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4-30 07:57
내가 본 고령노동자, 나의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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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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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저 아줌마 나이가 60이래~, 일 시켜먹기 불편해 죽겄어~.” 10여 년 전, 내가 빵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시절, 동료들 사이에서 들려온 뒷담화였다. 다행히 그 여성 노동자는 듣지 못했지만, 혹시라도 들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지금은 60세 노동자가 낯설지 않다. 센터가 조직화 사업을 함께 하는 경비원, 요양보호사는 물론이고 식당, 주유소 등에서 60세가 넘은 노동자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만약 내가 저 당시 상황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60이면 아직 한참인데유~”라고 되받아칠 것 같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60세에 노동을 마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만 60세에 정년퇴직을 한다. 그러나 노후에 지급되는 국민연금은 만 65세부터 받을 수 있다. 정년퇴직하더라도 임금 소득이 없이 5년을 버텨야 하는데 안정된 직장에서 정년을 한 노동자라 할지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정년 연장이라는 노동계의 요구도 그 뜻을 곰곰이 살펴보면 “더 일하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일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로 들린다.
만 65세 이후에 연금을 받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노동자는 일부의 축복받은 노동자다. 65세 이상 노인 중 국민연금에 가입된 사람은 51.2%에 불과하며, 평균 수령액도 108만원 수준이다. 생활비는 물론이고 노후에 발생하는 의료비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생계에 대한 노동자의 절박함, 그리고 고령노동자를 값싸고 순응적인 노동력으로 생각하는 사용자의 이해가 맞물리며 요양보호사, 경비원 등 고령노동자의 ‘취약 지점’이 생겨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고령의 일자리를 ‘시혜적 배려’로 바라보고 있다. 집에만 있기 무료하니 나와서 일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77.8%의 노인이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조사를 살펴본다면 고령노동자에게 노동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 수단이다. 고령노동자의 노동을 시혜로 인식하는 순간 고령노동자의 권익은 주변부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생계에 대한 절박함과 구직에 대한 어려움으로 고령노동자는 무리한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 손주뻘 되는 입주민에게 허리를 숙이는 경비원의 모습도, 김장을 도와달라는 부당한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요양보호사의 상황도, 관리자의 성희롱을 참을 수밖에 없었던 청소노동자의 분노도 고령노동자의 구조적 취약성에서 출발한다.
물론 고령노동자가 일하는 모든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싶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사회의 구성원임을 확인하기 위해 노동하는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당뇨합병증으로 발을 절뚝거리며 아파트를 뛰어다니는 경비원의 모습은, 무릎에 파스를 휘감고 진통제를 먹으며 출근하는 요양보호사의 모습은 내 마음에 슬픈 잔상으로 남아 있다.
조직화 사업의 담당자로 일하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고민은 깊지만, 해결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내가 마주하는 고령노동자의 모습은 어쩌면 내일의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만 또렷해진다.
이상표 충청남도노동권익센터 권익지원팀장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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