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Home|자유게시판|자유게시판

 
작성일 : 25-05-16 14:55
‘묻지마 보도’ 언제까지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03  
“이준석 ‘국힘과 단일화 안 해’”(뉴스1), “이재명 ‘지역장벽 넘어 화합으로’”(더팩트), “서병수 ‘김문수는 24평 아파트, 사회복지사 딸’”(KBS), “김경수 ‘울산이 디비지면 대한민국 디비진다’”(KBS).

15일 아침 다음 포털에 올라온 정치기사 제목들이다. 온통 선거운동하는 거대정당 정치인 발언이다.

선거에서 언론은 자극적인 말에 쉽게 반응한다. 이런 언론의 습성에 발맞춰 정치는 제목에 뽑힐 만한 더 센 발언으로 기사를 따낸다. 자극은 더 큰 자극을 낳아 결국 선거판은 무성한 말의 성찬을 이룬다. 하지만 돌아서 살펴보면 시민의 삶과 아무 상관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전국 단위 선거, 특히 대선 땐 언론사마다 유력 정당 후보 캠프에 기자를 심어 후보를 따라 전국을 돌며 전담 취재시킨다. 이렇게 대선 내내 한 후보만 따라다니는 기자를 ‘마크맨’이라 부른다. 이들은 새벽부터 밤까지 자기가 맡은 정치인과 일정을 함께하며 밀착 취재한다.

처음엔 마크맨도 정치인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배경과 의도를 살피고,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 의견도 구한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 밥자리가 술자리로 이어지는 한 달여 대선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하면 마크맨은 어느새 ‘취재원(정치인)과 거리 두기’에 실패한다. 나중에 기자는 자기가 맡은 정치인에게 조언하는 사이가 된다. 여기서 언론과 정치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기자는 질문하고 듣는 직업에서 말하는 직업으로 옮겨 간다. 정치도 망하고 언론도 망한다.

이렇게 맺은 인연으로 정치인으로 옷을 바꿔 입는 기자가 수없이 많다. 300명 국회의원 가운데 언론인이 늘 지나치게 과대 포집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2월14일 완공을 앞둔 부산 기장군 리조트 반얀트리 공사장에서 불이 나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 경찰은 사고 석 달이 지나서야 시행사와 시공사가 공사기한에 맞춰 사용승인을 받으려고 감리회사에 1억원 뇌물을 약속하고 현금 3천만원을 건넨 뒤 감리 결과보고서를 받아 지자체에 제출한 사실을 밝혔다. 시행사는 지자체와 소방서 공무원에게 한 장에 15만원하는 호텔 식사권 57장도 뿌렸다. 이러고도 지자체는 “감리보고서를 믿고 사용승인을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주장했다.(한겨레 5월9일 13면, 해운대 반얀트리 참사 뒤에 ‘거미줄 인허가 비리’ 있었다)

숨진 6명 가운데는 부산시 공무원으로 오랫동안 성실하게 일하다가 정년퇴직한 뒤 반얀트리 공사현장에서 일하다가 화재로 숨진 이도 있다. 그분은 가족에게도 건설현장에서 일한다고 알리지 않아, 사고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황망했다.

토건 세력의 이런 비리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후보는 어디에도 없다. 설사 그런 후보가 있어도 언론이 질문하지 않고, 보도하지 않아 드러나지도 않는다.

이미 여러 대선 후보가 10대 공약을 발표했지만 해당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 돈은 얼마나 드는지 따져 묻는 언론도 드물다.

지난달 2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다리가 부러져 지역 2차 의료기관에 입원했던 60대 초반의 환자가 고열을 동반한 패혈증으로 일주일 만에 숨졌다. 입원 4일 만에 고열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자 의료진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응급 전원을 시도했지만 창원지역 종합병원 5곳 모두 거부했다. 자리가 없거나 호흡기 내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였다. 다급해진 환자 가족이 119에 직접 연락해 전원을 요청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다음날 환자는 숨졌다.

의사 파업 여파로 아직도 전원 거부와 응급실 뺑뺑이가 계속되는데도 언론은 대선후보 누구에게도 이를 따져 묻지 않는다. 유가족은 장례를 치른 뒤 이달 1일 창원시보건소에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신고했다. 과거와 달리 시민들은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다. 문제를 드러내고 적극 요구한다. 하지만 우리 언론만 후보 발언을 받아쓰는 ‘묻지마 보도’를 70년 동안 계속하고 있다.

전 민주노총 이정호 미조직비정규직실장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오늘의 방문자 1 | 총 방문자 38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