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24 07:41
생명·안전에 대한 내란을 종식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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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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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윤석열의 계엄 선포는 탄핵 됐지만 봄은 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탄핵 이전에도 이후에도 정치권의 권력다툼만 언론을 장식할 뿐, 제대로 조명되지도 애도 받지 않는 죽음이 늘고 있다. 최악의 항공참사라는 제주항공 참사도, 최악의 산불로 모든 것을 잃은 주민과 재난 대응 노동자의 죽음도, 그야말로 땅이 꺼져 떼죽음을 당한 건설현장과 도로 위 노동자의 죽음도, 그 원인도 책임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2015~2016년 메탄올 중독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인 이진희씨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1987년생인 고인은 대학을 그만두고 2015년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했었다고 한다. 2016년 파견업체를 통해 인천남동공단에 위치한 스마트폰 제조 하청업체에서 ‘알바’로 일한 지 5일만에 메탄올에 중독돼, 시력을 잃고 뇌병변 장애도 떠안게 됐다. 이후 10여년을 병원과 집을 오가며 홀로 삶을 책임지다 마흔이 되기 전 올봄에 떠나간 것이다.
고인의 재해 발생 한 달 전인 2016년 1월, 인근의 다른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 두 명이 메탄올 급속중독으로 산재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2015년부터 유사한 재해가 이어지면서 고용노동부가 메탄올 관리상태가 우려되는 전국의 3천100여개 사업장에 대한 일제점검도 시작한 후였다고 한다.
청년, 파견 노동자들이 집단 실명한 사건이 알려진 후 열린 2016년 총선에서는 16년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출범했다. 민주노총도 세 명의 ‘지지후보’를 당선시켰다. 한편 인천지역 노조, 단체들은 불법적으로 파견노동자를 사용한 업체 300여곳을 고발했지만, 노동부는 이들의 80% 이상을 무혐의 처분했다.
그리고 2017년 봄, 박근혜가 탄핵되고 정권이 교체됐다. ‘노동존중’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권은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법 개정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삼성, LG 같은 글로벌기업의 브랜드가 박힌 휴대폰을 만들다 노동자들이 집단 실명을 했는데, 재벌 원청은 고사하고 하청업체조차 제대로 책임지거나 처벌받지 않았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이기도 한 삼성 이재용은 뇌물공여·횡령 등 혐의가 인정되고도 2017년 1심 재판에서 최소형량인 징역 5년이 선고됐다. 2019년 8월 대법원은 박근혜·이재용이 뇌물 86억원을 주고받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그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을 찾아 이재용을 면담했다.
이재용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내부 준법감시 제도 구성을 주문했다. 2020년 삼성그룹은 ‘준법감시위원회’라는 걸 만들었고 전 대법관인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삼성은 매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라는 것을 발표하는데, 2024년에는 삼성에서 41년간 환경안전보건관리자로 일했던 공익제보자가 2012년부터 10여년간 삼성 베트남 공장의 부실한 화학물질 관리로 인해 37명의 노동자들이 메탄올에 중독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폭로했다.
삼성은 베트남에서는 산업재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독립노조가 베트남의 정치적 안정을 해칠 것이라며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을 반대하는 로비를 적극적으로 벌였다. 한국에서는 기업(삼성)의 영업비밀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유해화학 물질에 대한 노동자의 알 권리를 무력화하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추동했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 이후 여야가 서로 때려죽일 듯이 싸우는 와중에도,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에 예외를 두는 반도체특별법 통과에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압도적 지지를 받는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욕먹을 건 먹겠다”며 반도체특별법과 노동시간 탄력화를 위한 법개악에 앞장서고 있다.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안전을 해치는 기업과 법제도를 탄핵하지 않고서는 윤석열이 일으킨 내란에서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계엄과 내란에서 시민들이 지키고자 한 것은 야당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간답게 일하고 살 권리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권리 실현을 위해 싸우는 것이 지금 우리가 진정으로 몰두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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