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21 07:53
“국민의힘 배제, 광장시민이 보낸 신뢰 지켜야 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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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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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대선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12월3일 내란사태 발발 뒤 재빠르게 움직여 왔다. 비상계엄 직후 곧장 퇴진운동을 선포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화는 중단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가 실패하자 체포를 촉구하면서 대통령 관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였다.
감옥으로 갔던 윤 전 대통령이 구속 취소로 풀려나고, 탄핵인용 여부를 놓고 헌법재판소 논의가 길어지자 시민사회와 서울 광화문에서 동조 단식을 벌였다. 파면 결정 전날 광장에서 천막을 펼치고 시민들과 함께 호흡했다. 이달 4일 헌재의 파면 결정이 나자 10일 경사노위 복귀를, 17일에는 대선 정책요구안과 대선 방침을 결정했다. 이번 대선 지지정당에서 국민의힘을 아예 빼기로 했다. 한국노총이 대선이나 총선·지방선거와 관련해 이런 결정을 한 건 처음이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김동명(58·사진)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윤 전 대통령 파면 소회와 대선방침을 결정한 배경을 들었다.
“최소한의 신뢰마저 파탄 낸 대통령 파면
자부심과 부담감 남아, 신뢰·연대·공동체 회복이 과제”
-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정부에 갖고 있던 최소한의 신뢰마저 파탄 낸 정권이었다. 노동을 배제하고 혐오하며 탄압했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때리고, 무릎 꿇렸다.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노동계 갈등도 조장해 갈라치기했고, 줄을 세우고, 눈치 보게 만들었다. 노동 배제와 탄압, 불통과 퇴행의 3년으로 기록될 정권을 우리 손으로 보냈다.”
- 한국노총은 비상계엄 사태 뒤 4개월간 여러 결정들을 통해 거리에서 윤석열 파면을 외쳤다. 지난 4개월을 돌아본다면.
“파괴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기 위한 싸움의 시간이었다.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켜서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가 완전히 파괴됐다. 노동자의 노동권은 물론 국민 기본권 전체가 제약당하며 삶이 망가질 위기였다. 조직의 모든 역량을 최대치로 동원해 빠르게 광장으로 나서는 결정들을 했다. 파면을 요구했고, 실제로 파면시켰다. 민주주의를 지켜 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동시에 남은 과제를 끝까지 해결하고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도 남았다.”
- 남은 과제라고 한다면.
“우선 내란 종식이다. 내란은 진행형이다. 여전히 윤석열은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 동조 세력들은 건재하다. 관련 세력들을 뿌리 뽑는 게 필요하다. 대통령이 잘못했을 때 견제해야 했던 정당은 반성도 없이, 대통령 파면으로 열린 대선국면에서 표를 달라고 한다. 사법과 사정기관은 어떤가. 법원·검찰·경찰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나.
또 하나는 광장이 요구한 사회 실현이다. 시민들은 광장에서 외쳤다. 차별 해소, 불평등 완화, 소수자 인권 보호, 노동의 권리 확장. 윤석열 파면으로 조기대선이 실시된다. 이 대선 공간에서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 3년으로 망가진 신뢰와 사회적 연대, 공동체 회복은 물론이다.”
“국민의힘 배제, 이견 크지 않았다”
“우리의 조직력·정책역량 증명할 시간”
- 한국노총이 원내 정당을 대상으로 지지 정당을 결정하기로 했고, 여기서 국민의힘을 빼 버리는 정치방침을 결정했다. 특정 정당을 배제하는 건 처음이다.
“고민이 많았다. 한국노총은 여러 의견이 공존하는 큰 조직이다. 조직의 다양한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 국민의힘을 선택지에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야만 결과에 승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거다. 민주주의는 마음에 안 드는 세력이라고 해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 정신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현실적인 측면의 고민도 있었다. 현실의 문제 해결을 중시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탐탁찮은 상대와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게 한국노총이다.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살려 둬야 한다는 의견 역시 있었다.
다만 우리가 4개월간 광장에서 한 말이 있었다. ‘내란 세력 국민의힘 해체’다. 광장에서 시민들과 그렇게 외쳐 놓고, 대의원들에게 우리가 없애야만 한다고 했던 정당까지 선택지에 넣어 고민하라는 건 어렵다고 봤다. 시민과 조합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고, 우리가 싸워 온 4개월이 우습게 비칠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있었다.”
- 일부 산별노조에서 한국노총 방침을 정하기 전 김문수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한국노총의 결의를 위반하면 거기에 따른 제재는 있어야 하겠지만, 방침이 정해지기 전에 발생한 일이다. 이제 조직적 방침이 정해졌으니 조직적 결의에 따라야 한다.”
오필조 항공노련 위원장은 지난 15일 ‘항공노련 조합원 일동’이라는 명의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문수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 방침을 정할 때 이견이 크지는 않았나.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헌정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원칙에 이견은 없었다. 원칙을 실현해 낼 방법론에 대한 이견이 있기는 했지만 강하지 않았다. 한국노총이 격변의 시대를 넘어오면서 현장에서 이런 결정을 큰 이견 없이 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한 단계씩 발전하고 있다고 느낀다.”
- 더불어민주당으로 지지가 쏠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유력 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는 ‘우클릭’을 하며 노동계와 거리를 두는 상황이다.
“결국 우리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사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정책연대 관계, 수평적 협력관계를 거쳐 함께 국정을 논의하는 관계로 가야 우리 요구안이 반영될 텐데, 그런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우리 실력이 필요하니까.
실력은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조직력과 대안 생산 능력이다. 노동이 하나로 결집하면 충분히 권력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세력이라는 걸 알려 줘야 한다. 우리 사회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유효한 대안을 낼 수 있는 정책 능력이 있다는 것도 보여줘야 한다.”
“고령사회 접어들며 떠오를 수밖에 없는 정년연장
여러 대화체에서 속도와 신뢰감 있는 대화할 것”
- 대선 방침을 결정하며 정책요구안도 확정했다. 국민연금 수급연령과 연계한 정년연장이 눈에 띈다. 다만 연금이 세대별 갈등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정년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논란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물론 청년고용에 영향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영향이 클까. 지금 정년연장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청년들은 어렵다. 정년연장이 청년을 어렵게 하는 본질이 아니라는 거다. 다른 부분에서의 보완과 대책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의 채용이 늘어나야 한다. 민간부문을 정부가 통제하기는 어려우니 공공부문의 좋은 일자리에 청년 진입을 직접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있다. 민간의 좋은 일자리 획득을 위한 실력을 갖추도록 청년에 교육훈련을 지원할 수도 있고 민간에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다.
청년고용의 문제로 정년연장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정부의 책무가 논의에서 사라지게 된다. 정년연장은 고령사회로 접어들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의제다. 함께 소통하며 방법을 만들어 보자. 광장에서 생각보다 청년들과 소통이 잘 됐다. 청년들도 적극적으로 다가오면 좋겠다.”
- 한국노총은 정년연장 의제와 관련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사회적 대화, 민주당의 정년연장TF 대화체에 참여 중이다. 가장 힘 쏟는 대화체는 어디인가.
“어디에 힘을 준다고 말하긴 어렵다. 각각의 장점이 있고 상황이 계속 변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층적인 사회적 대화를 지향한다. 다양한 대화 채널이 존재하는 게 사회적 합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경사노위는 법적으로 보장된 사회적 대화기구다. 대화가 잘 풀리지는 않지만, 주요 파트너와 오랫동안 주체로서 함께한 기구다. 배제할 생각은 없다. 단지 새로운 정권 창출 전까지 효용이 크지 않다고 보고 참여는 하되 대화는 유보하고 있다.
국회의장 제안은 속도감이 높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있다. 바로 법제화가 가능하고, 즉각적으로 견제할 수도 있어 논의가 속도감 있다. 민주당 TF는 한국노총 주장에 근접한 안을 제시했고, 최대 다수당이기도 하고, 집권 가능성도 있는 정당이니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다만 속도와 신뢰 모두를 확보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로 확보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여러 대화체에 참여해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 내겠다. 확실한 건 우리는 신뢰를 중시하기 때문에, 논의에 어려움이 있고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안면을 바꾸는 식으로 행동하지는 않을 거라는 점이다.”
“국가가 최소한 삶 보장하는 사회로
노동의 힘 모아 노동 의제 비중 높이자”
- 정년연장 외에도 많은 대선의제를 들고나왔다. 한국노총이 그리는 개혁사회와, 이를 이루기 위해 다뤄져야 하는 의제를 세 가지만 꼽는다면.
“최소한의 삶을 국가가 보장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논의돼야 하는 의제는 노동법 사각지대 해소, 최저임금 상승과 적용대상 확대, 복지제도 강화와 이를 위한 증세다.
플랫폼·프리랜서·비정규 노동자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광의의 플랫폼 노동자가 406만명이라고 하지 않나. 이들은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다. 이들을 우선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들에 대한 사회보장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물론 최저임금도 지급해야 한다. (복지 사각지대인) 그늘진 부분들도 최저선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공동으로 해야 한다.
복지제도 강화와 증세는 최저선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이다. 부의 불평등이 심각하다. 기업의 성장 이면에는 노동을 포함한 사회적 자본의 투입이 있다. 그렇다면 조세 정책을 강화해 사회적 자본 투입으로 획득한 부분에 대해 세금을 걷어 복지를 늘릴 수 있다.”
- 국민의힘이 근로시간 단축 없는 주 4.5일제와 주 52시간제 폐지를 들고나온 가운데, 민주당이 침묵하며 ’노동 침묵 대선’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총선을 노동 없는 선거로 평가했고, 경제 상황을 이유로 노동 관련 의제는 나중에 검토하자는 태도를 보이니 그런 우려가 생기는 것 같다.
다만 대선에서 노동 없는 선거란 있을 수 없다. 총선은 지역 이슈와 의제들이 많아 의제가 하나로 모이기 어렵지만, 대선은 그렇지 않다. 경선 이후 본선으로 가면서 핵심 공약이 본격화한다. 이미 야권 대선 주자들도 정년연장과 근로시간 단축을 공약했다. 본선에서 이 의제들이 부상할 것이다.
물론 의제에 얼마나 비중을 두는지는 확실치 않다. 우리의 실력이 필요하다. 노동은 현존하는 세력이고, 사회 영향력도 있다. 우리가 얼마나 잘 결집하고 대안 역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의제의 비중이 달라질 거다. 기자회견과 정책질의, 후보 초청 간담회, 공개토론회 등을 통해 노동의제를 전면화하겠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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