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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5-22 08:25
대선후보가 모르는 것은 ‘죄’다
 글쓴이 : 동구센터
조회 : 86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다.” 개인의 앎에는 한계가 있고, 세상만사를 모두 이해하거나 알 수 있는 사람이 특별히 존재하지는 않을 터. 특정 분야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르면 배우면 되는 것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그러나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포부로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 이가, 대한민국의 사회적 합의의 최소라고 할 수 있는 법령의 취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제멋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런데 이번 대선 후보자들의 TV 토론회에서도 여지없이 이를 확인하고 말았다. 특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특정후보의 인식 수준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 위주의 법”이기 때문에 ‘악법’이라고 규정하며,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반드시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대선후보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경기도 안양에서 야간 선로 보수공사 중 3명의 하청노동자가 중장비 롤러에 깔려 죽음에 이른 현장에 방문해, 이건 “노동자가 실수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왜 노동자의 죽음에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하냐”며, 본인이 당선되면 중대재해처벌법을 반드시 손보겠다고 밝혔던 모습과 너무 닮아 소름이 끼쳤다. 이 후보는 한때 노동운동에 투신했다는 것을 삶의 궤적에서 가장 내세울 경력으로 치켜세우며, 바로 얼마전까지는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던 자가 아닌가. 그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이 결코 과하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의 죽음이라는 엄중한 결과를 초래한 기업에게 책임을 묻는 법이다. 기업의 마땅히 해야 할 안전보건조치를 소홀히 해 발생한 산재사망에 엄격한 기준과 잣대를 적용하는 법이다. 누군가 목숨을 잃어도, 기업을 운영하는 데 아무런 타격을 입히지 못 해 왔던 솜방망이 처벌 관행이 노동 현장의 죽음의 행렬을 멈춰 세우는 데 실패했다는 우리 사회의 자성적 목소리가 국회의 문턱을 넘어선 결과다.

1차 대선후보 TV토론회 당일, 중대재해처벌법을 악법으로 규정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날선 비판을 했던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중대재해로 희생된 고인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김 후보를 꾸짖었다. 그리고는 김 후보조차 강조하는 산재예방이 모든 일터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산재사망 책임을 제대로 묻고, 처벌해야만 가능함을 강변했다. 그러나 권 후보가 천박한 인식을 가진 김 후보를 일갈하며 통쾌함을 전해 준 것도 잠시, 다음날인 19일 SPC 공장에서 노동자가 또다시 작업 중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어야만 했다.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50대 여성노동자가 사망했다. 고인은 공장 기계와 구조물 사이에 끼어 숨졌으며, 사고 당시 기계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화한 컨베이어 벨트가 작동 중이던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SPC 계열사에서 근래 세 번째 사망사고라는 점이다. ‘피묻은 빵을 먹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분노를 촉발한 2022년 평택의 SPL 공장 사망사고와 2023년 성남의 샤니 공장에서 발생한 산재사망 모두가 이번처럼 ‘끼임’ 사고였다는 점에서는 분노를 넘어 허탈함을 불러 일으킨다. 앞선 사고에서 SPC는 어떤 교훈을 도출했단 말인가. 시간이 지나 사람들의 기억에서 해당 사건들이 서서히 잊혀지기만을 바라 왔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특히 지금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운운하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기업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이가 뻔뻔하게 한 나라의 고용노동부 장관을 거쳐, 대선후보로서 산재사망을 일으킨 기업들을 옹호하고 있기에 탐욕에 눈이 먼 기업이 승승장구하며 건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대선후보가 특정 분야를 제한적으로 알고 있는 것을 죄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름’을 핑계로 사회적 합의와 법의 취지를 왜곡한다면, 그 무지는 죄가 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앎과 사회적 책임 인식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산재사망 희생자의 죽음 앞에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다”라는 변명이 통용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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