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16 14:56
심각해지는 식품사막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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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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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하다. 지방소멸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기본적인 생활조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일 것이다.
생활조건의 대표적인 충족요건은 의식주다. 의식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다. 이러한 먹는 식품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상황을 식품사막이라고 한다.
식품사막 인구감소 가속
식품사막이란 신선한 식품을 판매하는 소매상점에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뜻하는 것으로 1990년대 영국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취약계층에 관한 연구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1990년대 영국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교외화와 도심 공동화에 의해 식료품점이 이전함에 따라 신선식품에 접근하기 어려운 거주 지역이 등장했고, 거주지 주변에서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소에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식품사막이라고 정의했다.
영국보건부에서는 식품사막을 “건강한 식품을 판매하는 식료품점까지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으로 정의하고 있다.
사막에서 물을 찾기 어렵듯 식료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지역을 ‘식품사막’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빈곤층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 식품사막으로 변하면서 영국, 미국, 일본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미국은 도시기준 1마일(1.6킬로미터), 시골기준 10마일(16킬로미터) 내에 식료품점이 없는 곳을 식품사막으로 본다.
일본에서는 거주지 500미터 내에 식료품점이 없는 노인 등을 ‘장보기 약자’ 혹은 ‘쇼핑난민’으로 정의하고, 일본정부는 쇼핑난민 수가 8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식품사막은 ‘신선식품 공급시스템의 붕괴’, ‘사회적 약자의 집중’이라는 두가지 요소가 겹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다.
신선식품 공급 시스템의 붕괴는 집에서 가게까지의 실제 거리의 확대(상가의 공동화 등) 외에도 경제적·심리적 거리의 확대(빈곤과 차별, 사회에서의 고립 등)도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식품사막 상황은 어떨까. 통계청의 농림어업 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전국 행정리는 3만7천563개인데, 2만7천609개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다.
더구나 소매점이 없는 마을비율이 90%를 넘는 시·군단위 지방자치단체는 6곳 정도이다. 섬을 제외하고 차를 타고 한 시간 이상 나가야 소매점이 있는 마을도 전국적으로 14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서 새벽배송을 제공하는 쿠팡, SSG마트(이마트), 컬리, 오아시스 등 4개 업체의 서비스 가능 지역을 전수 분석한 결과, 행정 지역 기준 전국250개 시·군·구 중 123곳(49.2%)은 새벽배송이 가능한 업체가 단 한 곳도 없다.
서울지역에서도 2.2% 시민거주지역이 식품사막을 겪는 지역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식품사막 지역은 대부분 북한산과 관악산 등 자연 녹지 주변과 은평구, 강서구, 구로구 등 서울시 외곽지역에서 식품사막이 주로 분포된다.
식품사막에 대응하는 정책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식품사막에 대응하는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충남에서는 ‘충청남도 지역사회통합돌봄 지원 조례’ 6조(사업)에 식품사막에 대응하는 사업 근거를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우선 지역사회 통합돌봄에 먹거리 돌봄을 포함하고 있다. 먹거리 지원이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마을회관에 공유부엌 설치 지원 제도화를 하는 곳들도 있다. 이동마켓운영을 제도화하고 있는 곳들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024년 7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 인구감소와 교통 여건 취약 등에 따라 농촌마을에 소매점이 사라져 식료품, 필수 공산품 등을 구매하기 어려워지는 ‘식품사막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동장터로만 그치지 않고, 농촌마을에서 소매점으로 직접 이동할 수 있는 셔틀버스 등을 지원하거나, 생필품 배달 외 복지·문화·돌봄 등 생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식 등 다양한 유형을 지방자치단체에 제시하여 지역 여건과 특색을 녹여낼 계획이다.
여기에 더하여 협동조합 식료품점 운영 지원정책이 있다. 2024년 8월부터 시행되는 농촌 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농촌경제사회서비스법)에 따르면, 농촌 경제·사회 서비스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농촌 주민 등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단체를 ‘농촌 서비스 공동체’로 정의하며, 이들 단체는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활동을 위한 재정적 지원받을 수 있다.
협동조합 식료품점은 주민이 운영주체가 돼 주민의 수요와 지역적 특성에 따라 이동식 점포 또는 상시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
또 다른 정책으로는 ‘노인을 위한 식료품 바구니 운영’ 정책이 있다. 노인의 낮은 식품접근성으로 이들은 영양불균형, 식생활에 대한 스트레스 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노인을 위한 권장 영양소 섭취량을 고려해 영양가 있는 식단, 특히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을 제공할 수 있는 식료품 바구니를 노인에게 공급한다.
이 밖에도 ‘농촌형 식품물류·유통시스템 구축’ 정책이 있다. 농촌지역의 물류·유통시스템의 열악함을 극복하기 위한 중앙 물류허브센터가 필요하다.
통계가 정책이다. 이러한 식품사막의 통계가 아직 제대로 개발돼 있지 않다. ‘식품사막화지수’개발이 필요하다. 식품사막화 지수를 개발해 정기적으로 지역별로 식품사막화 수치를 수집·관리하고, 농촌 주민의 식품접근성 현황을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지역농협의 노력
식품사막과 관련해 가장 먼저 나서는 곳은 농협이다. 경기 포천에서는 소흘농협 ‘행복장터’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12월부터 행복장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매일 3곳 마을을 찾아 이동이 불편한 농촌주민들에게 생필품을 공급하고 공과금 수납 등 금융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전남 영암의 영암농협 ‘동네방네 기찬 장터’도 있다. 영암농협은 이동식 마트 ‘동네방네 기찬 장터’를 2022년 4월 운영을 시작해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하루에 3곳씩 30여곳 마을을 찾아간다. 3.5톤 개조식 트럭에 생수·과자·화장지 등 생필품은 물론 유통기한이 짧은 우유·달걀·육류 등도 비치돼 있다.
경남 거제에는 하청농협 ‘찾아가는 행복마차’가 있다. 행복마차는 하청농협이 2021년 7월부터 차량을 이용해 운영하는 이동식 마트이며, 마차에는 냉장·냉동고, 매대, 신용카드 결제 장치 등을 갖추고, 매주 화요일(9곳)·목요일(10곳)마다 하청면 오지에 있는 마을을 순회하여 주민들의 장보기를 돕고 있다.
전남 고흥에는 거금도농협 ‘화목장터’가 있다. 거금도농협은 2019년부터 마트나 슈퍼마켓이 없는 23곳 마을을 대상으로 화요일(10곳)·목요일(13곳)을 찾아가는 화목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농협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전남 영광군 모량면의 동락점빵이 있다. 인구 1천694명이 사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은 면적(44.7제곱킬로미터)은 서울시 강남구 면적(39.57제곱킬로미터)보더 넓지만 식료품 소매점은 단 한 곳도 없다.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노인복지 사업을 해오던 마을공동체 ‘여민동락공동체’ 구성원들이 2010년 하나뿐인 구멍가게가 문을 닫자, 2011년 주민들이 직접 1.5톤짜리 탑차를 개조해 ‘동락점빵’이라는 이동점빵을 시작했다. 현재는 묘량면 주민을 포함해 400여명이 동락점빵 조합으로 가입돼 있다.
동락점빵 트럭은 매주 목·금요일마다 식재료와 생필품을 1.5톤 트럭에 싣고 묘량면 42개 마을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와 지방소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사막을 “농촌 인구감소와 교통 여건 취약 등에 따라 농촌마을에 소매점이 사라지면서 식료품, 필수 공산품 등을 구매하기 어려워지는 지역”이라고 사용하고 있다.
국내 식품사막 논의는 “식품의 부족과 함께 식품에 접근하기 어려워서 발생하는 주민의 영양 불균형”까지 확장하고 있어서, 농림축산식품부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식품사막’보다 더 적극적이고 확장된 개념이다.
국내 식품사막 진행은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서 상당히 진행됐다고 파악되고 있다. 2025년 현재는 더 심각하게 진행되었다고 예상할 수 있다. 5년마다 하는 조사이기 때문에 올해 조사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식품사막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식품사막이라는 개념을 국내 상황을 고려해 개념을 구체화하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식품사막은 인구감소를 가속하여 인구소멸 지역을 확산하고, 지역주민 삶의 만족도와 건강 등이 악화할 수 있는 문제다.
국민의 관심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참고로 2024년 고독사는 3천661명이다. 주로 도시지역이다. 식품사막에서는 영양불균형으로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단백질이 부족하여 서서히 쇠약해지는 현상이 발생한 넓은 의미의 고독사가 아닐까 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정책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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