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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4-22 07:44
산재보상 제도는 재해자를 위한 것일까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9  
올 초 근로복지공단에서 보낸 산업재해 결과를 받아 본 순간 나는 상당히 당황했다. 결과는 불승인이었는데, ‘불승인’이라는 결과보다 나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판단의 근거였다.

공단이 제시한 근거는 “일부 3~4년간 근무한 이력은 확인되나 2018년 이후 간헐적으로 연간 1~2개월간 근무했기에 신청 상병을 유발할 정도의 신체 부담이 지속돼 업무상 부담이 누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근거는 내가 알고 있는 재해자의 삶과 너무나도 달랐다.

실제로 재해자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평일에는 공항청사와 대형마트, 그리고 학교 등에서 단체급식 업무에 종사했고, 주말에는 병원과 공공시설, 그리고 음식점 등에서 단체급식 업무 및 조리(보조)업무에 종사했다. 재해자는 쉬는 날 없이 매일 같이 무거운 식재료를 옮기고, 어정쩡한 자세로 설거지를 했으며, 주기적으로 미끄러운 바닥을 청소해야 했다.

재해자는 거의 쉬는 날 없이 고된 노동을 계속했고, 2015년경부터는 무릎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단순한 관절통으로 여겨 치료와 업무를 병행했지만, 통증은 점차 악화했고 결국 양쪽 무릎의 반월상 연골이 파열되기에 이르렀다. 수술 없이는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러, 재건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재해자의 질병과 관련한 근무 이력 등 자료 일체를 공단에 제출했다. 그런데도 공단은 연간 1~2개월 정도 간헐적으로 일한 사람으로 판단한 것이고, 그러한 판단의 근거가 나를 매우 당황스럽게 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질병판정위원회의 개최를 기다리던 중 발생했다. 재해와 관련한 진술을 할 수 있는 핵심 단계인 질병판정위원회 개최 사실을 재해자와 대리인인 나,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공단은 문자로 통보했다고 주장하며 발송한 관련한 자료가 있다고 했지만, 재해자와 나 그 누구도 그 문자를 실제로 받지 못한 것이다.

질병판정위원회는 단지 형식적인 절차인가? 아니면 재해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한 기회인가? 만약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면, 재해자가 실제로 어떤 환경에서 일했고 얼마나 신체에 부담을 안고 있었는지를 직접 진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질병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절차에서 단 한 번의 통지 오류로 가장 중요한 근무기간이 잘못 인정된 것이다. 그 결과, 사실과 다른 내용이 산재 불승인의 근거로 제시되는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산업재해 보상제도는 단순한 법적 판단이 아니라 일하다 다친 재해자의 회복을 위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는 결과를 받아보기까지 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리고, 그 결과에 이르기 위한 업무 관련성을 판단하는 과정은 형식적이고 일률적이며 재해자의 목소리는 다양한 이유로 배제되는 것 같다.

재해자는 누구보다 성실히, 묵묵히 일했고 대부분 쉬지 않았다. 그 고된 노동으로 우리 가족의 삶이 유지됐기에 그 사실만큼은 내가 담보할 수 있다. 우리가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진실한 사실관계에 기초한 판단 그뿐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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