고 전면 시행이라는 종착역은 한없이 멀게 느껴진다. 하나의 병원에서 노사 의지만으로 주 4일제 전면 시행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전면 시행은 국회와 정부의 몫이라 생각한다. 다행히 이번 21대 대선에서도 노동시간 단축, 주 4일제에 관심이 뜨겁다. 주 4.5일제 시행 기업 지원과 장기적 주 4일제 실현이라는 구상에 ‘드디어’라는 기대가 생긴다.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 4일제 반대 이유를 여럿 들어봤지만, 결론은 모두 ‘돈’을 핑계로 든다. 비용보다 더 큰 효과가 있음을 확신하는데 입증할 길이 없었다. 시범이든, 시작이든, 이 또한 예산이 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면 ‘돈값’을 하는 주 4일제임이 입증될 것이라 확신한다.

‘고작’ 몇 개 병동에서 시작된 ‘행복’이 계속될 수 있도록, 이제는 모두의 ‘행복’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몫을 할 때다. 21대 대선은 광장의 힘으로 만들어 낸 대선이다. 이번 대선은 주 4일제의 시작이 돼야 한다.

권미경 세브란스병원노조위원장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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