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23 07:41
반짝이는 게 모두 금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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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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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리고 떠난 그와 함께 했던 커플링 여기다 팔아 버리세요. 최고가로 삽니다.”
지난 주말에 동네시장에 갔다가 발견한 광고 문구다. 사상 최고치라는 금값이 사랑의 추억도 현금으로 둔갑시킨다. 시장은 돈이다.
금은보화를 만들어도 4대 보험 미가입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금값으로 주얼리 노동자들은 땅바닥에 자리 깔고 농성 중이다. 올 1월에 종로 5가의 한 귀금속 제조업체는 19명의 노동자 중 5명을 해고했다. 이유는 경영 악화다. 금값이 올라 가공한 제품은 안 팔린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치자.
주얼리업계는 4대 보험 가입률이 매우 낮다. 해고돼도 실업급여조차 못 받는 상황이 주얼리 노동자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2023년 11월 안전보건공단의 실태조사로는 4대 보험 미가입 업체가 62%, 일부만 가입된 업체가 10%였다. 정상적으로 가입된 업체는 28%밖에 되지 않는다. 해고된 5명의 노동자 중 4명도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를 못 받을 뻔했다. 금속노조 주얼리분회의 항의에 사업주는 뒤늦게 부랴부랴 소급 적용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고 한다.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으나 한 달 이상 근로 시 4대 보험 가입은 필수이고 사업주의 의무다. 그런데 주얼리업계는 관행이라는 이유로 지키지 않는다. 이 업계에서 일하려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되어 버렸기 때문인지, 일부 노동자들은 노조의 너무나도 평범한 문제제기에도 “일하는 사람이 얼마 되지도 않는 이런 데서 꼭 이렇게까지 해야 되냐”며 불편한 마음을 보인다고 한다. 현실이 이러하니, 노조로서는 점진적인 개선을 택할 수밖에 없다.
‘활성화’보다 ‘양성화’가 먼저
금이 입을 열면 혀가 굳는다지만 이런 관행은 대체 어쩌다 굳어진 것일까? 이 업계를 아는 사람들은 무자료거래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금을 사서 반지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팔면 세금이 붙기 마련인데 이게 흔적 없이 가능하다. 인건비도 현금 처리하면 그만이다. 4대 보험 가입 신고를 하지 않아 이후에 문제가 돼 노동자가 내야 할 몫까지 사용주가 내더라도 또 과태료를 맞더라도 사업주 입장에서는 이익이다. 금처럼 안정적인 자산이 어디 있으며 타이밍만 잘 맞추면 훌륭한 재테크 수단 아닌가.
그러나 반짝인다고 모두 금은 아니다. 올 1월 해고된 노동자 5명 중 2명은 해고가 부당하다고 지방노동위원회에 진정을 했다. 결과는 부당해고였다. 사업주가 경영상의 어려움을 증명하는 자료를 한 장도 제출하지 못했다고 한다. 매출 자료를 내지 않고 구두로만 어렵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소리가 없지는 않다. 수입에서 가공제작을 거치고 유통까지 전 단계에서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아야 주얼리업계 규모 파악이 돼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의 지원이 가능하고 주얼리 산업이 발전한다는 것이다. 시장이 활성화하려면 우선 양성화가 돼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나서야
최근 ‘쉬었음’ 청년이 40만 명이나 된다고 하면서 여러 대선후보가 걱정을 하고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한 청년이 취업 독려에 힘입어 내일배움카드로 귀금속 세공을 배워 종로 귀금속거리에서 일하게 되면, 월급은 현금으로 받고 4대 보험 가입이 안 되고, 일 많을 땐 연장근로, 일 없을 땐 임금 삭감하는 주 4일 근무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일하는 사람이 얼마 되지도 않는 이렇게 작은 곳’이 계속 이런 식이라면 노동과 산업의 미래는 없다.
한마디 더 덧붙이고 싶은 건 고용노동부가 금 나와라 뚝딱하는 도깨비방망이는 아니겠지만, 주얼리업계 노동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 가입은 근로복지공단의 영역이라고 하고, 근로복지공단은 가입 여부 감독은 노동부를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종로 귀금속거리는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멀지도 않은 곳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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