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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3-13 08:10
입법 막히자 ‘행정지침’ 통치, ‘주 64시간’ 문턱 낮추는 정부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16  
반도체 연구개발직 특별연장근로 완화 다음주 시행 … 건강보호조치는 누구나 받는 ‘건강검진 의무화’만

정부가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이 ‘주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를 현행 3개월에서 6개월 단위로 늘려서 활용할 수 있도록 새 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제외’를 담은 반도체특별법 국회 통과가 어려워지자 입법 대신 행정지침으로 특별연장근로 사용요건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요구를 반영해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에 대한 장시간노동의 문턱을 낮춰 주면서도 건강보호 조치는 건강검진 의무화만 담겨 과로예방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12일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반도체 연구개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는 근로기준법과 시행규칙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노동자 동의를 받아 주 64시간까지 임시적이고 예외적으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제도다. 그간 반도체 업계에선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이 짧고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며 이를 완화해 달라는 요구가 제기돼 왔다.

인가 기간 ‘3개월→6개월’ 재심사 기준도 ‘완화’

정부는 현재 3개월 단위로 쓸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제도를 반도체 연구개발에 한해 6개월 단위로 쓸 수 있도록 새 지침을 제정하기로 했다. 지금도 반도체 연구개발직은 3개월 단위로 주 최대 64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고, 심사를 거쳐 최대 세 번 연장이 가능하다. 기존에 ‘3개월+3개월+3개월+3개월’ 쓸 수 있던 것에서 ‘6개월+6개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업체에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단 6개월 ‘통으로’ 인가를 받으면 초반 3개월은 주 64시간까지 일하되 나머지 3개월은 주 60시간으로 제한된다.

1회 인가 기간을 연장할 때 재심사 기준도 완화된다. 기존에는 인가 기간을 연장할 때 △연장 필요성 △연장기간 및 연장근로시간 적정성 △대상 근로자 적정성 △근로자 건강보호 조치 4개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 승인이 이뤄졌다. 노동부는 연장 필요성과 대상 근로자 적정성 두 가지 요건을 ‘간소화’하기로 했다. 연장 필요성을 판단할 때 당초 ‘동일 업무’로 기준을 삼았는데, 연구개발 업무면 동일 업무가 아니어도 승인하기로 했다. 대상자 적정성도 특별연장근로 대상 근로자 숫자가 기존과 동일하거나 적어야 승인이 됐는데, 숫자가 많아져도 대상 업무에 필요한 근로자면 승인하기로 했다. 연구·연구지원뿐만 아니라 불가피할 경우 생산인력도 포함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반도체 연구개발 공정이 (무자르듯) 잘라지는 게 아니어서 (동일한 업무로 한정하면) 기업 입장에서 인가받기 (지나치게) 어렵다”며 “연구개발 인력이 시험·테스트 등 작업을 하는 경우도 많아 생산인력도 포함하게 된 것으로, 생산직까지 확대하려는 취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새 지침을 활용할 때 특별연장근로 대상자에 대한 건강검진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재에는 근로자 요청이 있을 때에만 건강검진을 실시하도록 돼 있다. 이는 고시 개정이 필요한 탓에 지침 제정 시행일과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노동부는 ‘지침 시행일부터 적용’하도록 소급적용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새 지침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시행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주 60시간 넘게 일하는데 건강검진만?”
“행정지침으로 근기법 무력화”

사용요건 완화에 비해 노동자들의 건강권 침해를 막을 건강보호 조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뇌심혈관 질환 업무상질병 인정 여부 결정 관련 고시에서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할 때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고 돼 있는데, 이를 넘어서는 과로를 허용하면서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받을 수 있는) 건강검진만 의무화하겠다는 것은 노동자 보호조치로서 턱없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노동자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업계 민원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지침을 수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도체특별법저지 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에서 “장관 회의 자료에는 ‘현장의 목소리’라면서 노골적으로 기업의 요구만 담겼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은 안중에도 없고 철저하게 기업 편에서 노동시간 제도를 바꾸겠단 의지만 보인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개발자 한기박씨는 <매일노동뉴스>에 “업무특성상 공정이 연속될 때가 많고 연구개발직군이 시험·테스트 작업을 할 때도 있지만 이러한 특성을 노동부가 적극 고려해 장시간노동의 문턱을 낮춰주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입법이 아닌 행정지침으로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하는 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변호사)은 “정말 특별한 경우에 한해서 활용해야 하는데, 특정 산업의 요구 등을 이유로 제도 사용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주 40시간 초과해 근로할 수 없다는)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것”이라며 “연구개발을 위해 필요하다고 하면 반도체만이 아니라 다른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와 재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경총은 “인가 기간 확대 등 신속한 조치를 취한 것은 기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속한 반도체특별법 제정과 근로시간제도 유연화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대 노총은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반도체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며 “반도체업종뿐만 아니라 전 업종에서 제도를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노총도 “장시간노동을 강요하는 지침”이라며 “법도 시행령도 아닌 지침을 통해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악화시키는 행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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