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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5-19 09:15
벨기에노총 “2022년 ‘주 4일제 법’은 살인 행위”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91  
벨기에 우익-좌익 연립정부는 2022년 2월 국회에서 7개 정당 간 합의로 이른바 ‘노동시장 유연화 패키지’(Job Deal)의 일환으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주 5일 분량의 소정근로시간(통상 주 38~40시간)을 4일 동안 몰아서 근무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노동자가 원할 경우 하루 최대 9.5~10시간까지 일하고 3일간의 주말을 갖도록 허용하는 내용이었다.

2022년 11월 이 법이 발효됨으로써 벨기에는 아이슬란드와 뉴질랜드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주 4일제를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벨기에 주 4일제법의 특징은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날을 줄이기 위해 하루의 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한 것이다. 자유당 출신의 알렉상드르 드크로 수상은 “(이 법의) 목적은 개인과 회사에 자신의 근로시간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 모두 반발했다. 사용자는 “압축된 근로일”이 기업조직 운영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 우려했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근무강도가 강화될 것이라 우려했다.

벨기에 노동운동은 “두 가지 패배”라며 반발했다. 첫 번째 패배는 근로시간의 보편적 단축(collective reduction)과 재분배 원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공유)을 포기했다는 점이고, 두 번째 패배는 하루 8시간의 역사적 성취를 내팽개쳤다는 점이다.

주 4일제에 대한 정당들의 합의가 이뤄지자 현지 언론인 ‘르 비프-렉스프레스’는 “주 4일 근무제라는 표현은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이 조치가 암묵적인 노동 증가에서 추가 일자리 찾기 유인에 이르기까지 … 의도치 않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당 출신의 피에르-이브 드마뉴 당시 경제고용부 장관은 주 4일제를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최종 법안은 “근로시간 단축 없는 주 4일제”로 절충됐다.

벨기에 최대 노총인 FGTB의 티에리 보드송 위원장은 주 4일제 법안 발표 직후 “닷새 동안 할 일을 나흘에 몰아넣는 것은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한 노조의 등에 칼을 꽂은 살인행위(muderous stab)”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971년 근로시간법’까지 변경해 하루 10시간 노동을 가능케 한 주 4일제가 진정한 근로시간 단축을 가로막으면서 노동강도 증가를 초래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노동운동의 근로시간 단축 요구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1971년 근로시간법’은 사상 최초로 벨기에 전역에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의 표준근로시간 적용을 가능케 한 법이다.

2022년 11월 법이 시행되자 FGTB는 성명을 통해 주 4일제가 아니라 ‘압축근로시간제’(compressed workweek)로 불러야 한다고 일갈했다. FGTB는 노동계가 요구한 주 4일제는 “근로시간 단축과 신규고용 창출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FGTB는 “근로일이 줄었다고 해도 1일 근로시간을 늘리면 노동강도만 높아질 뿐”이라며 “장시간 노동은 업무량과 부담을 가중시키고 워라밸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대기업 전문직을 중심으로 “사랑하는 이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게” 주말이 길어지는 것을 환영한다며 제도를 반긴 노동자들도 있었지만, 노동계는 ‘압축 근무제’가 실질적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므로 노동권 진전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24년 기준으로 벨기에에서 주 4일제를 선택한 상용직 전일제 노동자는 전체의 0.75%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결국 주 4일제 제도가 지불능력이 있는 노동시장 상층을 위한 제도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반 노동자들은 주 4일제로 하루 근무시간이 길어지면 집중력 저하, 산업재해 위험, 생산성 감소 등이 우려되고 오히려 일·가정 양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응답했다. “근로시간을 압축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법적으로 주 4일제로 전환하면 전체적인 일정 조정 유연성이 줄어든다” 등 장시간 압축근무에 대한 현장의 회의적 시각도 보고됐다. 이런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노조들은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올해로 시행 4년 차가 됐지만, FGTB는 “우리가 우려한 대로 주 4일제는 일부만 혜택을 볼 뿐 대다수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며, 근본적으로는 노동자 모두에게 고루(collectively) 적용되는 방향으로 주당 근로시간 자체를 줄이는 정책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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