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1안벽 옆에서 노동자들이 크레인 체인의 이상유무를 점검하고 있다.
잇단 사망사고…현대重 첫 전면 작업중단
최근 일주일새 3명 숨지자...작업 대신 안전점검·토론회
안전관리 책임경영 강화하고...중대재해 협력사는 제재키로
20일 오전 8시30분께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 1안벽. 평소 같으면 쇠망치·크레인 소리가 울려퍼지고, 용접불꽃이 튀어야 할 조선소 야드에 적막감만 흐르고 있었다. 근로자들은 작업 대신 2~4명씩 짝을 이뤄 작업장 주변을 꼼꼼히 살폈다. ‘안전제일’이라고 쓰인 노란색 완장을 찬 팀장은 건조중인 배가 접안된 안벽에서 크레인 체인의 이상 유무를 일일이 점검하며 팀원들에게 어떻게 묶어야 되는지 직접 시범을 보였다.
또 인근 3도크에서 건조중인 선박 내부에서도 직원들은 사다리의 고정상태를 확인하는 등 사고 발생 위험요소들을 찾는데 여념이 없었고, 도크 옆 작업장에서는 골리앗크레인의 와이어(금속선)를 정비하느라 분주했다. 생산현장뿐만 아니라 연구소와 일반 사무실에서도 안전점검이 이뤄졌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잇따른 산재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창사이래 처음으로 20일 하루 동안 작업을 전면 중단했다.
대신 전 임직원과 협력회사가 팀별, 반별로 작업장의 위험요소를 점검, 요인을 제거하고 정리정돈을 실시했다. 일주일 사이 근로자 3명이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자 초강수 조치를 꺼내든 것이다. 1972년 창립 이래 산재 사망사고 때문에 회사가 스스로 작업을 전면 중단한 것은 처음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오후 안전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위험요소의 제거방안과 안전작업에 대해 토론시간을 가졌다. 이어 작업자 스스로가 ‘자기안전 점검표’와 ‘안전다짐 서약서’를 작성해 사물함에 부착하며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현대중공업은 임직원 일동 명의로 ‘안타까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안전한 일터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냈다.
회사 관계자는 “작업중단에 따른 하루 휴무로 인건비만 83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하고, 생산공정 지연 손실까지 포함하면 더 큰 비용이 들지만 안전에 대한 경각심 고취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앞으로 안전관리 책임경영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중대재해 발생 시 해당 사업본부의 성과 평가를 1등급 하향하고, 담당 임원에게 책임을 엄중히 묻기로 했다. CEO와 사업 대표는 물론 설계와 지원부서 등 비생산부서 임원과 부서장의 현장 안전활동도 확대·실시한다.
또 안전부문을 사업 대표의 직속 조직으로 개편하고 안전에 대한 감사와 징벌권을 강화하기로 했다. 각 사업본부는 부서별로 차기 부서장 후계자를 안전책임자로 임명해 안전활동을 강력하게 추진한다.
협력회사 안전활동도 강화한다. 협력회사별 안전관리 전담자를 배치하고 안전인증 획득을 의무화하는 한편 중대재해가 발생한 협력회사에 대해서는 계약해지 등 강도높은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그동안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가 연이어 발생한 것에 대해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이라며 “우선 유족들이 충격과 아픔을 딛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사고 수습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권오갑 사장은 조찬회의에서 “연이은 중대재해는 우리 내부의 안이함과 나태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모든 관리자부터 경영층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각오로 획기적인 수준의 안전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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