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28 07:46
[조재민 법률사무소 조안전 대표] “인명은 절대적 가치” 발로 뛰는 중대재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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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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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생명은 전 지구보다도 무겁고 소중하며, 절대적인 것으로서 인간존엄의 근원을 이룬다. 법률사무소 조안전은 전 지구를 상실한 재해자와 유족들을 위해 존재한다.”
조재민(36·변호사시험 8회·사진) 변호사가 설립한 ‘법률사무소 조안전’의 운영철학이다. 법률사무소 이름을 ‘조안전(Safety Cho)’로 정한 것도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겼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국내 10대 대형로펌의 ‘안정적’ 생활을 포기하고 지난해 9월 중대재해 재해자와 유족을 변호하기 위해 개인 법률사무소를 개업했다.
조 대표는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중대재해 전문 변호사로 평가받는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약 2년간 쌓은 실무 경험에 이론까지 겸비했다. 대륙아주 근무 당시 2022년 9월 노동자 7명이 숨진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사고를 맡는 등 굵직한 사건을 처리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개업한 이후 직접 현장을 찾아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즉시 사고현장을 직접 찾아 재해자 유족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그가 사용자보다 ‘재해자’ 입장에서 중대재해 사건을 보려는 결심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 회관에서 조 변호사를 만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었다.
현대차 울산공장 질식사 직후 현장 방문
“5시간 기다려 유족 대화, 수사 지지부진”
- 변호사로서 사고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대재해 사건을 수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이 있다면.
“변호사로서 사업주를 변호하면서 얻은 보람이 크지 않았다. 현장에서 가장 큰 실망과 좌절을 느낀 사건은 지난해 11월19일 발생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연구원 3명의 질식 사망사건이다. 재해자 유족들은 현실적으로 변호사 선임을 통한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보다 낮은 금액으로라도 회사와 합의한다. 사고 소식을 듣고 사건 현장으로 여러 차례 달려갔으나, 유족들의 어려운 상황으로 끝내 사건을 맡지 못했다.
사건 당일 오후 10시 울산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고, 현대차 임직원 20여명이 벌을 받듯이 서 있는 모습을 봤다. 유족과 대화하기 위해 5시간 동안 사측 임직원들과 함께 서 있으면서 기회를 봤다. 사건 당일과 다음 날 짧게 유족과 대화했고, 명함을 전달했다.
현대차는 사건의 중대함을 인식해 유족들과 조속히 합의했고, 이후 유족들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 현대차의 중대재해처벌법 혐의에 아직 검찰의 기소 여부가 결론 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사건을 맡지 못한 아쉬움보다 현대차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여부가 명백한데도 수사 당국이 시간을 끄는 듯한 모습에 분노가 컸다.”
-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검찰 구형량은 낮고 법원 처벌도 미미한 수준이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존재한다. 아직도 중대재해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예견가능성이 작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완화해야 한다는 ‘온건주의’를 지지하는 입장이 검찰과 법원의 다수 의견인 것으로 보인다.”
- 그렇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이 어떻게 실현돼야 하나.
“재벌로 불리는 대규모의 근대적 기업이나 시설은 경영 자체 속에 많은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런데도 기업이 경영에서 나오는 이익을 독점하면서 위험이 현실화했을 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익을 얻는 자가 누구인지, 위험을 창출한 자가 누구인지 살피고, 그에 따라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이익책임원칙’ ‘위험책임원칙’에 기초해 만들어졌다. 이러한 원칙에 따르면 산재 발생시 원청 경영책임자인 기업의 실질적인 경영자(회장)가 가장 무거운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노동법적 성격”
“불기소·법관 자의적 해석, 사법 불신 야기”
-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처벌’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재계와 정치권의 주장이 다시 강해지고 있다.
“미국 해군 규정을 좋아한다. 미국 해군 규정에 따르면 악천후 탓에 배가 좌초된 경우에도 해군은 선장을 강제로 전역시킨다. 사람은 상황이 어려울 때, 관심을 더 기울이게 된다는 점을 적용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선례가 없는 법이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정의를 추구한다고 생각한다. 전 지구보다도 무겁고 소중하며 절대적인 생명이 소멸하는 산업재해 건수 감소는 절대적 진리이기 때문이다.”
-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법 집행과 해석이 노동자(재해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돼야 한다. 종사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노동법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안전보건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법 4조4호)’ 이행 여부 판단에 있어 재해자를 중심으로 한 법 집행과 해석이 이뤄지고, 원청 경영책임자의 책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 검찰 수사 단계에서 ‘불기소’ 처분으로 끝난 중대재해 사건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행정부 산하기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 집행을 자의적으로 해서 불공정을 초래하며 사법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 검찰의 중대재해 수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불기소 처분이 법 취지와 배치된다면,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불기소 처분에 대한 구제)이 마련돼야 한다.”
-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사업주보다 안전보건 관리책임자의 형량이 더 높은 ‘역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심 판결 39건 중 3건(22호 광인산업·33호 디케이·38호 일광폴리머)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경영책임자보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장최고책임자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다른 범죄와의 경합, 합의 유무 등이 고려됐으나 이는 ‘이익책임원칙’과 ‘위험책임원칙’이라는 법 원칙에 기초해 입법된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산업안전에 대한 인식이 대폭 강화돼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됐다. 하지만 실형 비율은 여전히 낮다.
“사법부는 법관이 단지 도구로서 법을 구현하는 존재임을 자각해야 한다. 대부분 법관은 자신이 주체이고, 법은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고 있다. 사법부도 사회에 기대어 서 있다는 인식 변화가 이뤄진다면 법 제정 경위와 입법 취지를 고려한 판결로 이어질 것이다.”
“윤석열 정부 잘못된 시그널, 사고 반복”
“사고 예방, 경영책임자 의지 가장 중요”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27일부터 시행됐고, 윤석열 정부가 그해 3월부터 국정을 운영하면서 생명보다 기업 이윤을 중시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윤석열 정권의 대검찰청 공안부가 지휘·통제해 완화된 법 집행은 2022년 9월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참사, 2024년 6월 아리셀 화재 참사, 올해 2월 반얀트리 화재 참사 등 유사한 대규모 인명피해를 불러왔다. 윤석열 정권이 돈만 내면 얼마든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피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보냄으로써 유사한 사고가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에는 ‘예방’도 있다. 사업주가 강조해야 할 안전수칙이 있다면.
“안전보건에 관한 경영책임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중대재해를 강의할 때, 서울우유 협동조합 거창공장 공장장이 현장 최고책임자인데도 맨 앞에 앉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모습을 보여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이러한 사업장은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실질적인 이행을 기대할 수 있다. 대부분의 중대재해는 떨어짐·부딪힘·끼임 등 재래형 사고로 발생한다. 기본적 안전조치인 안전모·안전대 착용, 방호덮개 설치, 지게차 운행시 제한속도 준수 등만 철저히 지킨다면 중대재해의 80%가 줄어들 것이다.”
-정부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등을 통해 기업의 자율점검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방법이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나.
“실질적인 안전조치로 이어지려면 해당 유해·위험요소에 관한 전문가의 이행점검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화재예방은 화재전문가인 소방기술사의 참여 아래 안전보건 관계법령인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화재예방법) 등에 대한 이행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 오송 지하차도 참사, 분당 정자교 붕괴 등 중대시민재해도 주목받고 있다. 중대시민재해는 어떻게 적용돼야 하나.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의 근본적인 차이는 중대시민재해 발생시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 지자체장이나 기관장은 시설물 사용으로 인한 이익을 얻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대시민재해 발생시 처벌을 완화하고, 손해배상을 쉽게 하는 방향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법 제정시 논의됐던 고의·과실 및 인과관계 추정 규정을 중대시민재해 발생시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에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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