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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5-16 14:57
[다시 의료개혁 ④] 간호사들의 절박한 외침 주 4일제 도입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90  
병원 간호사들은 24시간 3교대를 하며 환자 곁을 지킵니다. 특히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들은 성인 팔뚝보다 작은 아기를 온전히 키우기 위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합니다. 1cc보다 적은 양의 약물을 투약하기도 하고, 동시에 울려대는 모니터와 인공호흡기의 알람 소리 속에서 준비 없이 세상으로 나온 아기의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밤낮으로 애씁니다. 아기의 상태가 안 좋아지거나, 세상을 떠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면 간호사들은 내가 업무에 쫓겨 아기의 작은 신호를 놓친 것은 아닐까, 조금만 더 잘 돌봤으면 아기를 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수없이 되뇌며 자책합니다. 우는 아기가 있어도 당장 처리해야 할 업무를 하느라 “미안해, 조금만 기다려 줘”라고 외치며 결국 늦게서야 안아준 순간들을 후회합니다. 이름조차 얻지 못하고 떠나간 어린 생명의 명복을 빌어주는 것도 잠시, 우리는 당장 눈앞의 아기들을 돌보기 위해 또다시 업무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담당 아기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하는 것은 당연한 일상입니다. 인계 후 닥친 업무를 하나씩 쳐내다 보면, 근무 내내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시지 못해 얼음이 다 녹은 커피를 퇴근길에 그대로 버리기도 합니다. 앉을 시간도 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압박스타킹을 신어도 다리가 붓고, 그 부기와 피로가 가시기도 전에 자고 일어나 다시 출근합니다.

턱없이 부족한 간호 인력은 한 명의 간호사에게 더 많은 환자를 감당하도록 합니다. 업무가 익숙하지 않은 신규 간호사들은 환자 파악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일찍 나온 것, 개인의 역량이 부족한 탓으로 치부됩니다. ‘열심히 하면 나아지겠지, 내가 일을 못 하는 탓이겠지’하며 버티지만 극심한 업무 부담과 계속되는 피로로 결국 많은 간호사가 현장을 떠납니다. 숙련된 간호사들이 이탈하게 되면 남은 이들의 부담은 더 커지고 환경은 더 열악해집니다. 밤샘 근무를 하고 이틀 쉰 뒤 다시 낮 근무를 하게 되면 겉보기엔 이틀의 휴일이 주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첫 휴일엔 밤샘 근무 후 아침에 퇴근하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면 하루가 ‘증발’합니다. 그 이튿날엔 또 다음날의 새벽 출근을 위해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불규칙한 수면 패턴은 몸과 마음을 망가뜨립니다.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소화 불량에 시달리며, 생리 불순, 심지어 우울증을 겪는 동료들도 있습니다.

간호사들의 피로는 단순히 개인적인 어려움에 그치지 않습니다. 밤샘 근무 후 이어지는 또 다른 근무는 집중력을 흐리게 만들고, 피로에 지친 간호사의 실수는 곧 환자의 안전과 직결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는 완벽하게 해내기를 요구 받습니다. 간호사니까 당연히 힘든 거 아니냐, 다 알고 들어간 거 아니냐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매일 환자의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긴장감 속 잠 못 이루고, 쏟아지는 업무에 화장실 한 번 가기도 어려우며, 생리대를 제때 갈지 못하고 제대로 된 식사조차 챙기지 못하는 삶은 그 누구에게도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자다가 지나가는 휴일이 아닌 진정으로 회복하고, 스스로 돌볼 수 있는 휴일이 필요합니다. 주 2일의 휴일만으로는 깨진 신체 리듬을 온전히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주 4일 근무제를 통해 하루의 휴식을 더 보장받게 된다면, 적어도 하루는 잠을 자고, 나머지 이틀은 자신을 돌보며 다음 근무를 준비함으로써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일과 생활의 균형을 통해 업무 만족도를 높이고, 숙련된 간호사의 이탈을 막는 효과도 가져올 것입니다. 간호사가 행복해야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매년 배출되는 간호사 수는 차고 넘치지만 막상 병원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간호사에게 주 4일제는 단순한 근무시간 단축이 아닙니다. 우리가 더 안전한 환경에서, 더 건강한 모습으로 환자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절박한 외침입니다.

최상미 보건의료노조 중앙대의료원지부 사무장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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